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동 박사 인터뷰 3부. 북한 사회와 문화 관련

3부. 북한 사회와 문화 관련

1. 가장 최근 방북은 2013년 9월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 숙소나 식당, 편의시설들을 이용하셨을 텐데 자세히 묘사해주시기 바랍니다.

평양에 가면 평양의학대학 병원 가까이에 있는 고려호텔에 머뭅니다. 아침 식사는 호텔식당에서 합니다. 북녘 음식 맛도 즐기고 또 어떤 외국인들이 북에 드나드는지도 알게 되고 또 서로 인사하며 무슨 일로 왔는지도 알아보게 되지요. 병원에 가면 북녘 의사들과 함께 수술하고 점심은 늘 수술실 옆에 있는 휴게실에서 수술복 입은 채 함께 합니다. 식단에는 평양냉면이며 내가 좋아한다고 소문 난 오리고기에 생선 등이 정성스럽게 올라와 맛있고 재미난 식사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서 수술한 환자, 또 다음 수술할 환자 얘기에 X-레이 필름 보기 등을 합니다.

병원 일 끝나면 오후에는 고려호텔 면담실로 찾아와 주는 북녘 학자나 관료들과 만나고 저녁에는 주로 초대소에서 관료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오랜 시간 남북문제와 통일관련 얘기를 나눕니다. 미국 소식, 남녘소식 또 북녘 소식 등 제한 없는 화제로 얘기하며 토론합니다. 주로 북에 부탁하는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쓴 소리를 많이 하고 그들은 잘 적어 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양시내에 있다는 편의시설 같은 데를 이용해 보는 적이 없어서 얘기할 것도 별로 없네요. 

아, 지난 2012년 만수대의사당에서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장인 김용진 내각 부총리로부터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난 뒤 축하 점심식사를 새로 개점한 <해맞이식당>에서 했어요. 품위 있는 일류 조선음식점인데 내부가 정말 고급스럽고 우아해요. 안내된 방에서 접대원들도 한복 곱게 차려 입고 매우 친절하게 봉사하더라고요. 국가학위수여위원회 서기장인 강천금 여사와 장창호 정형외과 연구실 고문, 문상민 병원장, 여러 정형외과 교수, 과장, 의사, 선생들에게 내가 한턱 대접 했어요.

혹시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통일 토론 말고도 그런 편의시설 이용할 기회가 생기면 자세히 설명해 드리며 궁금증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일이 바빠서 문화예술 공연이나 승마장, 물놀이장, 유희장 들 구경도 못해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는 아리랑 집단공연도 나는 아직 못 보았습니다. 참, 인민들의 일반 생활을 폭 넓고 깊이 알아보려고 애 쓰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정태일 부부가 이런 데는 재미난 애기가 많을 것입니다, 

2. 5.1경기장, 금수산태양궁전, 평양 지하철, 인민대학습당 등 북한의 대표적인 건축물에 대한 소개도 보았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건축물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북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은 매우 거대하고 하나하나 꼭 의미가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지은 정부관련 청사나 박물관, 미술관 같은 것들은 대부분 신고전주의풍의 서방 건축양식이더군요. 근래에 지은 건축물들은 현대적인 것도 많은데 토지가 모두 국가소유여서 매우 여유 있는 즉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집체적인 예술성을 제한 없이 발휘하는 것 같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건축물들은 부동산 값이 대단해서 주어진 대지 위에 가장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한계에서 짓게 되지요. 그래서 성냥갑 모양의 수많은 건축물들이 겹겹이 늘어선 남녘 아파트 단지들을 보면 무서운 느낌마저 들더군요. 북에서는 이런 제약이 없어서 인지 살림집(아파트)들은 아름다운 원형, 타원형 아니면 층계식 외관에 변화무쌍한 건축미를 보여주고 있어요. 공공건물들 예컨대 새로 지은 원형의 인민극장 주위도 매우 시원하게 넓고 아름답더군요. 국립연극극장은 아주 현대감각의 예술적 조형미를 보여 주는 듯 변화가 많습니다. 근래에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완공한 창전 거리에 세워진 건물들과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들의 살림집 지붕 꼭대기 모습도 펼쳐 논 책을 형상화 한 것 등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그리고 인민대학습당 같은 건축물은 우리겨레 전통의 기와집 지붕의 곡선과 기와의 색깔도 청록색으로 시원하고 아름답게 지은 동양 최대의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앞 아래에 김일성 광장이 대동강가까지 펼쳐져 있고, 강 건너 주체사상탑 광장을 마주 하고 있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시미를 자랑하고 있어요. 인민문화궁전도 전통가옥의 모습에 실용적인 내부 모습으로 지어진 공공건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일성 생가의 소박한 모습도 있고 금수산태양궁전 같은 것은 지나칠 정도로 크고 넓고 아름답게 대리석으로 지었는데 외부사람이 색안경을 쓰고 보면 지나친 우상숭배라 하겠지요. 허나 북녘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건축물이 탄생하는가 봅니다. 그저 유럽의 화려한 궁전 보며 감탄하듯이 같은 마음으로 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남녘의 올림픽 경기장의 두 배 크기인 5.1경기장을 본 것이 20여 년 전 한 번이었고, 남녘에 지하철이 생기기도 전에 지었다는 북의 궁전 같은 지하철을 보고 놀란 것도 20여 년 전 얘기가 됐네요. 생전 변치 않을 보석 같은 돌로 제작한 대형벽화 같은 것도 경이로웠지요. 그러나 그 뒤 한 번도 더 못 가보았어요. 98년 겨울에 갔을 때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의 이름도 남녘에서의 국립<묘지> 라는 표현이 아니고 격을 높여 임금님의 것처럼 <릉>이라고 한 것에도 신경을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지요. 특히 어린 학생들의 과외학습장을 남녘에서처럼 그저 무덤덤한 <학생회관> 정도로 이름 짓지 않고 <학생궁전>이라 한 것도 학자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나라의 보배이니 궁전에 잘 모셔야지요.


