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18]연극 <승리의 기치따라> 공연을 보다

미국에 계신 CJ Kang께서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내가 25년 전 평양축전에 참여하였을 때는 가극 ‘꽃파는 처녀’를 비롯하여 여러 공연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번 방문에서도 북부조국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였더니 얼마 후 안내원 미향동무가 연극관람을 하겠느냐고 미리 물어왔었다. 여기서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싶어 바로 그렇게 해달라고 하였다. 평양호텔에서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에 국립연극극장이 있는데 마침 이번에 새로 연극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햇살이 뜨거운 오후인데 슬슬 걸어서 극장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로 빼곡하게 찼다. 관람객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남녀노소들로 보인다. 직장에서 단체로 관람하기도 하는지 노동자들과 학생들, 젊은 청춘 남녀, 그리고 군인들도 보인다. 모두 624석의 좌석이 관람에 적합하도록 잘 배치되어 있다. 내가 이후에 듣기로 이곳 인민들은 관람료가 아주 저렴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외국인이라 입장료로 거금 27달러를 들여서 표를 구입하였다. 이 금액이면 해외에서 연극 입장료로 받는 금액과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북부조국 최고의 국립연극극장에서 올리는 무대이니만큼 기대가 컸다.

어디나 마찬가지 듯이 연극공연은 절대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나는 아예 사진을 찍을 생각도 않았는데 옆에 앉았던 노 박사님이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에 일어나 저쪽의 담당자를 만나 몇 마디를 나누더니 촬영을 허락받았노라고 하신다. 역시 ‘무엇이 불가능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니다’란 말씀을 이번에도 믿고 밀어붙인 것이 성공한 모양이다. 그래 이곳 북부조국을 노 박사님만큼 홍보해줄 사람이 그 어디 있으랴.

이곳 국립연극극장의 책임자가 원리원칙만 따지지 않고 그 상황을 잘 판단하여 노 박사님에게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 고마우면서 또한 그가 아주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박사님이 민족통신의 기자로서 사진을 찍되 아무 조명이나 소리 없이 찍었으니 공연에 방해를 하지도 않았거니와 그 담당자가 비록 당시엔 알지 못하였겠지만 이렇게 그 사진들을 내가 이용하여 방문기를 통하여 북의 예술작품을 세상에 알리게 하였으니 그 결정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연극의 제목은 ‘승리의 기치따라’로 한국전쟁 때 강원도 철령 고지가 그 배경이었다. 지재룡 원작, 길낙전 각색, 리단 연출로 원래 1990년대의 작품인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후세들이 새롭게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기치’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깃발이라는 뜻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한의 사전에서 ‘기치’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그래 북에서 사용하는 문구를 살펴본 바로 깃발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한국어 사전에 따르면 ‘기치’는 “어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사상이나 강령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편집자 주)


막이 오르자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조명과 음향, 무대장치들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수십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남녀 인민군으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대단하다.

철령 전투가 그렇게도 치열하였던 것인지 우리들은 들은 바 없지만 북의 인민들은 모두들 알고 있었으리라. 엄청난 화력을 바탕으로 미군의 폭격이 계속되지만 전장에서의 공연을 준비하는 낙천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한편 이런 급박한 순간에 쓸데 없이 그런 공연을 준비한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꼭 등장하게 만들어서 얼마간의 갈등도 보여준다.

미군이 이곳을 크게 공격할 것이니 미리 철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잡혀온 미군 포로의 이야기를 듣고는 약간 동요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전투를 이길 작전을 계획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였지만 서로의 마음만은 간절했던 군인이 결국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자 여인이 오열하고 온 부대가 통곡하고 온 관중도 함께 울게 만든다.

‘조국의 촌토를 목숨을 걸고 지키자’는 바위벽에 쓰여진 구호처럼 잃었던 땅을 수복하고 휴전을 맞이하여 모두가 기뻐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내가 이번에 본 이 연극을 포함하여 북의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예술작품들 안에는 절절히 흐르는 것은 사랑이다. 인민들이 서로 함께 단결하여 이뤄나가는 서로간의 신뢰와 사랑이 있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동지들을 지켜주는 깊은 사랑이 있고, 또한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남녀 간의 절절한 사랑이 있다. 사랑이란 참으로 고귀한 것이다. 우리가 그런 숭고한 사랑을 작품 속에서 접하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인간들은 언제나 그런 차원 높은 사랑에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며, 인간 본성이 그런 고귀한 사랑이 실현된 세상을 꿈꾸고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세상에 가난한 예술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간혹 예술인들 가운데 그가 가진 능력과 자본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는 1%는 예술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가난하게 살 각오가 없으면 그 길을 걸을 수 없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자신이 어떤 일을 꼭 하고 싶은데 그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평생을 스스로 고생하며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들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 스스로는 원하지만 그 길을 걸을 수 없어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인, 소설가, 가수, 배우, 영화인… 그 외에도 수많은 직업들이 돈벌이와는 별로 인연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리 귀한 일을 한다해도 돈을 벌지 못하면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돈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인가? 돈이 되지 않아도 귀한 시를 쓰는 사람은 있어야 하고, 좋은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영화에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사람들도 의식주 걱정 없이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은 복지가 확장되어 모든 사람이 어떤 일을 하던지 누구나 평등하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해야만 한다. (2014.10.30.)

CJ Kang

미국 시애틀에서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한마당>(hanseattle.com)을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 대표를 하다가 현재 고문으로 있다. 또 유권자민주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1 COMMENT

  1. 우리나라 연극이나 뮤지컬들은 너무 상업적이고 사치스러워서리 차라리 저렇게 혁명적이고 서정적인 연극이 더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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