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읽고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를 읽고

 

주권방송 서지연PD

 

시대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없지만

유독 그 시대를 혹독하게 겪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혹독한 시대를 피할 것인가, 아니면 마주할 것인가

중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처절하기만 합니다.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는 누구보다 시대를 혹독하게 겪어야만 했던

모니카 마시아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스페인에서 막 독립한 적도기니 대통령의 막내딸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지원을 받은 사촌이 쿠테타를 일으켰고

다급한 상황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삼남매를 평양으로 보냅니다.

김일성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형님만 믿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맡아 주십시오.”

 

이후로 상황은 어린 모니카가 겪기에는 너무도 잔인하게 흘러가지요 .

아버지의 처형.

쿠테타 세력에게 잡힌 오빠.

그 오빠를 구하러 적도기니로 떠난 엄마.

 

살기 위해 어린 모니카가 택한 방법은 거부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무의식 속에서 일어났을 테지요.

쉴 새 없이 조잘대던 스페인어를 갑자기 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쌀밥으로 대표되는 조선음식도 먹지 못합니다.

 

조선말밖에 하지 못하고

떡과 빵밖에 먹지 못하는

평양의 흑인 아이, 모니카.

 

조선 사람일 수도, 적도기니 사람일 수도 없는 그녀에게

북한은 어떤 나라였을까요?

 

우선 북한은 의리의 나라였습니다.

 

죽은 아버지의 편지 한 장만으로

20년 가까이 모니카 삼남매를 대학 졸업까지 시키는 나라.

쿠테타에 성공한 적도기니 대통령이

그들 삼남매를 데려가려고 북한에 왔을 때

외교적 부담을 무릅쓰고 약속은 약속이라며 삼남매를 지킨 나라.

모니카 자매를 위해 만경대혁명학원에 없는 여학생반까지 만들고

모니카가 스페인어를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위해 스페인어 개인교사를 배치시키고

모니카가 진로를 정할 때

험난한 세상 그래도 살아갈 기술은 있어야 한다며 실용기술을 배우기를 권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벽이 있는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외국인인 그녀는 일반 가정에 방문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대학을 가서는 외국인 전용 숙소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야 했습니다.

넌 다르니까로 거절당했던 첫사랑 고백처럼

늘 벽이 느껴지는 긴장된 나라였습니다.

 

반면 여느 세상처럼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면 성형수술을 한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고

몰래 망을 봐 가며 담배도 피우기도 하고

혼전임신을 해서 휴학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정의 무균실이었습니다.

상이군인이 된 애인과 결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대학생들의 치열한 논쟁거리인 나라.

때 묻지 않은 순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런 북한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가 약속한 기간인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그녀는 떠나기로 마음 먹습니다.

적도기니로 향한 언니나 오빠와는 달리

그녀는 먼저 세상과 마주하기로 하지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으로 나와 처음으로 맞닥뜨린 현실은

악마의 딸이었으니까요.

 

그녀의 아버지는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한 냉혹한 독재자로

그녀의 양아버지 김일성 주석 역시 세상에 둘도 없는 독재자로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세상을 향해 물어야 했고 답을 얻어야 했습니다.

나는 악마의 딸인가요?”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여행.

그녀는 여행을 하며 철칙을 세웁니다.

이제 내 눈으로 본 것만 믿겠다.”

 

모니카는 스페인에서 자본주의와 마주하고

뉴욕으로 가 악이라 여겼던 미국과 마주하고

한국으로 와서 분단된 반쪽 고향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아버지와 조국 적도기니와 마주합니다.

 

이 책은 혹독한 그녀의 삶의 여정에 비해 쉽고 가볍게 쓰여진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결국 프레임이다.

우리는 권력자들의 의도된 프레임에 의해 세상을 본다.

 

평양보다 뉴욕이 자유로운가

평양보다 서울이 행복한가

결국 모두 제한되어 있고 갇혀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직접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남과 북을 모두 겪은 모니카.

이제 그녀는 자신의 고향을 한반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남과 북, 모두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레임의 속박에서 벗어나 서로 마주할 때

서로를 사랑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주함입니다.

4 COMMENTS

  1. 모니카 마시아스는 특별한 인물인거! 왜냐하면 그녀는 납북도 월북도 아닌 부모에 의해 정치적으로 망명하기위해 북한생활을 했다는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거지!

  2. 만경대혁명학원시절 당시 급식메뉴로는 흰밥에 된장국 시금치 된장무침 김치등이었는데 모니카 입장에서는 맛없는음식이겠지만 먹을것이 없는 북한에서는 그나마도 대단한 음식이라고!

    • 모니카가 북에 있던 기간은 북한 경제가 한창 잘 나가던 때였는데 무슨 말씀인지. 북한에 기근이 닥친건 9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무조건 북한을 깎아내리는 건 부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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