3. 북한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요?


1992년 첫 방문 때 여러 명산 명소들 많이 보았어요. 그 뒤엔 별로 가본 데가 없어요. 그래서 가고 싶은 곳도 많죠. 백두산 천지며 압록강, 좁고 낮다고 하는 두만강, 고구려 유적들, 임꺽정의 구월산이며 칠보산이며 온천 들이며 많은데 여유 있을 때 정말 가보고 싶어요. 어느 점심시간에 평양의대병원 선생들이 <마전>이라는 낯 설은 이름을 말하며 그곳에 가봐야 한다더군요. 함경도에 있는 절경의 해변인데 문 병원장 말로는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산간지대까지 현지지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곳인데 너무 아름다워 하루 쉬고 오셨다면서 우리 여유 있을 때 과장 선생들이랑 거기 한 번 다녀와야 한다더군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가까운 산들은 예외 없이 민둥산이 되어 있어요. 춥고 배고프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땔감으로 나무를 다 베어 불 때느라 그렇게 되었다는 가슴 아픈 얘기이지요. 내가 남녘에 살던 1950년과 60년대 남녘의 산들도 민둥산이었습니다. 지금도 사람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북녘의 깊은 산 속엔 나무가 울창합니다. 어서 북녘나무심기가 더욱 번져야지요. 다 우리겨레의 산이고 강입니다. 


4. 조선혁명박물관에서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 장면을 보여주는 기록영화를 보면서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진심을 느꼈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아코디언의 기막힌 연주를 보면서도 질리게 되었다가도 자신의 선입견을 돌아보기도 했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의 집단주의 문화와 서구사회의 자유주의 문화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다르죠. 아주 많이 다릅니다. 남에서는 개인 중심이고 북에서는 집단중심 즉 개인보다는 나라나 통일 같은 것에 마음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공부를 해도 <조선을 위해서 배우자>라 하더군요. 그래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표어가 인용되는 북녘입니다. 북이 말하는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 이런 자세로 인민들을 이끌고 가는 것이겠지요.

김일성 주석 사망 4년 뒤에 기록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인민들을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해 못하거나 저거야 말로 광신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그게 그들의 진심에서 우러난 눈물이라면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그 영상 앞에서 눈물짓지 않으면 잡아 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또 그것과 연계해 김정일 총비서의 운구차가 지나가는 눈 나리는 길 위에 미끌어질까 인민들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깔아주며 울부짖는 것을 보면서 느끼던 것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거기에서의 진심이라면 어쩌겠습니까? 

남녘 이승만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서 떠나는 길에 서서 우는 사람들과 환호하는 사람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하다 부하에 의해 사살 당했을 때 국민들의 반응하던 모습과 대비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는 김일성 주석이 평등한 사회주의 낙원과 자주의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북녘 인민들의 세계에서, 김정일 장군이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며 노력해서 드디어 외세를 물리칠 핵미사일 강국으로 만들어 줬다고 믿는 인민들과도 대조해 역지사지의 사고를 해 볼만 한 것이 아닌가요.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너무나 앙증스러운 모습으로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며 가졌던 혐오감도 신은미 여사가 리틀엔젤스 합창단원 시절 뭇 매를 맞아가면서 연습에 연습을 거쳐 세계적 합창단으로 명성을 떨친 뒷얘기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다만 한 나라가 두 나라로 분단되어 서로 반목대결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야만 이런 허무한 논쟁은 끝날 것이란 생각이 슬플 뿐입니다.

그래서 남녘이든 북녘이든 항상 잘 됐다는 또는 잘 못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 시대에 그 나라에 맞는 행동을 두고 반대편이 너무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 볼 때, 자신들의 모습은 그 반대편에 어떻게 보여지고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직접 상대를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많아 만나고 많이 밥 먹고 술도 마시며 얘기해야 합니다.


5. 올해도 방북 계획이 있는지요?


제가 봄이나 가을에 한 번씩 가거든요. 이번 봄에는 남녘에서 3주일 동안 전국순회강연을 하는 중이라 이번에는 가을에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의사선생님들도 환자들도 나 오기를 많이 기다린다고 합니다. 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 인공관절 치환수술 해 주는 것도 중요하고 보람이지만 더 큰 차원에서 남북이 서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어서 내가 말하는 남북연합방 합의하고 경제공동체 운영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 남북이 먼저 평화체제 구축하고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으로 세게 5대국 반열을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드디어 연방단계를 거쳐 통일 고리공화국(Corea Republic)으로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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