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9]대동강변에서 만난 사람들(2)

25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9

미국에 계신 CJ Kang께서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새벽에 약간 끼었던 안개가 걷히면서 대동강 너머 동평양의 건물들 위로 아침해가 떠오른다. 아주 찬란한 태양이다. 오늘은 아주 맑은 날씨가 될 것 같다. 보통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내가 일찍 일어나 일출 모습을 관찰하는 일은 평소엔 거의 불가능한 편이지만 이렇게 북부조국을 여행하다보니 일찍 일어나 새벽산책까지 하게 되어 귀한 평양의 일출 모습을 보는구나 싶어 사진으로 남겼다. 

부근에 뱃머리에 용을 장식하여 거북선을 본딴 듯한 유람선이 정박중인데 원한다면 시간 맞춰서 저 배를 타고 대동강을 유람할 수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둘러보는 평양의 모습도 볼만할 것 같았지만 오전 오후 두 번 배가 나간다는데 평양에서의 일정이 그렇게 한가하지를 못해서 그 배를 탈 새가 없었다. 유람선 주변엔 낚시꾼들이 빼곡하게 모여있다. 무슨 물고기를 낚느냐고 물어보니 납지러기라고 한다. 보통 여기선 제법 큰 고기들이 낚이곤 했는데 근래엔 큰 고기들은 물지 않고 새끼들이 주로 잡힌다고 한다. 낚시꾼들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와서 여기서 자리를 잡은 듯 한데 아마 날이 새자마자 낚싯대를 던지기 시작했을 것 같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낚싯대를 사용하지 않고 줄낚시를 여러 개 던져서 줄을 팽팽하게 하여 작은 요령을 달아놓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낚시를 무지 좋아하기에 이런 낚시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오랜 옛날 고향 저수지에서 사촌 형들이 종종 사용하던 방법이다. 추를 달고 낚시에 지렁이 혹은 떡밥을 달고는 휘휘 돌려서 멀리 던져 가라앉게 한다. 그러고는 줄을 팽팽하게 고정하고 저렇게 요령을 달아놓으면 고기가 입질을 할 때 딸랑딸랑 소리가 나서 줄을 챌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입질이 세게 올 때 잡아채는 방법이다. 낚싯대가 필요 없고 여러 개의 줄을 던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줄을 당길 때 낚싯대와 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바닥에서 줄이 헝클어질 우려가 있다. 내가 만일 제대로 준비된 장비가 없이 오지에 고립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낚시를 해서 고기를 낚을 것이다. 실제로 옛날 중학교 시절에 낙동강에서 이 방법으로 낚시를 했는데 장어 한 마리를 낚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수십 년만에 이렇게 낚시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주 큰 고기를 낚았으면 했는데 이 강태공도 아직은 피래미같은 고기만 몇 마리 낚았을 뿐이었다.

유람선 선착장 주변에서 손에는 공책을 든 두 남학생을 만났다. 북의 십대 학생들이다. 운동복 차림의 자유롭게 옷 입은 모습이나 얼굴 생김이 남의 학생들이나 별 다름이 없다. 나이는 열 여섯 살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스스럼없이 대답을 하고 다른 학생은 낯선 사람이라 편하지 않은지 약간 시선을 외면한다.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고 물으니 고급중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고급중학교라면 우리의 고등학교다. 북은 2년 전에 11년제 의무교육이던 것을 12년제 의무교육제로 바꿨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아무런 등록금이 없을뿐 아니라 국가에서 교복도 주는 나라다. 따로 돈을 들여 과외수업이나 개인교습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나라다.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그저 예사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잠깐 기억을 되살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된다. 내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중학교에 바로 진학하여 공부할 수 있었던 친구들은 삼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의무교육이던 초등학교마저 매월 쌀 한 되 값의 기성회비를 내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던 급우들이 여럿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에도 절반 이상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이미 북에서는 11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했던 것이다. 당시엔 북이 남쪽보다 더 잘 살았으니 가능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의 의지의 문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공하려는 나라의 의지와 또한 자녀들을 돈 없어도 교육시킬 수 있도록 그 부모들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나라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란 것이다. 

부모된 마음으로 그 사랑하는 아이들을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보낼 수 없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알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세대에 내 주위에 형이나 누나가 공부하기를 포기하고 도시로 나가 공장에 취직하여 힘들게 번 돈으로 동생이 겨우 공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 너나 할것 없이 대부분의 부모가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했던 시절을 기억한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해온 북의 의무교육에 대해서 우리는 당연히 크게 점수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서 소 팔고 논 팔아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내는 일은 없었다. 

지금의 남한의 아이들에게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지옥이다. 과외수업 비용으로 돈도 많이 들지만 엄청난 경쟁 가운데 공부해서 대학에 가야만 한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크니 누구나 대학을 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 능력이 닿으면 아이들을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보내서 교육받게 하는 가정들이 수없이 많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곳을 떠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남한의 교육제도는 바뀔줄을 모른다. 남한의 사회 자체가 지금의 교육제도와 맞춰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공부시킬 수 있다는 제도 자체로는 내가 사는 미국도 북과 마찬가지로 12년제 의무교육이다. (미국은 주마다 의무교육 기간이 다르다 – 편집자 주) 한데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북은 학생들이 전문학교나 대학교로 진학하게 될 때도 등록금이 없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의 등록금은 웬만한 가정의 반년치 수입과 맞먹기 때문에 제법 수입이 좋은 부모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살림살이가 휘청거리게 되고, 그렇지 못한 부모여서 학자금을 부담할 수 없는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큰 빚을 지면서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 취직을 하자마자 학자금 빚을 갚기에 바쁘다. 

부자 나라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가난하다고 알려진 북의 재정으로 시행한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12년제 의무교육을 마치면 원하는 분야에 바로 뛰어들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전문학교에서 무료로 직업교육을 더 받은 후에 직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따로 북에서 대화한 것이 있으니 이후에 좀 더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다.

노길남 박사님이 두 학생들에게 학교의 성적은 어떤 방식으로 매기는지 물어보았다. 수 우 미 양 가, 혹은 A B C D F,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성적을 매기는지 물어보니 5점이 최고 점수고 4점, 3점, 2점 순으로 매기는데 2점부터 낙제라고 한다. 그래 2점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하는가고 물어보니 다시 공부해서 재시험을 치룰 수 있다고 한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헤어지는 두 학생들이 내 아들처럼 사랑스럽다. 그래, 우린 한 민족 한 핏줄의 동포다. 저 아이들이 군대로 가고 남쪽의 동포들, 내 친구과 친지들의 아이들이 군대로 가서 서로 총을 맞대는 이 비극을 이젠 끊어야만 한다. 바로 평화통일이 그 답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금 통일을 외쳐야만 한다. 통일을 이룰 때까지 그 외침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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