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오타쿠의 일본이야기] 코로나19가 가른 한국과 일본의 정치

한국의 모범과 일본의 실패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과 일본만큼 대응이 갈리는 국가는 또 없다. 한국은 코로나 억제에 성공해 전 세계의 모범으로 떠올랐다. 반면 일본은 열도 전역이 사실상 코로나 바이러스의 배양지가 됐다는 비극적 관측이 나온다.

이미지 합성

한국과 일본, 어떤 차이가 양국의 대응을 갈랐을까? 양국의 초기대응부터 비교해보자.

작년부터 벚꽃 스캔들(아베 총리가 국가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선거운동 등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로 퇴진 위기에 시달리던 아베 정권은 올해 초 코로나 사태를 틈타 ‘국면전환용 국민 구출쇼’를 기획했다.

지난 1월 28일, 중국 우한(武漢)에 전세기를 보낸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자국민을 구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전세기가 공항에 도착한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어 기사로 실었다. 여기까지 보면 일본 정부의 구출쇼는 완벽하게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정부는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구분 않고 특정 호텔의 같은 방에 몰아넣는 패착을 저질렀다. 격리된 사람들이 감염 위험에 시달렸지만 현장에는 정부의 명확한 격리 방침조차 없었다. 일부 격리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호텔에서 나가버리는 비상상황도 발생했다.

심지어 호텔에서 정부와 격리자 간 소통을 맡은 창구는 젊은 공무원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해당 공무원은 결국 자살로 내몰렸다. 이후 일본 정부는 반성과 사과 없이 공무원의 죽음과 호텔의 혼란을 쉬쉬했다. 정부가 우한에서 국민을 구하기는커녕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어버린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확연히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우한에 전세기를 조용히 보냈다. 입국한 교민들은 전국의 수용시설로 나눠 이동했다. 교민들은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의 각자 방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다. ‘감염 의심자’가 집 근처에 온다는 걱정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 하지만 정부와 주민들이 마을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자 오해는 금세 풀렸다. 아산 주민들은 교민들을 환영하며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이라는 목소리를 SNS를 통해 널리 전하기도 했다.

2주 뒤 우한 교민들은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시설을 떠났다. 교민들은 저마다 “정말 감사하다”, “꼭 다시 찾겠다”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표출했다. 배웅에 나선 지역 주민들도 웃음꽃 활짝 피우고 “언제든 다시 오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코로나를 극복해나가는 명장면 하나 하나가 국민 모두의 가슴에 남았다.

정리하자면 ‘재난에서 국민을 얼마나 위하는가’가 양국을 결정적으로 가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집단주의와 공동체 정신에 바탕을 둔 국가와 국민의 헌신이 꽃피웠다면, 국가가 무대책으로 일관한 일본은 혼란 속에서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이 판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총선·올림픽을 앞두고

멈추지 않는 코로나 사태 속, 한일 양국은 공교롭게도 총선과 도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중요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국민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국 정부와 당리당략에 매달려 코로나 확산을 은폐한 일본 정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적 마스크 5부제, 맞춤형 진단키트 개발, 대대적인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했다. 여기에 정부의 방역대책을 뒷받침하는 질병관리본부의 헌신도 큰 몫을 담당했다. 정부와 질본은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해 확진자 동선과 주의사항을 온 국민에게 세심히 알렸다. 그 결과 4월 셋째 주 들어 일일 확진자 수는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처럼 빛나는 성과를 바탕으로 5월 중 개학 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때 문재인 정부에 시비를 거는 일부 정치세력도 있었다. 총선 이전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총선이 다가오니 확진자 수를 줄인다”며 “총선이 끝나고 확진자 수가 폭증할 것”이라고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언론은 이를 사실 확인도 안 하고 그대로 받아썼다. 하지만 정부는 총선과 상관없이 코로나 진단키트 분량과 PCR 검사 수를 최대치로 크게 늘려 묵묵히 국민 생명 구하기에 앞장섰다.

아베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감염된 크루즈선을 일본열도와 떨어트려 해상 격리한다는 미즈기와(水際) 정책으로 대응했다. 요코하마(横浜)항에 정박한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에서 712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정부는 “일본 국내 감염이 아니”라며 집계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정부는 검사를 받지 않고 배에서 내린 국민을 대중교통을 타도록 내버려뒀다.

