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항쟁 40주년] 전두환 살리기? 핵심 증거 뺀 미국의 5·18 기밀문서 공개

미국, 5·18 40주년 맞아 43건의 기밀문서 공개

외교부에 따르면 5월 15일 미국이 5·18 광주민중항쟁 전후 기밀문서 43건을 공개했다. 정부가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미국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기밀문서 공개로 5·18 학살의 진상을 좀 더 규명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법도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개된 문서는 대부분 과거에 이미 공개한 내용이다.

그마저도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1979년 12월 13일부터 1980년 5월 17일까지, 그리고 5·18 이후부터 1980년 12월 13일,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의 문서들이다. 5·18 당시의 문서는 3건밖에 없다. 5·18 학살의 진상을 밝힐만한 자료는 없는 것이다.

다만, 기존엔 일부 내용을 가리거나 삭제한 채 공개했지만, 이번엔 완전히 공개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은 무엇일까? 하나는 광주 시민들이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주한미대사관이 이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사유가 밝혀졌다. 미국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어느 한쪽 또는 양측 모두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거절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대사관이 전두환 신군부나 광주 민중들에게 공격받을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가 1979년 12.12 사태 이틀 후인 12월 14일, 전두환과 면담 후에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서 ‘신군부가 미국의 도움을 원한다’는 내용이 발견되었다. 더불어 글라이스틴 대사는 “군사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수주 혹은 수개월 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1980년 5월 18일, 5·18 광주민중항쟁 발발일에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민주화 운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경우 비무장지대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고, 결국 북한으로부터 공격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개된 문서를 보면 미국은 전두환에게 도움 요청을 받았으며 5·18 당시 학생들의 중재 요청을 거부했음을 알 수 있다. 5·18 학살은 역시 미국이 전두환 일당을 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는 걸 가늠할 수 있다.

핵심을 쏙 뺀 ‘기밀문서 공개’

그런데 이런 문서공개는 국민의 5·18 진상규명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5·18 학살 당시 ‘발포명령을 누가 내렸느냐’는 것이다. 발포명령자가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도 5·18 학살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과거 구속되긴 했지만 그 사유는 ‘내란’죄였지 5·18의 책임을 물은 바는 없다. 군대를 동원해 아무 죄없는 사람까지도 학살한 잔악무도한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발포명령자는 누구나 짐작하듯 전두환일 것이다. 그런데 전두환은 발포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모르쇠하고 있다.

미국은 발포명령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 미국의 팀 셔록 기자는 “당시 미 국가정보국(NSA)에서 근무했던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라며 “그는 신군부의 12.12 쿠데타가 일어날 당시 미 대사관 지붕에 올라가서 한국군의 통신을 감청했다고 했다. 광주 관련 문서 중에도 보면 5월 20일과 21일 상황을 거의 분 단위까지 나눠서 상황일지를 적은 25~30쪽짜리 긴 문서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팀 셔록 기자는 미국은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후에는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어 광주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최소 60명이상이 사망했고, 이는 계엄군에게 사살된 것이며, 그 뒤에는 전두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팀 셔록 기자의 증언을 보면 미국은 5·18 학살의 진실을 상세히 밝힐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중요한 문서는 쏙 빼버린 채 곁가지 자료만 내밀었다. 미국은 발포명령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밀문서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광주시민이 피로써 준 교훈

또한,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미 본국으로 보낸 자료는 있지만, 미 본국에서 주한미대사관이나 주한미군으로 보낸 지시나 명령은 새롭게 밝혀진 게 없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신군부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렇다면 그에 대한 미국의 ‘대답’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문서도 공개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미국이 공개한 문서는 진실의 반쪽만 드러냈을 뿐 그에 대한 ‘결과’는 쏙 빼버렸다.

국민은 미국이 5·18 학살에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궁금해하는 게 아니다. 국군에 대한 작전지휘통제권을 가진 미국이 5·18 학살의 배후이자 진짜 주범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팀 셔록 기자 또한 “(5월 22일, 백악관 회의에서) 미국이 군사 진압작전을 사실상 용인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일제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지켜준 고마운 나라로만 알고 있던 미국의 실체를 일깨워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5·18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1982년 부산 미문화원을 방화하고 1985년 서울 미문화원을 점거하며 ‘학살 배우 미국은 사과하라’며 투쟁해 나섰던 것이다.

과거에 잘못을 했으면 허심하게 사과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쇄신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미국은 자신이 5·18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감추고 있다. 또한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발포명령자일 것으로 보이는 전두환 일당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40년 후인 지금까지도 5·18 학살 배후세력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한반도 군사갈등을 조장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요하고 있다. 5월 광주가 피로서 우리에게 준 교훈은 자주국가, 통일국가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5·18 광주민중항쟁의 교훈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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