[칼럼] 전쟁으로 치닫는 태평양사령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한ㆍ미 연합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가 12월 4일 시작됐다.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훈련엔 전국 8곳의 공군 기지에서 260대의 전투기들이 출격한다. 이는 한미연합군 공군전력의 50% 가량이다. 국내 군산 및 오산 기지 뿐 아니라 미 본토 알래스카 기지와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 괌 엔더슨 공군기지 등에서도 발진한다. 한국 공군은 제11·19·20전투비행단, 제29·38·39전투비행전대 등 10여 개의 공군 부대가 참가한다. 미군은 제8·51전투비행단, 해병항공단, 제35방공포병여단 등 7공군 및 태평양사령부 예하 부대가 참가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전쟁으로 치닫는 비질런트 에이스

<중앙일보>의 12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미 7공군은 이번 훈련에 주한 미 공군을 비롯해 주일 미 공군, 미 해군, 미 해병대 등의 항공기를 동원시켰다고 한다. 이들은 한반도 유사시 제일 먼저 한반도에 증원될 병력들이다. 미군은 스텔스 전투기도 대거 투입시켰다. F-22 랩터 6대, F-35A 라이트닝 II 6대, F-35B 라이트닝 II 12대 등 24대의 스텔스 전투기를 참가시킨 것이다. F-22와 F-35A는 이번 주에도 한국에 계속 머무른다고 한다.

단일 훈련에 240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면전이 아니고서는 240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출격할 일은 없다. 비질런트 에이스에서는 전시와 똑같이 전투기 조종사가 하루 2~3차례 출격을 하며 야간 훈련에도 나간다고 하였다. 국방부는 지난 12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이번 훈련의 목적은 주야· 전천후 한ㆍ미 연합 작전계획(Pre-ATO) 시행능력 제고”라고 보고했다. 이 계획은 전시 북한의 핵심 표적 700여 개를 동시에 폭격할 수 있도록 짜놓은 작전계획이다. 전쟁 발발 초기에 북한의 방공망을 파괴하는 연습을 수행하기 위해 스텔스 전투기가 투입되는 것이다.

240대의 항공기들이 하루 2-3차례 출격한다면 약 700회의 출격을 하게 된다. 1991년 걸프전 사막의 폭풍작전 당시 미국은 개전 1달 동안 총 10만회의 공중폭격이 있었다고 하였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는 명백하게 전시 규모의 훈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북한의 화성 15형 ICBM발사에 따른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다.

군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왔으며 스텔스 전투기를 투입하는 것도 예전부터 논의되었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미연합군은 9월 18일에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켰으며 9월 23일에는 B-1B를 동해 NLL 너머 대북무력시위를 하였다. 10월 2일에는 한미일 합동훈련을 펼쳐 일본 자위대까지 끌어들였으며 10월 7일에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진해항으로 들어왔다. 10월 10일에는 B-1B 편대가 동해상공에서 훈련을 하였으며 11월 11일에는 레이건, 루즈벨트, 니미츠함 등 3개의 항공모함 강습전단을 동시에 동해에 진입시키며 무력압박에 나서기도 하였다.

정치권에서도 전면적인 대북압박에 나섰다. 트럼프는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문재인 정부와 합의하였다. 11월 20일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이처럼 그칠 새 없이 이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쟁책동의 연장에서 벌어진 훈련이었던 것이다.

전쟁준비에 과부하 걸린 태평양사령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압박은 단순히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트럼프의 그칠 새 없는 대북압박훈련은 이미 미군 장병들에게 과부하로 작동할만큼 가중되고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도중 F-22 랩터 1대가 랜딩 기어가 파손된 듯한 모습으로 견인 차량에 견인되어 옮겨지는 모습이 드러났다. 12월 5일 (현지시간) 디펜스뉴스, 성조지 등 미 언론들은 F-35 ‘라이트닝 2’와 F-22 ‘랩터’ 스텔스기들이 일본과 한국에서의 훈련 과정에서 잇따라 기체 고장 사고를 냈다고 보도하였다고 한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에 순환 배치된 미 공군 제34 전투비행대대 소속 F-35A 한 대는 11월 30일 오키나와 동부 상공에서 훈련 도중 기체에 부착된 높이 30㎝, 길이 60㎝, 무게 0.45㎏짜리 패널(panel)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2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하던 미 7함대 소속 C2 수송기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자 11명 중 3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미국 측이 엔진 고장을 추락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12월 6일의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7함대는 올해 들어 사고가 속출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순양함 ‘앤티텀’이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부서졌고, 5월에는 순양함 ‘레이크 채플레인’이 한반도 작전 중 어선과 충돌했다. 6월에는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가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미군 7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8월엔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이 3만t급 유조선과 충돌해 승조원 10명이 숨졌다고 한다.

잇단 사고 때문에 조지프 오코인 7함대 사령관이 보직 해임됐다고 한다. 7함대를 관할하는 태평양함대의 스콧 스위프트 사령관은 전역 의사를 밝힐 지경이었다. <국민일보>는 미 해군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7함대가 지난 몇 년간 늘어난 북한·중국의 군사위협에 대응하느라 임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역내 위협에 대처하는 데 훈련과 위기대응태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하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쟁책동이 얼마나 강도높게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미 7함대가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트럼프 행정부의 연이은 전쟁책동과 대북압박훈련으로 함선이 충돌하고 함재기가 추락하며 스텔스 전투기 파손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군 장병들이 지쳐 쓰러질 지경으로 강도높게 진행되는 훈련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트럼프의 대북압박은 북한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핵전쟁을 각오하고 대북압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쟁책동에 장단을 맞추다가는 정말로 핵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27일, 영국 왕립군사연구소는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시 북한이 반격을 가하면 한반도는 대학살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져서 트럼프의 대북전쟁책동이 고립되어야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 싹틀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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