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가계부 들여다보기

마식령 스키장 요금 60원은 어느 정도 부담인가

 

1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마식령 스키장 이용 요금이 일일권 기준 외국인은 35달러, 북한 주민은 60(이 글에서 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북한 화폐 단위다) 이라고 한다. 한국 돈으로 4시간에 5만 원 안팎을 호가하는 국내 스키장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북한 돈 60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까?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주민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계부를 구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일반 가정의 수입, 지출 규모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노동자 평균 수입은 월 60만 원?

 

먼저 북한 노동자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동일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회주의 경제 원리에 대해 흔히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만큼 받는다고 표현한다. 즉 개인이 생산수단(토지, 공장 등)을 소유할 수 없을 뿐,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북한이 1949년 내각결정 제196호를 통해 정한 임금기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무직보다 기술직이, 경노동보다 중노동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또한 같은 공장 안에서도 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게 하였다. 그러나 일부 기업소에서 이런 원칙을 잘 지키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평균주의적 분배를 하여 생산성 저하를 초래했다.

 

이에 북한은 200271일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해 기업소가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분배하도록 새로운 기준을 정해주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몇 차례 경제개선조치가 있었고 중간에 화폐개혁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얼마나 될까?

 

정창현 교수가 2013617일 통일뉴스에 기고한 글 수익에 따라 노동자 임금 자율 결정에 따르면 대략 40~60만 원가량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성공단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100달러인데 이를 북한 시장환율로 환산하면 8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2013513자유아시아방송(RFA)개성공단 노동자들 무엇이 문제였나①>라는 방송을 통해 개성공단의 일부 노동자들은 보잘 것 없는 월급에 불만이 컸다고 보도했다. , 80만 원 정도의 임금이 결코 북한에서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 교수의 추정이 결코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성공단 평균 임금은 80만 원  ⓒ1코리안뉴스

 

여기서는 노동자 평균 월수입을 60만 원으로 보기로 한다. 한국에서 노동자 평균 월급은 2011년 기준 235만 원 가량 되므로 대략 북한돈 1원이 한국 돈 4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비는 얼마나 들어갈까?

 

부식비 부담은 한국의 절반 정도

 

가장 먼저 주식인 쌀을 보자. 북한은 군인을 포함해 600만 명에게 국가가 쌀을 배급하고, 농민들은 현물분배로 받고, 나머지 1000만 명의 도시 주민들은 소속 공장, 기업소에서 도매가격으로 공급받으며 월급에서 공제된다.

 

4인 가족 기준 1일 쌀 소비량은 1kg, 한 달이면 30kg이 필요하다. 2012년에 국가의 쌀 수매가가 시범 협동농장의 경우 kg800~900원 선이라고 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북한 경제건설의 현황과 전망37) 소비자가격은 쌀 수매가보다 낮을 것이지만 알 수 없으므로 국가의 쌀 수매가를 기준으로 보면 4인 가족이 쌀 소비에 사용하는 돈은 2500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월수입을 60만 원이라고 할 때 쌀 소비에 0.4% 가량 사용하는 셈이며 한국 돈으로는 1만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쌀 30kg에 대략 6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하는 쌀값은 훨씬 비싸 kg5천 원을 넘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2013828일자 보도 이례적 쌀값·환율 안정세) 국가 수매가의 대략 6배에 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 주민 대다수는 정부나 기업소를 통해 쌀을 구입하며 부족분이 있을 경우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쌀 구입에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른 부식물들은 어떨까? 20131221KBS 프로그램 요즘 북한은에 따르면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있는 삼태성청량음료점(속성음식센터=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를 190, 한국 돈으로 2100원 정도에 판매한다고 한다. 2012년에 발행된 월간 민족21 132호에는 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20121월에 문을 연 광복지구상업중심(상업중심은 국내 대형 할인마트와 비슷한 개념이다)에서 파는 닭알빵(계란빵)과 밤빵이 한 봉지에 400광복거리의 슈퍼마켓에서 통닭구이 1kg1만원, 고기만두 1kg3천원, 은하수과자 5kg18천원 보통문거리 고기상점에서 칠면조고기가 1kg1,300, 오리고기가 1kg700, 생돼지발족이 1kg5002012년 평양 전문상점에서 가공포장한 돼지고기 1kg1천원 내외 등이다.

 

국내 시세와 비교해보면 북한 돈 1원이 한국 돈 10원 정도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임금과 비교해보면 부식비 부담이 한국의 절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휴대전화 요금은 어떨까?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은 이미 200만 대를 넘었다. 2012211(현지시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고려링크에서 판매하는 휴대전화의 사용요금이 평균 13.9달러라고 보도했다. 사용요금을 국제환율로 치면 1668, 국내협동화폐가격(북한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특혜 환율)으로는 111200원 정도 된다. 월급을 60만 원이라고 볼 때 국제환율로 치면 0.28%에 불과하지만 국내협동화폐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19%에 달해 휴대전화를 쓰기에는 큰 부담이 된다. 개성공단 평균임금인 100달러를 기준으로 봐도 월급의 14% 가량을 전화요금에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5월11일공장에서 생산한 스마트폰  ⓒ1코리안뉴스


참고로 국내 이동통신 31인당 평균요금은 33154(20132분기 기준)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의 1.4% 정도다. 그럼에도 북한에 휴대전화 보급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수입원이 있거나 국제환율을 기준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하겠다.

 

마식령 스키장 60원은 무료 수준

 

서비스품목도 살펴보자. 릉라인민유원지 입장료는 2000원이며, 개선청년공원 입장료는 300원이지만 몇 가지 놀이기구를 이용하면 1인당 1000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위 우상호 의원 정책자료집 53) 20121231일자 연합뉴스 보도 중국 언론 평양 찜질방·스케이트장 가보니에 따르면 류경원의 목욕비는 100, 찜질방 이용료는 5천 원, 탁구장 2시간 이용료는 1천 원이라고 한다. 또 류경원 옆에 있는 인민야외빙상장 입장료는 1800, 스케이트 대여료는 1200원이다. 인라인스케이트 가격은 221600원이다.

 

▲릉라인민유원지 전경  ⓒ1코리안뉴스


유원지나 공원 입장료, 놀이기구 이용료는 한국과 비교해서 대체로 싼 편이다. 또 한국에서 목욕비가 보통 5천 원, 찜질방이 8천 원 가량 하는 것과 비교하면 목욕비는 10분의 1 수준, 찜질방은 세 배 가량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스케이트 입장료+대여료가 14천 원임을 고려하면 스케이트 이용료는 비슷한 수준이며, 인라인스케이트는 국내에서 10만 원 안팎에 살 수 있으니 꽤 비싼 편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마식령 스키장 하루 이용료 60원은 거의 무료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상징적 의미에서 돈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가계부를 직접 들여다보기 전에는 생활수준을 알기 쉽지 않다. 대체로 소득에 비해 생활비가 크게 부족해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추가 소득이 있거나, 추가 지출 항목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북한의 물가가 어떠하든 소비품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이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소비품 가운데 중국산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갈수록 북한산 제품의 비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공업, 농업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징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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