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러시아와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을까?

21일 <조선중앙통신>은 평안남도 은산군 재동역에서 출발해 평양시 강동군 강동역을 거쳐 남포시 남포역 구간까지 이어지는 철도 개건 착공식이 21일 동평양역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공사는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철도 현대화 사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합작 사업에는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 철도 총연장 7,000km의 절반가량인 3,200㎞의 철도를 현대화하는 사업에 2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돈으로 26조원의 대규모 투자라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고 한국이 사업에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철도 현대화 사업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러시아가 250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 철도의 개보수를 실시하고 북한이 지하자원을 팔아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약간 다른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업 예산 부분은 러시아가 70%, 북한이 30%를 투자하는 광산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가 북한에 있는 광물 자원을 개발에 해외 시장에 판매하여 얻은 수입을 <포베다> 프로젝트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작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모스토빅>사의 올렉 쉬쇼프 사장은 “러시아는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는다”고 확인했습니다. 북한 내 광물 자원을 판매한 대금이 합작기업으로 들어오면 이 기업이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 돈으로 모든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죠.

또한 올렉 쉬쇼프 사장은 프로젝트 실행과 관련해 러시아 기업들이 이미 광물 개발 장소와 목록을 정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가 러시아에 최고 좋은 조건으로 자원 개발을 수락했으며 희토류, 금, 석탄 개발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석탄은 러시아가 아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점적으로 수출할 예정이고 벌써 수출 시장 관련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물 개발에 따른 이익 배분도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렉 시쇼프 사장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은 상품 분배협정을 체결했고 상품 판매 후 광물 개발에 투자한 기업에 돌아갈 이익 부분에 대해 명확히 명시했고 철도 복원 사업에 얼마큼의 경비가 소요될지에 대해서도 결정되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갈루쉬카 장관은 “북한의 희토류는 중국 매장량보다 7배나 많으며, 북한 전체 광물 자원의 가치는 6조 달러로 추산된다”며 북한 자원 개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 공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철도 개보수 공사의 경우 러시아가 공사 설계와 기술 및 장비 제공 등의 역할을 맡고 실제 공사는 북한의 국영기업이 한다고 합니다. 올렉 쉬쇼프 사장은 <모스토빅>이 유럽, 아시아 시장을 넘나들며 철강과 기계, 설비를 공급하고 실제 공사는 북한 내 몇 개 국영업체들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 사업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장에서 주요 사업이 될 것이며 지역 내 새로운 사업을 부르는 비즈니스 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북한에서 철도는 여객 분담률 62%, 화물 분담률 90%로 북한 교통산업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철도는 80%가 전철화 되었습니다. 그러나 철도가 노후화 되어 일부 구간은 시속 40km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수송효율이 떨어지고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전기사정까지 어려워지면서 지연운행을 하거나 운행을 중단하는 일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핵심 원료와 연료의 운송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일어났습니다.

북한이 화물을 주로 철도를 이용하여 운송하는 만큼 철도가 현대화 되면 북한 경제의 회복,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피가 잘 돌아야 몸이 건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북한 경제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매년 신년사에서 철도문제의 해결을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도 철도 문제를 핵심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사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부산에서 시작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철도로 연결하려면 북한 철도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북한 철도 현대화가 완료되면 실제로 부산에서 유럽까지 단번에 철도를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됩니다. 이를 통해 물류, 관광 사업 등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번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현대화 협력 사업으로 경제 재제를 받고 있는 북한이 대외 교역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과 유엔 등에 의해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광물 자원을 개발해도 판로를 마련하기 어렵고 물자를 도입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과 교역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들이 북한과 협력을 하는 것은 개별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과 주로 거래를 했는데, 중국이 북한의 광물자원을 헐값으로 사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의 거래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무서운 사례는 마카오의 BDA은행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가 연방 관보에서 북한이 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하고, 마약거래 대금 등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금융기관>으로 규정했습니다. 2006년 2.13 합의 등 북미 직접대화의 결과 북한은 “BDA→마카오 금융관리국→대서양은행→뉴욕연방준비은행→러시아 중앙은행→극동상업은행”으로 연결되는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BDA에 동결됐던 자금을 회수했지만 제재를 받은 BDA은행은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북한은 이 지점에서 러시아와의 합작을 고민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러시아는 지하자원도 많고 군사력도 강해 미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를 제재하기로 했으나 러시아는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모습입니다.

실제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는 당국자 회의를 통해 두 나라 사이의 무역에 루블화 결재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합의에 따라 러시아 은행에 북한의 계좌가 개설되었고 지난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루블화로 은행결재를 시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거래했던 BDA은행이 파산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합작 사업은 러시아가 북한 광물자원 판로를 만들어주고 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기술과 물자, 장비를 공급하는 대신 여러 나라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북한 광물자원의 개발권을 러시아에 일부 넘겨주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광물 개발권을 러시아에 일부 떼어 주는 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약간의 손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치부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합작으로 안정적으로 국가개발을 위한 자금과 물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와 철도 현대화 사업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극동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를 보유한 러시아 국영 수력발전회사 <루스기드로>는 한국-북한-러시아 전력망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하여 농산물 협력 사업 등을 합의, 추진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말 그대로 북한과 러시아는 전방위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주목됩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1 COMMENT

  1. 우리 나라의 외교력은 어디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가름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와 같은 발표를 모르고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부터 계획하고 추진 하려던 정부의 방침이니 만큼 어떠한 조치와 해결책이 있는지 발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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