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AOK대표

AOK(Action for One Korea)를 통해 대중적인 통일운동을 꿈꾸고, 그 꿈을 실천하고 계시는 정연진 AOK대표 실행위원님(이하 대표)과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통일운동과 정연진 대표님의 방북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1.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목표로 통일운동을 지향한다고 들었습니다. AOK란 어떤 단체며,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영화를 찍을 때 영화감독이 “레디? 액-션!”하면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하듯이, 보통 시민들이 <통일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가 되어 참여하자, 즉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들 손으로 통일시대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회운동입니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해서 해외동포들과 내국인들이 실시간 소통을 통해 통일 논의를 벌여나가고 있어요. 아마도 SNS를 기반으로 지구촌을 연결해가는 운동이라는 면에서 기존의 통일운동 단체들과 차별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3월 페이스북에 Action for One Korea 라는 그룹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해서 2013년 4월과 5월에 각기 LA와 서울에서 출범식을 가졌지요. 하나의 코리아를 위해 해외와 국내 마음을 결집하고 “우리가 제시하는 통일비전에 지구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자,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을 끌어들이자, 그래서 한국인들과 함께 세계인이 함께 통일 코리아를 염원하고 성원하게 하자”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 코리아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드림이 된다면 멋지지 않겠습니까.

또한 AOK는 지역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각을 갖춘 글로컬(glocal) 운동을 지향합니다. 지역공동체를 살려야 한국의 사회운동이 더욱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인터넷 시대에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글로벌 운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6월 첫  2주 간 한국에 들어와 나주, 거창을 비롯한 8개 지역의 순회강연, 모임을 가졌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2. AOK 창립식에서 창립선언문이 아닌 사명선언문이 낭독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명선언문 내용과 취지가 무엇일까요?

네, AOK는 풀뿌리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지향하기에 길고 거창한 창립선언문보다는 간결하고 쉽게 와 닿는 다음과 같은 사명선언문을 출범식에서 낭독했어요.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 강령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우리는 동포(한국)사회에 통일이라는 과제를 희망차고 즐겁게 토의하는 문화로 확산시킨다. 

2. 우리는 일상생활에 통일염원을 결합하여 생활 통일운동을 실천한다. 

3. 우리는 배움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겨레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공부를 해나간다. 

4. 우리는 미래세대와 함께 지구촌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통일나라의 비전을 만들어간다. 

5. 우리는 내가 속한 지역사회(동포사회)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범을 보여 겨레의 화해와 통합에 기여한다.

이러한 사명선언문을 LA창립식에서는 1.5세대(이민1세와 2세의 중간으로 주로 한국에서 초등, 중학교를 다니다 부모와 함께 이민온 세대) 회원들이 낭독했어요. 세대와 세대 간의 소통이 거의 단절되어 있는 요즈음, 세대를 아우르는 통일비전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3. 대표로 계시는 바른역사정의연대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입니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자들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우리 역사를 다음 세대에 알리는 일을 합니다. 

저는 1999년부터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미국 법정에서의 소송 활동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징용 피해를 당한 사람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보상소송이 가능하다는 한시적인 특별법이 1999년에 발효되어 뜻있는 몇 사람들이 힘을 합해 이민사회에서도 있을 수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일해보자, 라고 시작하게 되었지요. 일제강점기 우리 피해자들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기업을 상대로 징용소송을, 일본 국가를 상대로 성노예 소송을 해나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소송에 한국에 계신 피해자들도 집단소송 형태로 동참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저는 한국을 오가면서 각계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활동가 역할을 했습니다. 

이 일을 좀 더 조직적으로 하기 위해 2003년 바른역사정의연대(Historical Justice Now)가 만들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성과는 2005년 초에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려고 했을 때, 재미중국계 단체들과 힘을 합해서 인터넷 서명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원래 목표는 1백만 명이었는데, 스스로 놀랍게도 전 세계 4천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제출했었지요. 서명운동 초기에 세계 여론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일본의 상임위 진출을 당연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서명이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제사회 현안문제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다면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를 가지고 세계 여론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체험한 것이지요.

지금은 <위안부> 문제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재미한인 단체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일선의 활동에 나서기보다, 주로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시간은 AOK 활동에 할애하고 있기도 하구요.

   

4. 일본 정신대 피해자 소송절차 과정에서 일본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제연대협의회 활동을 하셨고, 그 과정에서 2005년 평양에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방북을 하게 된 이유와 하신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바른역사정의연대는 일제강점기 우리 피해자들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국제연대 활동을 주로 했기에 국제회의에 많이 참석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2003년 상하이에서 남, 북을 포함하는 피해국의 민간단체들이 <일제과거사청산을 위한 국제연대협의회>를 발족하게 되어 여기에 참여하게 됩니다. 2004년 5월 국제연대협의회의 서울대회가 큰 규모로 열렸고 여기에 분단 이후 최초로 북의 피해자, 관계자들이 서울에 오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해 2005년 9월에는 평양에서 국제연대협의회 3차 대회가 열려, 이 회의 참석차 북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4박 5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요.

