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2.

 

1. 5·18 41주기에 밝혀진 진실 ‘북한군 개입설은 가짜다’


5·18광주민중항쟁 41주기를 맞은 올해에도 5월 정신을 헐뜯고 모욕하는 수구적폐세력의 망동이 여전하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이 있다.

북한군 개입설이란 1980년 5월, 북한군이 시민군과 계엄군 내부에 잠입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수구적폐세력은 5·18이 ‘북한군에 의한 폭동’이었기에 진압·학살이 정당했다는 궤변을 편다.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2013년, 자신이 광주에 투입된 북한군이었다고 한 정명운의 증언이었다.

자신을 ‘광주에 들어간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던, 김명국이란 가명으로 알려진 정명운은 “(광주를 찾아간 적이) 없다”라고 말을 바꿨다. 정명운의 또 다른 증언을 보면 수구적폐세력이 북한군 개입설을 날조했다는 정황도 드러난다.



“5·18 광주침투설은 내가 지어낸 것.”, “보수정당, 보수언론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제안하며 금전적인 이익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북한군 개입설을 꺼낸 ‘탈북자’ 정명운이 JTBC의 물음에 꺼낸 진실.



이처럼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5·18 역사왜곡을 위해 북한군 개입설을 날조했다. 수구적폐세력은 학살의 진상이 드러난 지금도 5·18을 폭동으로 뒤집으려 시도하고 있다.


2. ‘북한군 개입설’이 퍼지기까지


이번에는 수구적폐세력이 북한군 개입설로 대표되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퍼뜨리고 5·18을 모독해왔는지 그 흐름을 짚어보려 한다.

지난 1980년대, 5·18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신군부는 ‘5·18 폭동설’을 꺼내 들었다. 전두환 신군부는 “시민군이 교도소를 습격해 좌익세력과 간첩 등을 탈출시키려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자신을 탈북자라고 주장한 임천용이 채널A에 출연해 북한군이 땅굴을 파고 광주로 잠입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본래 북한군 개입설은 기껏해야 일베,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전사모(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 등의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근거 없는 ‘카더라’ 낭설 수준이었다. 북한 개입설에는 중소규모 극우 매체들이 가세하기도 했다. 2006년 12월 15일 <광주사태에 북한군 침투 공개 증언> 기사를 낸 뉴스타운, 2011년 5월 12일, <보수단체 “광주 5·18 당시 북한군 개입> 기사를 낸 미디어워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극우 커뮤니티와 매체가 띄운 북한군 개입설은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랬던 북한군 개입설이 몸집을 불리게 된 건, 종편이 북한군 개입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부터다. 박근혜 정권 시기였던 지난 2013년 6월 15일, 채널A는 <김광현의 탕탕평평> 방송에서 “(내가) 북한 특수군으로 직접 광주에 침투했다. 광주 폭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라고 한 정명운의 ‘가짜 증언’을 여과 없이 사실처럼 내보냈다.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에서는 최소한의 ‘교차 검증’도 되지 않은 정명운의 가짜 증언을 그대로 받아 썼다. 그뿐만 아니라 국힘당 계열 보수정당 인사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극우 커뮤니티를 뛰쳐나온 북한군 개입설이 여론 전반에 퍼져 나가게 된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분석을 주목해봄 직하다. 민언련은 2013년 당시 채널A를 통해 북한군 개입설이 퍼진 시기가 박근혜 정권과 맞물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권이 군사독재를 미화하려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가운데, 종편이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린 과정이 과연 우연이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국정교과서를 지지한 교수 명단에는 북한군 개입설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있었다. 


3. 악랄한 여론몰이 : 적폐언론이 깔아준 판 위에 올라탄 국힘당


언론이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자 그다음엔 전두환 신군부에 뿌리를 둔 보수정당에서도 북한군 개입설을 공식화하기에 나섰다.

