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오타쿠의 일본이야기] 아베 비판했다가 채널 폐쇄당한 한국 유튜버

‘반아베’ 창구 된 한국 유튜버

2020년은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를 꼽는가하면 잘 키운 유튜브 채널 하나가 여느 언론 부럽지 않은 이목을 끈다. 특히 정치·시사·국제 분야에서 유튜브 채널은 기성 언론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 우리말과 일본어로 진보의 가치를 전하는, 떠오르는 유튜브 채널을 소개드리고자 한다. 2019년 12월 25일 유튜브에 가입해 2020년 2월 28일 기준 2만3000여명의 구독자와 조회수 663만 명을 기록, 일본 시민사회의 반(No)아베 여론과 진보정치인의 목소리를 두루두루 전하는 Southbound TV다. 채널을 운영하는 장본인은 1990년생 일본 유학생 강명석 씨, 진보적 한일관계를 중심으로 정치·시사·국제를 다루는 독보적인 유튜버다.

Southbound TV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친일’ ‘반아베(반(反)일본제국주의)’ ‘진보’ ‘평화’ ‘친촛불’이라고 할 수 있다. 친일을 표방하는데 반아베라니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겠다. 강명석 씨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아베 정권의 경제공격 조치, 혐한여론 조성에도 대다수 일본인들은 한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해결하려면 바로 이런 좋은 사람들(일본시민)에게 나쁜 교육을 제공한 아베 정권을 직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채널에는 일본 시민사회의 진보적 목소리 및 한국에 관한 솔직한 속내, 권력을 사유화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아베 정권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전하는 영상들이 많다. “박근혜를 몰아낸 한국의 촛불혁명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시민들부터,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트린 미국에 사과하라는 요구를 안 하는데 왜 한국인들은 반일감정을 앞세워 일본에 사과하라고 말하나?”라고 말하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까지.

인터뷰 영상에서는 1대1 취재 방식이 눈에 띄는데 포장하지 않은 사람들의 속내를 전달한다. “반일감정을 앞세우는 한국인과는 달리 대만인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는 일본인의 칭찬이 기분 나빴다”는 대만 유학생, 경색된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인 기자의 미국 중심주의 시각 등이 주변 잡음과 섞여 비춰진다. 위안부 진실 알리기에 나선 도쿄대 여학생, ‘한국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일본 시민, 조선인 강제연행 피해자 문제에 인생을 바친 분들, 민족적 가치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재일동포들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또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 인사들이 국회 질의에서 원고를 보며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는 꼴불견(국회영상), 반아베 저격 정치인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郎) 레이와신센구미 대표의 길거리 선전(레이와신센구미 제공), 아베 총리를 국회에서 맹렬히 몰아붙이는 야마조에 타쿠(山添拓) 일본공산당 의원 등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강명석 씨가 직접 번역자막을 붙인 야마모토 대표의 발언은 신화 출신 배우 김동완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명석 씨는 “한국과 일본의 가교가 되고 싶어요. 일본의 민주화와 보편적 인권의 보장이 역사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것을 믿습니다”라고 전한다. 그래서 일본의 주류 언론이 부각하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어쩌면 강명석 씨가 수익이나 명성을 바라고 이 같은 영상을 올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포화된 유튜브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강명석 씨의 진정성은 앞서 위안부에 대한 일본 극우 인사들의 인식을 알린 다큐영화 <주전장>에 협력 프로듀서로 적극 참가한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강명석 씨의 채널은 반아베를 중심 고리로 싸우는 일본인들을 비추는 창이다.

2만 명 구독한 ‘No아베 채널’ 폐쇄 강행한 일본 구글

“유튜브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심각하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하더라고요. 해당될 게 없거든요. 증오나 혐오 감정을 증폭시킬만한 콘텐츠를 제작했던 것도, 스팸과 관련된 것도 아니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제가 저작권 침해 관련한 것으로 경고를 받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거 아니거든요. 채널 폐쇄를 경고도 없이 한 번에 당한 건데.”


