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찾는 ‘아베의 입’ 전쟁위기 부른다

아베 한일 위안부 합의, 자위대 무력행사 정당화 시도하나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방문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평창을 찾은 자리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구실로 자위대의 무력행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 남측과 북측은 예술행사 사전점검단 방문,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조치를 숨 가쁘게 이어오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보수정권 10년을 단숨에 뛰어넘는 대화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자위대의 무력행사 등 한반도 바깥의 장애요인은 모처럼 동족대결을 멈추고 대화에 시동을 건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잔뜩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참가결정에 따라 후속조치로 진행된 통신선 복구 등으로 남측과 북측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이번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에서는 평화의제전으로 불리는 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외부요인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NHK 등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단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 싶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가기 위해서 한미일 3개국이 확실히 연계할 필요성과, 최대한까지 높아진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당장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위안부 합의 이행과 한미일 3국의 군사공조를 동시에 압박하는 것으로 비춰져 파장이 적잖을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의 발언수위에 따라 아베 정권을 향한 국민여론은 전례 없이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높다.

위안부 합의 이행과 한미일 군사공조는 자위대의 군사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노림수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27일 외교부 산하 위안부 문제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는 “한일관계 악화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미국이 양국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미국의 개입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는 한미일 군사공조로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패권을 견지하기 위한 미국의 입김이 위안부 합의로 귀결됐음을 시사한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가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안보 위협에 방해가 돼선 안된다”며 한국정부를 압박했다.

바로 앞서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힌 틸러슨 장관. 그는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은 걸까. 이 맥락은 위안부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미국의 우회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양국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운을 떼 국제사회에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안보 위협에 방해가 돼선 안된다”며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자위대 전면에 내세워 전쟁국가 시동 거는 일본

일본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ICBM) 화성-15형을 보유한 북한이 세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 만큼 미일동맹을 강화해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자위대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5년에 미국 등 동맹국이 위협받으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행사에 나설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법안을 제정, 이를 바탕으로 자위대의 해외진출에 숨통을 틔운 바 있다.

올해 연초, 북한의 핵위협에 방어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일본정부는 미국의 ‘뒷배’에 힘입어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교전권이 금지돼 있어 군사활동이 제한적인 자위대의 빗장을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를 호소하며 전쟁위기와 올림픽 흥행을 목표로 삼는 문재인 정부의 호소에도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남북 대화재개로 불어 닥친 훈풍에 묻혀 국내에서는 좀처럼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가 자위대를 국제무대에 ‘사실상의 정식군대’로 강조하는 징후는 무척 뚜렷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맞아 함께 치바(千葉)현에 위치한 육상자위대 나라시노(習志野)훈련장을 시찰하고, NSC 특별회의에 턴불 총리를 초청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회담이 끝난 뒤 아베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의 공동훈련을 질과 양에 있어서 모두 강화해, 가능한 한 조기에 군 지위협정 타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호주정부와 ‘방문부대지위협정(VFA)’을 맺고, 일본과 호주, 미국, 인도 4개국의 연대를 강화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안보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정부는 주일미군과 권한 및 법적 지위를 규정한 지위협정을 맺고 있지만, 방문부대로서 일본 국내에 일시 체류하는 외국군과 지위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호주와 관계를 돈독히 맺는다는 상징적 퍼포먼스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위대의 위상을 과시하려 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9일(미국 현지시각) 발표된 ‘2018 국방전략’에는 미국이 일본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북한과 이란 등의 위협에 대응 하겠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나온다. 이와 관련 21일 오노데라 이츠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미국의) 이번 국방전략 하에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이후 폭 넓은 분야에서 미일동맹의 억지력·대처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싶다”며 “일본으로서 필요한 방위력을 확실히 정비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대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닌 오로지 자국방위의 목적으로서만 군사력을 보유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에 초점을 두던 자위대의 무게추도 급격히 무력행사로 쏠리고 있다.

지난 23일 토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정세가 긴박한 가운데 자위대는 처음으로 미함정과 항공기의 방호임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미군기 방위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과 실시시기와 등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군사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일본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자위대의 군사력을 발동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하다. 일본정부 부대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은 이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 뒤, 가능한 한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본정부가 군사기밀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민감한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더구나 이 신문이 보도한 일본정부가 자위대의 역할을 규정한 ‘무기 등 방호의 운영방침’에 따르면 자위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할 시 경계, 자위대와 공동훈련을 하고 있는 미군함 등이 임무 중 우발적인 공격과 방해 행위를 받으면 무기를 사용해 저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침은 평시나 무력충돌에 이르지 않는 ‘그레이존사태’에도 자위대의 무력활동을 상정하고 있다.

운영방침은 NSC에 보고하기로 되어있지만 일본정부는 임무 중 방해 등 ‘특이한 사상(事象)’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개별 활동내용은 공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나서 일본 방위성이 NSC에 매년, 전년도에 실시한 ‘경호의 결과’를 보고하기로 되어있는 방침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7일 오노데라 방위상은 토쿄를 찾은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과 양국의 공동훈련을 합의했다. 일본 자위대와 프랑스 군은 ▲중국이 동남아시아 해역을 군사거점화 하는 상황에서 ‘항행의 자유’ 중시 ▲핵미사일 개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을 행사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는 현명한 평화공세에 나서야

자위대의 해외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일제 패망 이후 평화헌법과 국제사회의 견제로 제한받아왔던 일본의 군사행동. 마침내 그 빗장이 해제되려 하고 있다. 우리는 동시에 남북 올림픽 단일팀이라는 첫 장면도 함께 맞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어떤 압박을 가하던 우리는 굴하지 않고 꿋꿋이 남북 대화의 길을 걸어 나가야 한다. 한미 군사당국은 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전후로 한반도 인근 해역에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등 미국의 전력이 속속 모여든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여기에는 미군의 운영을 지원하면서 한반도에서 자위대의 무력시위도 전개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며 끊임없이 전쟁가능성을 강조하는 일본정부의 흔들기를 과감하게 걷어 남북 대화와 평화와 통일공세를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

이제 ‘평화를 뒤흔드는 자 그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절실하다. 남북 대화의 문이 열리면서 평창올림픽을 향한 지구촌의 이목이 뜨겁게 쏠리는 천재일우의 역사적 시기. 단합된 남북이 손을 맞잡고 경기를 펼치며 응원에 나서며 환호에 젖은 순간을 세계에 널리 전파해야 한다. 그리하면 한반도 해역에 모여든 미군과 자위대 군함의 무력시위가 부질없는 시도임을 각 당사국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리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을 찾는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와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공인받겠다는 아베 총리에 맞서, 오는 2020년 토쿄올림픽에도 남북 단일팀을 추진해 평화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능수능란한 외교공세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평창 이후’와 남북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게 될 것이다. 위안부 합의와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공인받겠다는 아베 총리와 일본 극우세력의 야욕은 큰 차질을 빚게 될 테다. 중요한 시기, 정부의 담대한 방향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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