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낯④> 조선의 민족자결 짓밟은 윌슨, 점령자 미군정

“조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독립운동을 수행하는 데 미국이 협조한다는 어떤 기대도 갖지 않도록 조심하라.”
-1919년 4월, 미 국무부가 경성 주재 미국총영사에게 지시한 전문 내용

1919년 연초, 미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를 논의하는 파리강화회의에서 “각 민족은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민족자결주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민족은 해당되지 않았다. 민족자결주의는 어디까지나 세계대전에 참여한 서구의 전승국에게 적용되는 가치였다.

제28대 미 대통령 우드로 윌슨

미국을 비롯한 전승국은 패전국인 독일과, 터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를 분열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독립국에 자신들의 편을 드는 정권을 세워 철저히 이득을 누리려 했다. 한편으로 민족자결주의에는 ‘미국식 자유주의’에 반하는 러시아(소련) 땅에 거주하는 여러 민족들의 독립을 조장, 새롭게 대두한 사회주의 진영을 약화시키려는 속셈도 자리했다.

이처럼 미국은 민족자결 정신을 새긴 ‘식민지조선’의 민중들이 곳곳에서 3.1운동에 나서 독립을 부르짖자 그 등에 비수를 단단히 꽂았다. 미국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3.1 운동의 한 장면. 광화문 기념비각 앞에서 만세를 외치는 민중들. 3.1운동은 지식인뿐만 아니라 학생, 기생 등 다양한 민중들이 참가해 곳곳에서 일제의 탄압을 떨쳐내고 물결친 혁명이었다.

미국은 1943년 11월 22일, 전후 세계질서 조정을 주제로 미·영·중 3국이 논의한 카이로선언(연합국의 대일 전쟁목표에 대한 포괄적인 성명)에서 조선 독립논의가 나오자 “적당한 시기에”를 밀어붙여 독립을 확정짓지 않았다. 일본의 패색이 짙던 1945년 8월 10일 전후 배상문제 협의 차 모스크바에 방문한 미국 특사 에드윈 폴리는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한반도와 만주의 공업 지역을 점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윈의 말을 전해 받은 대통령 트루먼은 “만약 일본이 항복한 이후에도 소련군이 점령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즉각 한반도의 항구를 점령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렇듯 당초 미국은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난 한반도 전역을 사실상의 식민지로 삼겠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그러나 1945년 8월 8일 대일선전포고를 한 소련군이 조선·중국 항일무장독립세력과 함께 일제 관동군을 격파하고 신속하게 한반도로 남하한다. 미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초조한 미국은 한반도 전체가 아닌 남조선 점령을 결정했다. 미 육군부 작전부 소속 딘 러스크(훗날 국무장관)는 한반도 지도를 펼쳐 북위 38선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이 38선 이남이라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고 미 정부에 보고해 동의를 받았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38선을 기준으로 조선을 남선 북선으로 구분해 식민통치한 일제의 지배전략과도 일치했다. 조선 민중의 독립의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몽양(夢陽) 여운형

맥아더는 일제가 항복을 선언한 뒤 1945년 8월 21일, 마지막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에게 미군정의 주둔 이전까지 당분간 조선을 통치하라고 통보했다. 일제 패망이 닥쳐오자 엔도 류사쿠(遠藤隆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여운형 선생으로 대표되는 조선 건국준비위원회에게 모든 권력을 양도한 주권이양 합의를 뭉갠 것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미군의 위압적인 구둣발이 서울 도심을 울렸다. 1945년 9월 9일, 서울에 주둔한 미군정은 옛 조선총독부 건물 게양대에 걸린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올렸다. 미국이 이남 조선을 점령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일본과 이남의 미군정을 총관할한 맥아더는 앞서 9월 7일 ‘조선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포고령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극히 오만한 명령’을 내렸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걸린 성조기

“일본천황의 명령에 의하여 그를 대표하여 일본국 정부와 일본 대본영이 조인한 항복문서 내용에 의하여 나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 조선인민의 오랫동안의 노예상태와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 조선인민은 점령목적이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자기들의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보호함에 있다는 것을 새로이 확신하여야 한다.”
-태평양방면 미국 육군부대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일본인이 여전히 조선총독부를 드나드는 1945년 9월, 민중들이 “일본 경찰은 물러가라”며 저항했다. 불을 뿜은 미 헌병의 무차별 사격에 3명이 목숨을 잃고 여러 명이 부상당했다. 맥아더를 대신해 미군정을 관할한 24군단장 육군중장 하지는 “내가 일본의 식민통치 기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뻔뻔하게 응수했다. 이남 조선이 조선인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미군정의 점령지임을 명백하게 선언한 셈이다.

이남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자처한 미군정은 일제에 이어 조선에 대한 폭압적 식민통치를 본격 전개했다. 그 방식은 일제 당시보다 악랄하다 할 수 있다. 미군정은 이북과의 서신·전화를 주고받는 일상(남북만남)을 일일이 검열해 민족만남을 차단하고, 친일파 출신 경찰을 적극 기용해 군정 반대여론을 무력으로 짓눌렀다.

미국이 이남 조선의 목소리를 군홧발로 진압한 후과는 무척이나 혹독했다. 이후 미군정은 민족의 분단과 전쟁, 엄청난 수의 양민학살에 앞장선다. 이 모든 끔찍한 비극은 미군정과 그 앞잡이 민족반역자에 의해 벌어졌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국가수립, 좌익과 우익의 경계를 허물고 민족 간 융화를 꿈꾸던 조선 민중의 꿈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결코 우리의 구원자가 아니다. 미군정은 해방군이 아니라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체계를 이어받아 한반도를 분단으로 내몬 점령군이다 ‘위대한 미국’이 일제의 잔혹한 식민통치에서 한반도를 해방시켰다는 거짓 신화를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우리의 주권을 유린하고 분단을 획책한 원흉, 점령자 미국의 실체를 바로 알아야 판문점선언이 명시한 자주평화통일의 앞날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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