5. 2005년 평양 방북당시 북한 사람들을 만나 일 해 본 소감이랄까? 개인적인 느낌과 방북해서 진행했던 일의 성과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분단 60년(1945년부터 친다면)이었는데,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면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북한 동포들을 만나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역사 전공자인 저는 당시 북한 아이들이 보는 역사학습 만화책을 보았을 때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어린이들이 단군 이야기, 고구려이야기,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와 같은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 가슴에 찡하게 와 닿았고 만화책 안에도 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 이해 안 되는 단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때 사가지고 온 역사만화책은 제가 강연할 때마다 민족동질성의 증거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열린 국제연대협의회 평양대회는 인민문화궁전에서 적어도 8개국에서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참석해 큰 성황을 이루었었고, 당시 저는 전체회의와 위안부 문제 분과회의에서 발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조대위(조선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의 홍선옥 위원장님, 황호남 부위원장님, 손철수 서기장님과는 (평양대회 이후의 국제연대협의회 회합을 통해) 여러 차례 해외 회의에서 만났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함께 경험한 우리 역사, 역사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남북이 국제사회에서 동지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했고, 지금도 남북이 국제사회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슈부터 힘을 합친다면 겨레의 화해와 화합에 큰 공통분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6. 방북당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5년 머릿속에 남은 추억 하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당시 미국에서 저와 함께 동행한 분들이 세계적인 인권변호사 배리 피셔 변호사를 포함해 여섯 명이 있었는데, 이 중의 한 분이 북에 작은아버지가 살아계셨습니다. 그래서 작은아버지와 숙모의 안부만이라도 파악하기를 원하여 우리 일행을 수행했던 분께 말씀드렸었는데, 정말 뜻밖에도 바로 다음 날 작은아버지와 숙모를 만나게 허락하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친구는 생전 처음 만난 작은아버지, 어머니와 코가 빨개지도록 울고… 서로 한 평생 만날 수 없었던 친척이 껴안고 상봉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아마도 북한당국이 미국에서 온 동포들에게 좀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도 잊혀지지 않고요, 생존 피해자 할머니가 어찌나 말씀도 씩씩하게 잘 하시는지, 북에서는 친일역사가 정리되어서 그런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남측보다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온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가슴 아팠던 것은 2004년 5월에 서울에서 만나 뵈었던 위안부 피해자 리상옥 할머니가 1년 남짓한 기간에 벌써 돌아가시고 안계서서 안타까웠습니다. 국제연대협의회 초창기 때는 북에 생존피해자들이 매우 많았었는데, 아마도 평균 수명이 남측보다 짧아서 그런지 일찍 세상을 뜨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7. 통일가게, 원코리아 아카데미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통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가시는 것 같은데, 통일운동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까지 통일운동은 너무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떻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왜> 우리는 통일을 원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통일나라는 어떠한 나라인가, 즉 통일비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나라의 비전을 명쾌하게 세우고 그 통일비전에 세계가 공감하고 반기는 것이라면, 세계인의 축복 속에 통일을 이룰 수 있겠다 발상입니다.

그동안 한국인은 질곡의 지난 세기 역사를 살아오면서 강대국에 희생당한 약소민족으로서의 피해의식이 큽니다. 그래서 통일 문제에도 <우리가 이룰 수 있다>라는 자신감 보다는 자꾸 주변국의 눈치를 봅니다. 대다수의 통일담론은 <미국의 입장은, 중국의 입장은, 일본은… 러시아는…> 하면서 주변 국가들의 입장을 항상 먼저 이야기 합니다. 도대체 주변국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통일된 조국에 살아갈 사람들은 미국인도 아니고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도 아니고, 바로 우리들입니다. 더욱이 이제는 한류가 동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시대입니다. 한국인들이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우리가 원하는 통일 나라는 이러한 나라다, 라고 외치면, 많은 세계인들이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들이 무얼 원하는지, 세계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뿐입니다.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먼저 얻으면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세력의 방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통일 비전은 남이나 북에서 온전하게 형성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념을 초월하는 것도 힘들고, 분단시대에는 서로를 적대시 하면서 서로의 단점만 보아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남과 북의 장단점을 각기 바라 볼 수 있는 해외동포가 남과 북의 매개자,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해외동포들이 남과 북이 만나는 <오작교> 역할을 해서 겨레의 소통과 화합에 기여하고, 그래서 남북 겨레와 천만 해외동포를 아우르는 지구촌이 지지하는 통일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한국과 미국에서 AOK가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방북을 통해서 AOK를 북한에도 진행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네, 물론입니다. 남과, 북, 해외가 함께 통일나라에 살아갈 주체들 아닙니까. 따라서 북녘 동포들을 만나지 않고는 해나갈 수가 없죠. AOK 회원들 중에는 북을 자주 방문하면서 위에 말한 <오작교>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북에 다녀오고 나면 강연회를 가져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북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구글 화상회의 또는 유튜브 동영상 형태로 띄워서 지구촌 어디에 있든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AOK가 단체 차원에서 적절한 시기에 북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제는 민족 동질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방북 문제는 남이나 북이나 환영할 수 있는(거절하지 못할) 명분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합니다. 

9. 마지막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 정연진 대표님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네, 저는 아마도 통일 코리아의 비전과 포부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수 년 전 한류가 미국에 큰 인기를 끌기 전에 한류를 알리기 위해 미국의 최정상급 전문가 컨퍼런스인 <디지털 할리우드>에 코리아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하는 등 <디지털 한류전도사>의 역할을 자청해서 많은 활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정부지원 없이 민간인으로 해나가기 힘든 일이었지만 <코리아>를 위한 일이라면 항상 저를 신명나게 합니다. 

통일 이후에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문화의 힘>으로 세계인을 행복하게 하자는 김구 선생의 정신으로 지구촌에 통일코리아의 비전을 전파하고 세계인들이 통일 코리아를 도울 수 있도록 활동하는 통일코리아 홍보대사 역할을 자청하고 싶습니다.^^

정리: 김영경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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