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문경환(본지 기자)

라이너스 폴링은 역사상 유일하게 단독으로 노벨상을 두 번 받은 물리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다. 폴링은 화학분야의 성과로 195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며 1962년에는 반핵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매카시즘이 선풍을 불던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반핵운동을 펼치다 여권 발급을 거절당해 연구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왓슨과 크릭에게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에서 뒤쳐진 불운의 과학자기도 하다. 

폴링은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과학자의 표상이기도 하며, 한 가지 분야에만 매몰되기보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질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내가 오인동 박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삶에서 폴링과 비슷한 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인동 박사는 1970년 미국에 건너가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 하버드의대 교수와 MIT 생체공학 강사를 역임하고 인공관절기 분야에 탁월한 공로를 세워 여러 학술상을 수상했다. 타 민족에게 배타적인 미국 의학계에서 이 정도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인동 박사의 의학자로서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인동 박사는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민족문제, 분단문제에 눈을 뜨고 통일운동에 매진한 그는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따로 있고 그저 좋은 뜻에서 단체에 이름만 올리는 사람들과 달리 오인동 박사는 민족문제, 분단문제에 대해 치열한 사색과 연구, 실천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꼬레아, 코리아>,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등 많은 책을 썼다. 이번에 내가 읽은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은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우연한 기회에 오인동 박사께 직접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여러 주제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볼 수 있는 단편적인 글들 가운데 내 눈을 끈 것은 <어느 북녘 지성인의 편지>라는 글이었다. 

오인동 박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남과 북을 모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한 세계적인 인공고관절 권위자이기에 남과 북은 물론 미국의 고위 공직자들과도 교류가 가능했다. 

이 글은 오인동 박사의 글을 본 한 북한의 관리가 이메일로 보낸 글인데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북한을 연구하는 내게는 매우 희귀한 자료였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북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한 북한 관리의 항변이 담긴 이 글을 다른 이들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글은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에 이미 실렸던 글로 이번에 새로 보완한 <고리 공화국 통일방안>이란 글이다. 

정치·외교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남북의 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사색한 저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3단계로 되어 있는 이 통일방안은 6.15남북공동선언 제2항에서 합의한 통일방안에 기초해 저자가 나름의 고민을 더해 정리한 새로운 통일방안이다. 

물론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통일의 복잡한 문제들을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지 따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따지는 이들에게 그런 문제 이전에 정말 통일을 할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크림자치공화국이 단 일주일 만에 러시아와 병합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통일도 이처럼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국가 사이의 통합도 단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두꺼운 통일방안 교과서가 없어서 통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통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통일을 못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통일을 위해 자신의 재능과 정열을 바치는 데 정작 분단으로 매일을 전쟁의 위험 속에서 보내는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지 않는가, 이것이 이 책이 나에게 전해 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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