아베 정권이 감염 확산을 내버려둔 배경에는 도쿄올림픽이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확진자 대량 발생을 인정하게 되면 도쿄올림픽과 평화헌법 개헌이 물 건너 갈 것이란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되기 직전까지 국민 목숨이 어떻게 되든 코로나 사태의 실상을 최대한 은폐하려 든 것이다.

이 가운데 총리관저와 전문가대책회의,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간 대책이 충돌했고 확진자 동선 알림, 전수 방역과 대규모 검사도 없었다. 5월 1일 기준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의 확진자를 더한 일본의 공식 확진자 수는 한국을 훌쩍 넘어 1만 5천명에 가깝다. 일본 정부는 자택근무 해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긴급사태선언의 전국적 연장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처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례 없는 재난 앞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PCR 검사율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PCR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국민이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이닥치면 확진자가 퍼져 일본의 의료체계가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논리다. 아베 정권의 이러한 발상부터가 코로나 확산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궤변이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본 전역으로 번졌다는 신호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올해 일본 폐렴환자가 작년 대비 3배로 증가한 것, 길거리에서 갑자기 사망한 변사자를 검사해보니 감염경로를 알 수없는 코로나 확진자임이 밝혀진 것이 그 실례다. 이 사례들은 검사조차 받지 못한 채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한 일본인이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아베 정권의 공식발표보다 코로나 확진자·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게이오(慶應)대학병원이 도쿄도(東京都) 소재 ‘무증상자’ 67명을 PCR 검사한 결과 6명이 확진자라는 결과(6%)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도쿄도의 감염 추정치는 최소 23만 명에서 최대 430만 명 이상에 이른다. 이는 4월 30일 당일 기준 국내 확진자가 0명으로 집계되어 완연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한국과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SNS를 통해 본 문재인과 아베의 차이

4월 23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경증으로 진단받은 감염자 수와 병원 밖 사망자 수를 정부로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자백했다. 이 역시 정부와 질본이 경증 단계에서부터 확진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한국과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도쿄는 이미 늦었다 검사 억제의 한계를 인정하라”, “한국에 무릎을 꿇어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에서도 잇달아 나온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런 비상시국에서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구와 만날 수 없고 뒤풀이도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이런 행동으로 많은 목숨이 확실히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극히 가혹한 현장에서 분투하고 계시는 의료종사자 분들의 부담을 덜어주게 됩니다.”
-지난 12일 아베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내용 중에서

아베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 많은 일본인들이 분노했다.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에서는 아베 총리가 강아지를 쓰다듬고 TV를 보며 차를 마시는 등 유유자적한 모습이 나온다. 정부의 무대책으로 마스크 사재기 등 혼란에 빠져있는 국민 여론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일본 트위터 화면 캡처

일본 정부는 사회적 격리 방법으로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을 피하라는 뜻) 대책을 제시했다. 그런데 SNS에 따르면 정작 아베 총리와 주변 인물들부터 정부 방침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특히 총리 부인 아키에 씨가 사람이 득시글한 도쿄 벚꽃축제에 참가, 유명관광지 오이타(大分) 여행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50여명을 대동해 다녀온 일은 두고두고 거론되고 있다.

정부부터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부하니 국민이 파칭코, 유명 관광지 등으로 가는 발길을 끊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트위터·유튜브·페이스북·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베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아베 총리는 ‘(총리 부인이 오이타 여행에서 한) 신사참배는 3밀이 아니다. 관광을 하지 않으면 문제없다’라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총리가) 3밀에 관련한 잘못된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원과 해안에 모여들었다.”

“아베 신조와 주변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되든 사리사욕을 챙기고 그 다음이 보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서 9일, 일본의 한 블로그에는 <의료현장에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코로나 환자가 밀려드는 대형병원 소속 간호사라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의료진이 2달 가깝도록 코로나 확진자를 대응하고, 마스크를 3일에 한번 씩 교체하는 등의 열악한 의료현장이 무척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분노할 수 있는 사람 분노하자. 부탁이니까 분노해 줘. 당신의 분노를 말로 내서 (우리를) 구해줘. 전해줘. 이상해.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정말 이상하다고. 자신의 목숨이 경시된다는 걸 겨우 깨달은 인간의 소원이다.”