사실 강명석 씨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3달 전 일본 구글이 강명석 씨가 운영하던 채널을 별안간 폐쇄했다. 지금의 는 채널 폐쇄 후 강명석 씨가 새롭게 개설한 채널이다. 일본 구글 측에 여러 방면으로 문의했다고 밝힌 강명석 씨는 “제 채널이 폐쇄됐고 복구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이 채널이 메인채널이 될 것 같다”고 알렸다.

일본 유튜브를 운영하는 일본 구글 측은 채널 폐쇄에 대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심각하게 위반해서”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강명석 씨는 “제 채널이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러다보면 의견이 다르신 분들이 종종 신고를 넣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채널이 폐쇄된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아무리 신고가 많다고 해도 이렇듯 일방적인 폐쇄 조치는 이상하고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유튜브가 제시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다.

유튜브는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채널에 경고를 보내고 경고가 3번 누적되면 폐쇄하는 삼진아웃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강명석 씨의 채널은 경고 없이 단번에 폐쇄한 만큼 의문점이 크다. 그렇다면 일방 폐쇄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걸까? 이와 관련해 구글에서 경고 없이 채널 폐쇄를 강행한 특수 사례가 있긴 하다.

구글은 지난해 9월 홍콩의 반 중국 시위를 비하하는 글과 사진을 올린 계정 900개 이상을 폐쇄하며 “적발된 계정 대부분이 정치적인 선동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월엔 “유튜브는 적용 가능한 모든 제재와 무역 관련 법 규정을 따른다”라며 북한 측의 ‘우리민족끼리’ ‘조선의 오늘’ 채널을 폐쇄한 바 있다.

위는 대중·대북 압박을 주도한 미국의 입김이 개입된,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 사례다. 구글 측이 밝힌 일반적인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은 ①과도한 노출 및 성적 콘텐츠 ②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③증오성 콘텐츠 ④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 등이다. 글쓴이는 이 기준에 따라 강명석 씨가 올린 옛 영상들이 정말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 살펴봤다.

강명석 씨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과거 동영상들의 제목을 쭉 훑어보면 <한국이 좋아서 20회 이상 갔다 왔다는 일본인 대학생의 이야기 –더 솔직한 인터뷰> <교토에 있는 윤동주 시비에 가보다 –현장르포(10)> <일본의 최대 규모 집회에 가다! 여기서도 NO 아베가?!> 등이다. 증오와 혐오 표현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인다. 애석하게도 위 영상들은 “이 동영상과 연결된 YouTube 계정이 해지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확인이 불가능하다.

대신 2020년 3월 2일 기준 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보니 증오와 혐오 표현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 한국의 민주시민들과 연계하고 싶다는 희망찬 진보여론만 엿보일 뿐이다. 그렇다보니 일본 구글 측이 아베 정권의 눈치를 살펴 ‘반아베’에 급제동을 걸고 채널 폐쇄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채널 댓글에는 아래와 같은 여론들이 올라왔다.

“경고 없이 한방에 폐쇄됐다는 건 AI가 아니라 사람이 한 것. 일본 유튜브 관리자가 그렇게 한 듯”
“아베가 유튜브까지 장악했나? 일본 광고사의 영향력인가? 이러면 유튜브 믿을 수 없는 매체가 될 텐데”
“아니 어찌된 거죠? 혐오표현 가득한 보수 방송도 노란딱지 받는 정도. 이분은 분노할 상황에서도 최대한 서로 대화하고 이해해보자는 영상뿐인데”

유튜브 채널 <Southbound TV>에 올라온 댓글 여론 유튜브 캡처

“YouTube의 사명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고 더 큰 세상과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구글 측의 공식방침, 과연 ‘유튜버 강명석’에게는 제대로 공정하게 적용됐을까? 이에 대해 일본 구글 측이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채널 폐쇄에 모종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영원히 가시지 않을 것이다.

