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재벌 말고 민생경제를 살려야

문재인 정부 국정지지율이 50% 초반으로 떨어졌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국정지지율은 53%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국정지지율에 부정 평가를 한 이유 중 41%가 경제 및 민생 문제 해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집권 2년 차에 공약을 폐기한 문재인 정부

민생에서 가장 논쟁이 되었던 것은 최저임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만들겠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였다.

그러나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8천 350원으로 결정하면서 올해 7천 530원에서 10.9% 인상했다. 그 결과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20년에 최저임금을 1천650원, 19.76%를 인상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 이튿날 뒤인 7월 16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최저임금 공약을 폐기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포기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져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기에 한결 쉬워졌음에도 일어난 일이다. 앞선 5월 2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숙식비, 교통비, 정기 상여금 등 복리후생비가 새롭게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된 것이다.

즉, 고용주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임금을 올렸다고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주요 공약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주요 경제 발전 방식으로 주장해온 ‘소득주도 성장’이 궁색하게 되었다.

갑 앞에서 을과 병이 싸우게 된 최저임금 상승

최저임금 인상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를 흔들었다.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 일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일면 이해가 간다. 편의점주들은 가뜩이나 가게 임대료, 카드 수수료, 가맹점 수수료로 막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편의점주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인상한 탓에 부담은 고스란히 편의점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대료는 영세 자영업자의 커다란 부담이다. 중소기업청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50㎡ 면적의 1층 상가의 1월 말 임대료는 서울 강남역의 경우 2010년 2800만 원에서 2012년 4600만 원으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경우 2010년 270만 원에서 2012년 320만 원으로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임대료는 2010년 946만 원에서 1420만 원으로 474만 원이 올랐다. 자영업자는 급격한 임대료 인상을 견뎌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카드 수수료 또한 영세 자영업자들에는 더욱 불리한 구조다. 카드사가 대기업에게는 0.7%가량의 저렴한 카드 수수료를 적용하는 대신, 중소 가맹점에는 2% 이상의 수수료를 매긴다. 영세 중소자영업자는 대기업의 3배가 넘는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프렌차이즈는 본사가 일반적으로 매출총이익의 35%를 가져간다. 실제로 편의점 가맹 점주들의 모임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는 편의점 씨유(CU)를 운영 중인 비이에프(BGF) 리테일에 가맹수수료 인하 등 거래 조건 변경을 요청하며 협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은 영세 중소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재벌 대기업과 건물주의 횡포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상승시킨 것은 ‘갑’은 그냥 둔 채 ‘을’과 ‘병’을 싸움 붙인 결과를 낳았다.

친재벌 정책으로 기우는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위해서는 그 비용을 한국 사회의 부를 독식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고를 털어 최저임금 인상분을 일부 보존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고 있다. 정부가 2017년 11월 9일 2조9708억 원을 투입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긴급 대책을 발표한 것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세금으로 메꾸는 식의 대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은 그대로 둔 채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하는 식의 ‘소득주도 성장’은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들과 다르지 않게 친재벌 정책을 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에 국빈 방문 중인 7월 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었으나 지난 2월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식 행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8월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 방문을 앞두고 ‘노골적인 삼성 구애’라는 비판이 일자 청와대는 김동연 부총리에게 ‘삼성에 투자 및 고용 구걸 말라’고 시급히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김동연 부총리는 삼성 방문 당일 투자·고용 계획을 받아 발표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엘지·에스케이·현대차·신세계를 방문했을 때는 해당 그룹의 투자·고용 계획을 받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숙원인 은산분리 완화를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친재벌 정책은 특히 은행-산업 분리, 이른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행하는 데서 뚜렷이 드러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로, 재벌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장악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경제 구조는 재벌과 대기업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은행업까지 진출할 경우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유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박근혜 정부도 추진했다가 결국 실행하지 못한 재벌의 숙원사업이다.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했었지만, 당시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실련·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재벌과 관료에 포획되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추혜선 의원은 “재벌 입김이 센 현실을 비춰볼 때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풀고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는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이런 발제를 해야 하는 마음이 너무 참담하다”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생 경제 발전을 위해선 체질 개선에 나서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을 넘어 재벌 중심의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진보지식인 323명의 서명을 받아 7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선언은 “우리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경제정책 기조로 내걸고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다”며 “당연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책이 뒤따를 줄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재벌개혁 핵심 법안은 거의 성과가 없고 갑질 방지 방안도 시행되지 않았다”며 “재벌 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할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벌이 장악한 한국 경제 상황에서 소득 주도형 민생 경제 발전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의 중요 적폐인 재벌에 끌려다닌다면 대한민국은 재벌과 대기업만 잘사는 나라가 될 뿐 결국 이미 파탄 난 민생 경제는 회복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위한 민생 경제 발전에 흔들림 없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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