지난 2019년 2월,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인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은 지만원을 초청해 ‘5·18 공청회’를 열었다.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개입했다는 진실’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지만원은 정명운의 가짜 증언에 기대 5·18을 “광주에 민주화 시위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북한특수군 600명이 매복해서 (광주를) 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례와 이종명은 지만원과 함께한 자리에서 “5·18은 폭동,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을 꺼냈다. 김진태도 영상을 통해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라며 북한군 개입설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후 2019년 7월, 자유한국당이 만든 미디어기획특위 위원에는 북한군 개입설을 옹호한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이 포함됐다.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인사를 미디어특위 인사로 세웠다는 점은 자유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북한군 개입설을 인정한 자유한국당의 망동은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나서도 이어졌다. 2020년 6월 5일, 채널A에 출연한 황규환 당시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5·18역사왜곡처벌법(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 “역사의 해석, 개인적인 해석까지 처벌하겠다는 처벌법을 들고 나오니까 그런 부분이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개인 해석’이라며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5·18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수구적폐세력의 발목잡기는 정말 집요했다. 2020년 7월 20일, 조선일보는 “여당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감옥에 보내는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이다”라는 내용의 망언을 사설로 꺼내 들었다. 

미래통합당에서 간판을 바꿔 단 국힘당은 조선일보의 논리에 따라 5·18특별법 제정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연말이 가까웠던 지난해 12월 9일, 5·18특별법은 국힘당의 반발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 재적 의원 225명 가운데 174명이 법안에 찬성했다. 반대한 의원은 31명, 기권한 의원은 20명이었는데 모두 국힘당 소속이었다. 전두환 신군부에 뿌리를 둔 수구적폐세력이 5·18 뒤집기에 얼마나 혈안이 돼 있는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5·18 41주기를 맞은 최근 들어 국힘당 지도부가 갑자기 광주를 찾아 망월동 묘역에 있는 비석을 닦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5·18을 왜곡해오던 국힘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라도 한 걸까? 진실을 강조하자면, 국힘당의 광주행은 5·18을 모욕할 뿐인 ‘보여주기 쇼’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정적 증거는 ‘5·18 망언 3인방’인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이 아직도 국힘당 당원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춘천갑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은 김진태는 다음 총선에서 국힘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5·18을 모독한 이들을 제명하지도 않는 국힘당에 반성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이런 소식을 거의 전하지 않는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은 김종인, 김기현 등 국힘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았다는 ‘5·18 미담’을 날마다 띄웠다. 반면 5·18 망언자들을 편드는 국힘당 지도부에는 눈을 꼭 감았다. 언론은 이 사실을 전하는 대신 ‘국힘당이 호남을 찾아 지지율이 올랐다’, ‘국힘당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언론과 국힘당으로 대표되는 수구적폐세력이 단단히 한 몸통으로 얽혀 있음을 실감케 한다.

국힘당이 언론을 통해 내놓는 말과 행동은 대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골몰하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 조중동을 비롯한 적폐언론이 저들의 편에서 끊임없이 5·18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런 수구적폐세력의 5·18 왜곡은 우리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치며

 

앞서 살펴봤듯 5·18을 모독하고 날조하는 수구적폐세력은 언론과 정당할 것 없이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이대로 북한군 개입설이라는 ‘악성 잡초’를 마냥 내버려 두다간, 훗날 거짓이 진실로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18을 모독하는 가짜뉴스가 날마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북한군 개입설이 가짜라는 점이 밝혀져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세력이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 각별한 경계와 주의가 필요하다.

5·18 당시 광주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 <5월의 청춘>이 우리에게 남긴 시사점을 주목해보자. 지난 6월 8일 방영된 <5월의 청춘> 마지막회에선 5·18 41주기인 ‘2021년 현재’를 비췄다. 드라마 속에서도 5·18을 모독하는 수구적폐세력의 횡포는 여전하다. 광주에서 실종된 연인 명희를 그리며 살아온 주인공 희태는 거리에 내걸린 “가짜 유공자 색출하라”라는 현수막을 보며 분노한다.

41년 전 ‘5월의 광주’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60대 노인이 된 희태는 “저 현수막 다 찢어버리고 싶은데 찢으면 처벌받을까?”라며 분노를 그저 속으로 삭였다. 드라마 속 희태가 그랬듯 현실에서도 ‘5·18 모독’이 쏟아지는데 딱히 차단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5·18진상조사위가 북한군 개입설의 진원지인 채널A·TV조선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채널A와 TV조선의 행태를 보건대 순순히 조사에 응하지는 않을 듯하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군 개입설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언론개혁, 검찰개혁, 적폐청산을 강력히 밀어붙여야 한다. 그래야만 5·18을 조롱하는 언론, 국힘당을 비롯한 수구적폐세력의 악랄한 연계를 철저하게 끊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5·18을 모독하는 세력을 남김없이 청산한 뒤에야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분통이 조금이라도 가시게 되리라. 이야말로 죽음을 각오하며 끝까지 계엄군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5월 정신’을 잇는 길일 것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