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16]옥류관의 냉면

미국에 계신 CJ Kang께서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옥류관 건물은 엄청난 규모의 크기다. 내가 지금까지 본 식당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이 바로 이 옥류관인 듯하다. 크기만 웅장하고 큰 것이 아니라 참 아름답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지붕이며 처마가 조선식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건물 왼편으로 올라가 제법 넓은 방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빈자리에 안내받아 앉으니 봉사원이 어떤 냉면을 주문할지를 물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냉면은 우리가 평양냉면으로 부르는 물냉면이고 여기가 평양에서도 유명한 옥류관이니 당연히 물냉면으로 주문하는데 자주 이곳을 찾은 노 박사님은 쟁반냉면을 주문한다. 비빔냉면은 나도 좋아하지만 매운 것이 먹은 후 속을 아리게 해서 잘 먹지 않는데 쟁반냉면이 남한의 비빔냉면과 같은 것이 아닐까해서 나는 물냉면을 고집했다. 함께 한 안내원 미향동무와 운전기사 영호동무도 물냉면을 주문한다. 

한데 그냥 주문을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몇 백 그램을 주문하겠느냐고 다시 봉사원이 물어온다. 보통 200 그램이 표준인데 영호동무가 건장한 체격이라 300그램을 주문하는지라 나도 따라서 300그램을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그 전날 저녁 평양호텔에서 주문할 때에도 내가 워낙 냉면을 좋아해서 300그램을 주문했었고 여기 옥류관까지는 귀한 음식이라 300그램으로 했지만 며칠 지나면서 매일 점심을 냉면으로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먹다보니 나도 표준형으로 200그램만 먹게 되었다. 

이렇게 평양의 옥류관을 찾았는데 그 유명한 대동강맥주도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노 박사님의 말씀에 맥주도 한 병 주문을 했다. 대동강맥주의 맛이 국제적으로도 고급이라는 이야기를 나는 이번에야 들었고 한때 남한에도 대동강맥주가 수입되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것도 이번에 알았다. 수년 전 남북관계가 나빠지는 바람에 수입이 금지된 모양인데 다시 나아지면 다시 대동강맥주를 남한의 민중들이 편안하게 구입해서 마실 수 있으리라. 

북에서 냉면을 주문하면 밑반찬을 따로 내놓지 않는데 김치가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배추김치는 따로 주문하기도 하는 것이 이곳의 방식인 것을 알고는 김치도 추가해서 주문했다. 김치는 너무 맵거나 짜지 않으면서 내 입에는 아주 잘 맞게 담아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봉사원이 서비스로 접시에 무색의 정갈한 떡을 내어오는데 노 박사님이 쉬움떡이라고 말해준다. 김 주석이 만주에서 항일투쟁 가운데 이 떡을 맛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하였다는데 나도 회고록에서인지 어렴풋이 읽은 것 같다. 쉬움떡은 향이 상큼하고 부드러워 냉면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면 이것으로 점심을 때워도 좋을 것 같은 맛이다. 내가 전혀 먹어보지 못한 맛은 아니고 이름만 기억하지 못할 뿐 한두 번 이런 종류의 떡을 미국의 어떤 식당에서 혹은 동포들 가운데 누가 만든 것을 맛본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쉬움떡에 대하여 설명한 것을 찾아 발췌하여 약간 옮겨본다.

쉬움떡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쌀가루의 4분의 1을 익반죽하고 나머지는 감주로 반죽해 섞은 다음 설탕과 중조물을 두고(섞어) 쪄낸 떡”을 쉬움떡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만들기 쉬운 떡이라 하여 쉬움떡 혹은 기지떡이라 하며 상화떡, 증편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쉬움떡은 말 다듬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로 기지떡·상화떡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증편이란 말은 아예 쓰지 않는다. 

쉬움떡, 기지떡, 상화떡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떡이름이지만 남한에서 입말로 쓰이는 ‘술떡’과 같은 것이다. 남한 국어사전에는 ‘술떡’이란 어휘가 등재돼 있지 않고 대신에 같은 의미의 상화떡이란 용어가 기록돼 있다. 남한 사전은 상화떡을 “밀가루를 누룩과 막걸리 따위로 부풀려 꿀팥소를 넣고 빚어 시루에 쪄낸 여름 음식”이라고 설명해 북한의 상화떡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쉬움떡은 북한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고급 떡 종류의 하나로 지난 15일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을 환영하는 만찬에도 등장했다. (이상 인터넷에서 옮김)

옥류관의 물냉면과 쟁반냉면이 나오자 사진부터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내가 주문하지 않았지만 박사님이 쟁반냉면의 맛을 보길 권한다. 쟁반냉면은 전혀 남한의 비빔냉면과는 다른 모양이고 맛도 맵지 않고 아주 구수한 맛이다. 특히 냉면을 좋아하지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더 어울릴 수 있는 요리였다. 