“‘이미 손을 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고통은 더해집니다. 상황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폐를 이식하면 살 수 있습니까?’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가족을 눈앞에 마주하는 것도 대응하는 것도 의료종사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슬슬 정말로 한계입니다. 부디 부디 목소리를 내 주세요.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반면 5월 1일 기준 총선과 관련한 한국의 확진자는 0명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72일 만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0명. 총선 이후 14일간 선거로 인한 감염 0명. 대한민국의 힘, 국민의 힘입니다”라고 전했다.

주권자인 국민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분노를 재차 촉구하는 일본 의료진의 호소에서 아무래도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박근혜 국정농단을 향한 분노를 실제 행동(촛불혁명)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어쩌면 현 상황이 일본과 비슷했을 지도 모른다.

역대급 ‘자긍심’과 ‘불안함’ 사이에서

“도대체 우리가 선진국이라 믿었던 국가들이 왜 이리 코로나로 추풍낙엽이 된 거냐. 정말 코로나 사태 이후 제대로 대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봉쇄도, 사재기도, 폭동도 없이. 우리만 몰랐던 거네 우리만 일류고, 선진국이고, 최고였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

정부와 질본이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준비한 철저한 방역지침, 이를 따르며 투표를 독려한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누리지 못한 역대급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반면 일본인들은 정부의 무능과 은폐 속에서 일제 패망 이후 최악의 혼란을 마주했다.

“단 한 번도 사용할 수 없는 마스크를 보내온 아베를 비판한다. 이런 쓰레기를 받아도 쓸데없는데 (아베노마스크에) 466억엔이나 되는 세금을 쏟는다고 하니 기가 차다! 이런 무능하고 얼빠진 아베를 총리자리에 앉혀놓는 우리들 국민도 (아베와) 동일시되기 전에 바꿔야 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 네티즌의 글

일본 트위터 화면 캡처

지난 4월 9일, 진보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內田樹) 씨는 슈칸분슌 온라인판과 인터뷰를 통해 아베 정권의 실태를 진단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아베 정권 하에서는 방법이 없다는 절망감마저 읽힌다.

“한국, 중국의 성공사례를 흉내 내는 것은 아베 정권의 지지층들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굴욕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그 지지층을 배려해 ‘일본 독자적’인 감염방지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눈속임하는데 열심입니다. 하지만 그런 독창적 아이디어를 세울 수 있는 능력은 일본 정부에는 없습니다.”

지난 4월 27일, 도요게이자이신문이 <신문·TV ‘정부가 하라는 대로’ 기가 찬 실태>라는 제목으로 한 보도를 보자. 도요게이자이가 인용한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 측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국회논전을 방송하지 않거나 또는 방송해도 짧다. (총리)관저 기자가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뭉개거나 방송에 개입한다. 이는 일상다반사다. 관저 기자가 정권의 이너(비선)가 되고 있다”라고 고발한다.

종합하자면 일본의 코로나 사태는 정부에 의한 고의적인 확산 은폐, 지자체와 개인 의료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결과 발생했다. 이번 사태가 아베 집권 7년의 총체적 폐단이 집약된 사상최악의 인재라는 얘기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모범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이 재난을 슬기롭게 이겨가면서 ‘전 세계 제일가는 국가’라는 자긍심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가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될 실패기준 ‘일본’을 보면 안타까움과 끔찍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한 줌도 안 되는 ‘아베 일당의 사리사욕’을 최우선으로 앞세우고 있다. 격리·방역 지침은 전혀 없고 국민의 눈앞에는 급박한 생존위기가 닥쳤다. 그 때문에 신뢰가 깨진 사회에서 확진자를 혐오하는 비뚤어진 개인주의와 각자도생, 불안함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지금 아베 정권은 “한국산 진단키트를 믿을 수 없다”며 알량한 객기나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지막까지 창궐하는 지옥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60만 명이 넘는 우리 동포들도 살고 있다. 부디 더 늦기 전에 일본이 우리 식 기준을 받아들여 코로나19 극복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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