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못 따면 아오지행?

지난 10월 1일 조선일보는 <‘아오지 축구’vs‘군면제 축구’ 내일 밤 남-북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란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축구에서 지면 북한 선수들은 아오지 탄광에 가고, 한국 선수들은 군대에 간다는 의미인데 정작 기사 내용에는 이런 설명은 없다. 

북한에서 국제대회에 패배한 선수나 감독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간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오던 단골메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패한 북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갔다는 얘기도 당시 흔하게 나왔다.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아오지 탄광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은 넘쳐난다. 정치범들이 죽을 때까지 지상에 나오지 못하고 탄을 캐다 죽는다거나, 국군포로들이 수용되어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사실일까?

아오지 탄광이 처음 악명을 떨친 때는 일제 강점기다. 아오지 탄광을 운영하던 조선인조석유(주)는 니혼질소비료 소유로 당시 강제동원한 조선인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죽게 한 일본의 악덕 군수기업이었다. 아오지 탄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을 이용해 과거 군사독재정부는 아오지 탄광을 반공교육의 단골메뉴로 활용했다. 이렇게 아오지 탄광은 인간 생지옥으로 국민의 뇌리에 남게 되었다. 

아오지 탄광은 고품질의 갈탄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는 북한의 주요 광산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에는 <아오지 탄광>이 없다. 이름이 바뀐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1995년 국내에 공개된 재미동포 홍정자 씨의 아오지 탄광 취재기는 그동안 한국 내 널리 퍼져있는 설들이 잘못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취재기에 따르면 1968년 6월 13일 김일성 주석이 아오지 탄광을 현지지도했고 그 후에도 세 번이나 더 방문했다고 한다. 이 때 북한은 아오지 탄광을 6.13탄광으로 개명했다. 또 1977년 <아오지>란 지명이 <불타는 돌>이란 뜻의 여진족 말로 밝혀지자 북한은 지명을 함경북도 은덕군으로 바꿨다. 김일성 주석의 <은덕>을 받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지지도한 곳은 특별한 사업장으로 취급받는다. 모범 사업장으로 분류돼 북한 주민들이 사업실태를 배우기 위해 답사를 하는 일종의 성지가 된다. 그런데 네 차례나 현지지도를 받았으니 이후 아오지 탄광 시설이 크게 개선되었을 것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1960년대부터 이 지역에 화학공업대학, 고등석탄전문학교, 고등화학전문학교가 세워졌고, 병원, 도서관, 문화회관, 상점들과 각종 편의시설들이 들어섰다. 만약 아오지 탄광이 강제노동이 자행되는 수용소라면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네 차례나 현지지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노동량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탄광 노동자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2013년 NK조선은 “근로자중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탄광”이라며 장관이나 20년 경력의 교수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2003년 중앙일보 북한네트도 “고급기능 보유자의 경우 굴진·채탄 노동자는 …(중략)… 북한 노동자의 평균 임금(2천원)보다 약 2~3배의 고임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볼 때 아오지 탄광에 대한 국내 인식이 크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패배한 선수나 감독들을 아오지 탄광에 보낸다는 주장은 근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정대세 선수는 탄광 루머와 관련해 “저도 월드컵 이후 독일 클럽으로 이적해서 그런 소문에 대해 들었으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 선수는 “월드컵에선 대패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자체로 북한에서 영웅이 다 된 거다. 그래서 선수들이 지위도 높아지고 했다”며 “감독은 원래 지위가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감독을 탄광에 보내거나 할 수는 절대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진술을 주로 하는 탈북자들조차 아오지 탄광 행을 근거 없다고 주장한다. 

2004년 탈북한 문기남 전 북한 축구감독은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은 성적을 못 내면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1960년대에나 있었던 얘기지 그 뒤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역시 탈북자 출신인 명성희 씨는 종편인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남한에는 북한 축구대표팀이 외국과 경기에서 지면 아오지 탄광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에요. 아오지 탄광에 가거나 그렇지는 않고, 다만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 자숙 시간을 갖죠”라는 상식적인 증언을 했다. 시합 결과가 나쁠 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똑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북한에 국가대표 선수층이 얼마나 두터운 지 알 수 없지만 시합에서 패배했다고 탄광에 보내거나 숙청한다면 국제대회에 계속해서 나갈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에 대해 합리적 시각을 유지해야 남북관계도 정상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3 COMMENTS

  1. 결정적으로 60년대에는 있었다는거네요^^ 그러니깐 와전이 되고 되고 또 되어서 그렇게 된 모양인거 같아요^^ 아니면 그 사람들도 알고는 있는데 농담의 소재로 삼았을수도 있구요 ㅋ

    • 60년대에 있었는지는 이 글만으론 잘 모르겠네요. 인용된 문기남 전 북한 축구감독의 말로는 60년대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이 글의 결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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