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정훈 감독 징계 오보사건

6월 23일 새벽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 결과 한국팀이 2-4로 패배했다. 한국팀과 홍명보 감독의 선수선발을 비판하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월드컵에서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의 거취가 논란이 되는 경우는 많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이 월드컵 예선에서 3패를 한 후 북한의 김정훈 감독이 징계를 받아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다는 오보도 비슷했다.

보도의 첫 시작은 2010년 7월 26일자 <자유아시아방송>(RFA)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이후 귀국하여 사상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김정훈 감독은 노역에 동원되었다는 소식이 있으나 사실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모두 출처가 불명확한 이른바 “대북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였다. 다음날 뉴데일리, 노컷뉴스, 조선일보 등은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거의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은 일반 보도 뿐 아니라 <만물상>코너에 까지 이 기사를 주제로 글을 썼다.

만약 이대로 끝났다면 그저 그런 미확인 가십 기사 정도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타블로이드 일간지 <더 선>이 8월 1일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하여 자신의 홈페이지에 보도하고 이를 다시 한국의 언론들이 받아쓰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참고로 <더 선>은 세계최대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 코퍼레이션 계열 신문사로 이른바 황색언론으로 알려져 있는 신문이다. 이 신문에 실리는 기사들은 자극적이거나 사실 확인이 안 된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극우 방송사로 유명한 미국의 폭스 뉴스도 이 그룹 계열사다.

<더 선>은 조선일보를 인용하여 북한 대표팀에서 사상비판이 이루어졌다는 보도를 했다. 여기에다가 북한 감독은 (패배의 책임을 지고) 노역을 하고 있는데 영국 감독은 뭐하냐는 식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했다. 한국 언론들은 <더 선>의 선정성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경쟁적으로 북한 감독 강제노역설을 보도했다. 

한국언론들은 <더 선> 기사에서 영국 감독을 언급한 부분은 제외하고 원출처가 조선일보라는 내용도 제외한 채 <북한 김정훈 감독, 하루 14시간 ‘강제노동’>(경향), <北축구팀 감독 강제노역(?)>(연합), <북한 축구 김정훈 감독 강제노역 징계 충격>(스포츠조선), <북한 김정훈 감독 건설현장서 강제노동>(동아일보) 등과 같이 보도했다. 8월 4일 한국기자협회 뉴스에 따르면 헤럴드경제,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등 경제지를 비롯해 조선, 중앙, 동아, 국민, 서울, 경향 등 국내 대다수 언론들이 이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썼다고 한다.

 날짜

 언론

 보도주요내용

2010.7.26

자유아시아방송

<대북소식통> 인용, 사상비판이 있었다고 알려졌다고 보도, 김정훈 감독이 건설현장에 동원되었다는 보도도 있으나 사실여부는 확인 불가라고 보도

2010.7.27

조선일보, 뉴데일리, 노컷뉴스

자유아시아 방송 보도 인용, 사상비판이 있었다고 알려졌다고 보도, 김정훈 감독이 건설현장에 동원되었다는 보도도 있으나 사실여부는 확인 불가라고 보도

2010.8.1

영국 <더 선>

조선일보 인용, 김정훈 감독의 건설 동원을 언급하며 영국 감독은 뭐하고 있냐는 식의 선정 보도. 조선일보 출처 밝힘.

2010.8.2

국내 주요 일간지, 경제지

<더 선>을 인용, 김정훈 감독이 (14시간)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 원출처 조선일보라고 밝히지 않음


출처가 불명확한 강제노역 기사가 마치 사실처럼 변해 한국에 보도되고 논란이 되자 8월 11일 FIFA에서는 북한축구협회에 김정훈 감독 강제노역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청하기까지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김정훈 감독 강제노역설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8월 3일 이데일리는 일본에서 활약 중인 재일동포 축구칼럼니스트 김명욱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대표팀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김정훈 감독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어떤 근거로 이렇듯 황당한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이어 11월 6일에는 김정훈 감독이 <4.25체육단>으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졌으며 11월 23일에는 YTN 등의 한국 언론이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인용하여 북한의 김정훈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 AFC의 <감독의 밤> 행사에 참석해 상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북한축구협회가 FIFA에 “김정훈 감독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전혀 근거 없는 보도일 뿐이다”고 반박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로써 김정훈 감독의 강제노역설은 사실상 오보로 확정 되었다. <더 선>도 오보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기사를 썼다. 

김정훈 감독 징계 오보에서 보여진 미국 방송사 → 한국 언론사 → 해외 언론사 → 한국 언론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맹목적이고 사대적인 서구 언론 추종 행태를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북한 김정훈 감독이 2010년 월드컵에서의 부진 때문에 강제노역에 동원 되었다는 기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지 4년이 가까워온다. 그러나 강제노역 기사는 여전히 포털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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