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가 부활하는 북한 사람들

지난해 8월 29일 조선일보는 이른바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10여 명이 부적절한 영상을 찍어 총살되었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TV조선은 보천보전자악단 소속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이 북한 최고지도부와 관계가 있었다고 보도하며 그가 은하수, 왕재산 경음악단 소속 가수와 연주가, 무용수들이 부적절한 영상을 촬영해 판매하고 시청한 혐의를 받아 총살되었고 은하수, 왕재산 악단은 해체되었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들은 이 기사를 받아쓰기 바빴다. 심지어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도 9월 2일 이른바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처형된 장소는 평양시 순안구역 강건종합군관학교 전술훈련장”이라고 보도했고 12월 11일에는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대북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현송월 총살의 배후에 북한 지도부가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양산했다. 

국가정보기관이 나서서 조선일보 보도를 뒷받침해주기도 했다. 2013년 10월 8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10여 명에 대한 총살 내용에 관해 의원들이 질의하자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2월 10일에는 문화일보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 “(국가정보원은) 가수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인 10여 명이 지난 8월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5월 16일 죽었다던 현송월이 모란봉악단 단장 자격으로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참석하여 첫 번째 토론자로 나온 사실이 <조선중앙방송>에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현송월 처형과 관련해 수없이 양산된 언론들의 보도가 근거 없는 <소설>이었음이 밝혀졌다. 그제야 많은 언론들이 무분별한 북한 관련 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논설을 실었다. 

처음부터 이 기사에는 근거가 없었다. 일단 현송월이라는 인물이 북한 지도부와 관계있다는 부분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일부 <대북소식통>의 주장일 뿐이었다. 당시 관련 기사들은 모두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가에 도는 설에 따르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리고 언론들끼리 서로 꼬리를 물며 인용보도하는 식이었다. 

숙청 기사의 진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기사들도 그동안 계속 나왔다. 지난해 9월 30일에는 <뉴스1>이 현송월을 중국 선양(瀋陽)의 칠보산호텔과 인근에서 목격했다는 현지인의 증언을 보도했다. 탈북자들이 만든 <뉴포커스>라는 매체도 지난해 10월 8일 “은하수 관현악단 멤버 9명이 총살됐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는 허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음날 <평양방송>이 은하수관현악단의 <조국찬가>를 방송하여 해체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날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조선일보의 예술가 처형과 악단 해체 보도를 확인해준 다음날이었다.

결과적으로 가수 현송월은 처형은커녕 현재 북한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으로, 토론회의 대표자로 등장했다.

이렇게 한국 언론에 의해 죽었다가 부활한 북한 사람은 또 있다. 2008년 4월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는 대남정책의 실패 등을 이유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의 최승철 부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대거 숙청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008년 8월 <민족21>은 최승철 부부장 등 대남라인이 건재하다는 기사를 내보내 논란이 줄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2009년 5월 연합뉴스와 MBC는 다시 “대남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최승철 부부장이 처형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편승해 동아일보는 최승철 부부장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사까지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1년 뒤인 2010년 10월 처형당했다던 최승철이 조선직업총동맹(직맹)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오보로 판명났다.

이러한 특정인의 처형, 숙청 보도는 북한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가지게 하여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연속되는 오보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버젓이 기사로 보도되었으며 북한이 함부로 사람을 처형하는 곳이라는 인식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말았다.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숙청, 처형 보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013년 12월11일 당시 로동당 부부장이던 리수용이 장성택 숙청에 연루돼 처형됐다고 보도했으나 리수용은 2014년 최고인민회의 결과 신임 외무상에 임명되었다. 조선일보는 2013년 12월 11일 리설주 부인의 신상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거짓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기사는 아직도 포털에 그대로 게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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