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15]평양에 핀 무궁화와 옥류관의 선생님들

미국에 계신 CJ Kang께서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만경대 고향집 답사를 마친 후 차를 타고 점심식사를 위해 평양시내의 옥류관으로 향한다. 얼마쯤 달렸을까, 차는 길이 막혀 더 이상 달릴 수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버스 행렬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앞길을 막아섰는데 교통안내원이 이 길로 지나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한다. 운전사 영호동무가 여기서 길이 트이기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다른 길로 가겠다고 결심을 하고는 차를 돌린다. 

조금 되돌아서 가는 길가에 울타리로 된 낯익은 꽃나무가 보인다싶어 살펴보니 무궁화 꽃이다. 내가 무궁화 꽃이야 어려서부터 보아서 알고 있지만 고향과 조국이 그리워 미국에서 십여 년 전에 화분을 구입하여 심었었다. 이사를 하면서도 뒤뜰에다 옮겨 심은 탓에 올해도 여름 동안 활짝 꽃을 피웠기에 너무도 익숙해서 멀리서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는 꽃이다. 얼른 사진으로 남겼다. 

아, 무궁화 꽃을 평양에서도 보게 되다니. 남부조국에서 국화로 부르는 무궁화꽃을 북부조국에서도 천대하고 괄시하지 않고 이렇게 가꾸기도 하는구나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차안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역시 북부조국의 인민들은 통이 크다 싶다. 모든 인민이 한결같이 말로만 통일을 소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부조국의 국화를 무시하지 않고 심기도 하고 가꾸기도 하는 것으로 너무도 동족을 사랑하고 하나가 되길 소원하는 그 진심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옥류관에 가까이 가니 아까 만났던 그 버스 행렬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그 때문에 길이 막혔던 것이다. 멀찌감치 차를 대어놓고 운전기사 영호 동무도 함께 옥류관으로 걷는다. 옥류관 앞에는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들과 양복 차림의 중년 신사들이 구름처럼 여기저기 모여 있다. 수십 대의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다. 알고 보니 북부조국 곳곳에서 선생님들이 전국교육일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평양으로 모였고, 오늘 이곳 옥류관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드시기로 한 것이다. 어떤 선생님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을까? 각 학교에서 모범이 되는 선생님들이 오셨으리라. 

그 모습을 보면서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가 내가 여섯 살쯤 되던 때에 거제도의 작은 섬인 칠천도에 자원하여 발령받아 근무하며 살았는데 그때 서울로 교육을 받는다며 출장을 가서 며칠 동안 집을 비웠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후에 아버지를 포함한 이삼백 명쯤의 선생님들과 당시 윤보선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4.19혁명 이후 잠깐이었지만 새로운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범적인 선생님들을 서울로 초대하여 격려하는 그런 대회였을 것 같다. 

당시 아버지가 참 교육자로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입학금을 몇 달치 월급을 털어서 대신 내어주었다는 이야기를 자라면서 듣곤 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부산에서 살 때 그렇게 아버지께서 도와준 어떤 여학생이 장성하여 어머니를 우연히 만나서는 자신이 당시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한 사람으로 이렇게 성공한 삶을 사노라고 그 이야기를 다시 해주어서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내가 크게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 북부조국에서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어떤 선생님일까? 학생들에게 자상하고, 열심을 다하여 가르치고, 조금 뒤떨어지는 제자들에게 보다 헌신적으로 가르치고, 혹시라도 잘못되는 제자가 있으면 만사 제쳐두고 그 제자를 위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옳은 길을 가도록 노력하는 분일까. 12년제 의무교육 제도가 확립되어 있으니 나의 아버지처럼 박봉을 털어서 진학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겠지만 제자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월급을 사용하기도 하리라. 이후에 북부조국의 선생님들에 대하여 내가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한편, 지금의 남한 선생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에서 요즈음 저렇게 참 교육자들을 초대하여 대회를 갖는가? 오히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현 정권에서는 탄압하고 있는 시절이다. 참교육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을 배척하는 세상인 것이다. 

과연 지금의 입시위주와 무한경쟁 속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후세들로 이뤄질 미래의 사회는 어떠할까?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이미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난 지금의 대학생들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살아가는 것이다. 옛날엔 대학생들이 먼저 참여하고 시위를 했는데 이제는 40대 50대의 중년들이 줄기차게 외치고 시위를 하여도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본 척도 않는다.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는가? 엄청난 금액의 등록금도 정치적인 것이고 졸업 이후의 직업을 갖고 사회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참여하지 않고 개혁하지 않는다면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자신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만은 열심히 노력해서 혹은 잘나서 현 상태의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입시와 경쟁위주의 교육은 이런 이기적인 인간을 양산하고, 이렇게 기본적인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결국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세상에 내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젊은이들이 어떻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고 온 민족이 함께 잘 살아가는 꿈을 꿀 수가 있으랴. 참으로 통일일군들의 앞길이 험난하다.

수많은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라 우리도 그 유명한 옥류관의 냉면을 먹기 위하여 기다려야 하는가하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있는데 건물 왼편의 제법 넓은 별관으로 안내를 한다. 오늘 같은 날은 북부조국에서 손님으로서가 아니라 인민들과 똑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다 함께 식사를 해도 나는 괜찮은데 멀리서 찾아온 동포라고 이렇게 각별하게 대접을 하는가보다.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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