물냉면은 그릇에 담긴 모양부터 예술이다. 이렇게 정성들여 내온 냉면을 세상에 싫어할 사람이 있으랴. 옥류관 물냉면은 어제 맛본 평양호텔에서의 면발과는 비슷한데 옥류관의 냉면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더욱 맛있다. 긴 면발을 가위로 잘라주지 않으니 결국 입안에서 먹으며 잘라야 하는데 나는 앞니로 잘 자를 수 없어 송곳니 쪽에서 오히려 잘 잘라지는 것을 냉면을 먹으면서 터득하는데 아무래도 그 모양새가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상관 않고 내게 주어진 옥류관에서의 이 소중한 시간을 오로지 냉면에 집중하여 그 맛 속에 빠져들었다. 남한이나 미국의 식당에서 먹게 되는 달콤새콤한 냉면 맛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 오묘한 평양냉면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그저 빨리 통일을 이루어 옥류관을 직접 찾아가 먹어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뿐.

식사를 마치자 미향동무가 우리를 대형 식당방으로 안내한다. 벽의 전면을 금강산 폭포를 그린 대형 벽화로 장식하였고 천정에도 대형 샹들리에가 아름답다. 이 방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바로 거기서 건물 뒤편으로 난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오라고 한다. 한 발작 바깥으로 내딛는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대동강이 아닌가.

오늘따라 날씨가 참 화창한데 대동강 물빛도 너무 푸르다. 저 멀리 맑은 물 가운데 두루미인지 하얀 새들이 노니는데 그 모습이 참 평화롭다. 옥류관이 냉면으로 유명한 줄만 알았지 이렇게 훌륭한 경관을 갖춘 곳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었구나. 푸른 강물 너머 주로 살림집들이 많다는 동평양과 주체사상탑이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다가온다.

글을 좀 더 길게 썼는데 나눠서 다음 회에서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옥류관의 냉면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조금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는 다음 회에 하기로 하자. 오늘의 방문기는 북의 인민과 남의 민중이 모두 좋아하는 평양냉면 하나로 우리 서로 마음을 트고 통일을 염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서울에서 맛있는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평양행 열차를 타고 가는 그날을 꿈꾸어보자. 통일만 이뤄진다면 빚을 내어서라도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 수백 명 분을 미리 예약했다가 평양역에서 저 선생님들이 타고 온 버스를 대절하여 내가 크게 한 턱 내리라. 그날 잔치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은 미리부터 신청을 받으려 한다. 신청하는 분들은 모두가 통일꾼이다. (2014.10.25.)

CJ Kang

미국 시애틀에서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한마당>(hanseattle.com)을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 대표를 하다가 현재 고문으로 있다. 또 유권자민주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1 COMMENT

  1. 1960년 북한 최초의 음식점으로 당시로서는 최고급식당이었던 옥류관! 1980년대이전까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외국인국빈들을 접대했을때 주로 옥류관에서 접대를 많이했다고!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주권연구소

[아침햇살98] 10.10 행사를 통해 본 북한 ①

1. 10.10 행사의 특징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행사를 크고 다채롭게 진행하였다. 10일...

“여기서 왜 미국이 나와?” ‘서해 사건’에서 미국의 역할은?

1. ‘서해 의혹’…주식시장으로 보는 미국과의 연결고리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유독 변수가 많은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흔히 ‘널뛰기’에 비유되곤...

어업지도원 사건, 국방부와 조선일보의 미심쩍은 행보

9월 22일, 서해 어업지도원이 사살(추정)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 서해 어업지도원이 월북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아침햇살97]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의 의혹과 합리적 추론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 모씨가 실종되었다. 군부는 이 모씨가 월북을 시도했으며 이씨를 발견한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사살한 후...

NK 투데이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에서 ‘사회주의’ 강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보낸 답전에서 사회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조선노동당창건 75돌을 축하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의 답전이다.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한 답전에서 김정은...

[사진] 북이 소개한 당창건 75돌 경축 행사 주요 장면들.

북이 조선노동당창건 75돌 경축 행사를 다채롭게 진행하였다. 북 매체 조선의 오늘이 ‘당창건 75돌 경축 행사들에서 과시된 일심단결의 장엄한 화폭들’이라는...

사진으로 보는 2020년 10월의 평양 시민들

조선노동당창건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한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DPRK360이 사진으로 공개해 왔다.  DPRK360을 운영하는 아람 판은 이 사진은 북의 사진작가가 보내준 것이라고 밝혔다. 아람...

김정은 위원장,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 참배…“희생정신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10.25)을 맞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