한일 시민이 함께 하는 진보언론의 꿈

강조하건대 채널의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다. ‘아베를 물러나게 하고 일본의 역사교육이 철저히 된 밑바탕에서 한일 시민들이 사이좋게 지내자’는 신개념 친일론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자민당 장기집권의 토대를 만든 미국을 지목, 일본이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뒷받침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강명석 씨의 소망을 뒷받침하기엔 채널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

현재 Southbound TV는 1인 미디어다. 강명석 씨 본인이 취재, 촬영, 편집, 실시간 방송을 모두 진행한다. 유학생으로서 공부하고 편집에 밤새 매달린 뒤 “아침이라 떨린다면서”도 피곤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한다. 강명석 씨 본인이 “말을 잘 못한다”고 고백하듯 말솜씨가 유명 유튜버, MC마냥 매끄럽진 않지만 어느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게 되는 진정성이 있다. 사람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당 채널은 훨씬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채널 재생목록에는 ‘일본 반응’ ‘조금 더 솔직한 인터뷰’ ‘일본 국회는 지금’ ‘현장르포’ ‘야마모토 타로 관련 영상’ ‘야마조에 타쿠 의원 영상’ ‘일본 팟캐스트 출연’ ‘No 아베 20.01.12’ ‘야스다 코이치 씨 강연’ 등이 올라와 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한일 양국 정부의 대응을 비교한 영상은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여러분들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찾아보신다면 다른 이들이 왜 이 채널을 응원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될 것이다.

유튜브 채널 <Southbound TV>가 올린 영상 목록 유튜브 캡처

강명석 씨는 향후 일본인 동료와 함께 채널을 언론으로서 키워나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일 민주시민들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와 일본열도, 나아가서 동북아시아 전역을 다 함께 잘 사는 진보시민의 평화공동체로 바꿔내자는 꿈이 깃들어있다.

강명석 씨가 인터뷰 영상을 올리면 일본 활동가가 추가답변을 하는 온라인 교류도 오가고 있다. 아래 솔직한 답변에서 진보언론으로서 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어째서 일본인은 싸우러 나서지 않나요?’라고 묻는 한국인 저널리스트 강명석 씨의 질문에 대해 저는 동영상이 올라간다고는 생각지 못하고 대강 말해버렸습니다. 일본에도 소수지만 계속 싸워온 사람들이 있고 과거의 대립을 뛰어넘어 단결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7일자로 채널에 <50년 경력 시민운동가 “왜 일본시민은 저항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월 14일, 인터뷰의 주인공 스즈키 하지메 씨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링크를 공유하며 위와 같이 알렸다.

채널명 사우스바운드(SouthBound)는 ‘남쪽으로’라는 뜻이다. 채널의 방향성을 보건대 아마도 한반도 남쪽 땅에 사는 청년이 진보의 가치를 사방으로 뻗어가겠다는 취지를 담았으리라. 그런 생각이 든다.

현재 강명석 씨가 올리는 대부분 영상에는 수익을 제한하는 ‘노란딱지’가 붙어있다. 강명석 씨는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왜 No 아베만 들어가면 전부 노란딱지란 말이오?”라고 물음을 던진 상태다. 역시나 일본 구글 측은 별다른 답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번처럼 또다시 일방적으로 채널 폐쇄를 당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강명석 씨 본인은 “갑작스럽게 (채널이) 사라져서 저도 굉장히 당황스러운데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언론활동, 두 달 간의 유튜브 활동으로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그게 제일 큰 수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라고 “아무튼 다시 새 출발”이라고 꿋꿋이 말한다.

강명석 씨는 일본이 바뀌지 않는다고 절망하는 분들도 있는데 일본은 바뀌리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희망이 머지않은 날 현실이 되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아무쪼록 대안 진보언론으로 발돋움할 이 채널에 많은 분들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셨으면 좋겠다. 유튜브에 전하는 여러분의 엄지 척 하나하나가 반아베 전선에서 일본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 청년에게 엄청난 힘이 되리라, 일본을 바꿀 열쇠가 되리라 확신한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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