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오타쿠의 일본이야기] 일본 극우지 슈칸분슌이 쏘아올린 윤미향 논란

‘그것이 수상하다’ 슈칸분슌은 왜 윤미향을 콕 겨눴나

숱한 일본 매체 가운데 총선 이전부터 유독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낙마에 공들여 온 매체가 있다. 바로 극우·혐한 성향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이다.

1959년 설립된 슈칸분슌은 일본 잡지계에서 부동의 1위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잡지계는 불황이 극심하다지만 슈칸분슌의 아성은 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슈칸분슌은 분기 당 판매량 50~60만부라는 견고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슈칸분슌은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잡지 분게이슌슈(문예춘추), 인터넷판 분슌온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언론 용어로 일명 ‘분슌포(文春砲)’라는 말이 있다. 주간지 슈칸분슌이 대포를 쏘아 올리듯 터뜨리는 특종 하나하나가 강력하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정치, 연예계를 가리지 않고 쏘아대는 분슌포의 위력은 일본 내에서 상당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 총선 이전부터 윤미향 의원을 향해 뿜은 분슌포가 한국까지 날아오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슈칸분슌은 이웃나라 한국의 총선을 앞두고 <위안부 지원단체 대표가 한국총선에서 여당후보로 출마 -갑작스러운 정치인 변신의 이유>라는 기사를 낸다. 일본 극우세력의 입맛에 맞게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활동과 일본군 ‘위안부’ 논란을 왜곡해온 아카이시 신이치로(赤石晋一郎) 기자가 낸 ‘단독’ 기사였다.

슈칸분슌 소속 아카이시 기자는 가자!평화인권당 대표·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태평양유족회) 이사를 맡고 있는 최용상 씨의 입을 빌렸다. 최용상 씨는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종료됐으며,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슈칸분슌은 최용상 씨를 인용해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위안부의 인권을 말살한다’ ‘정의연이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 ‘수요집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슈칸분슌이 전하는 최용상 씨의 말이다.

“구 정대협은 화해 · 치유 재단을 해산에 몰아넣는 등 항상 위안부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을 방해해 왔다. 그런 그녀(윤미향 의원)가 정계에 입문하게 되면 앞으로 위안부 문제의 정치적 이용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 문제에서 화해의 길은 한없이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용상 씨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당시 윤미향 국회의원 후보를 범죄자로 모는 악성 보도다. 이상하게도 슈칸분슌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을 사실처럼 부각한 반면, 최용상 씨가 속한 태평양유족회 대표의 아들 임모 씨가 지난 2013년, 3만여 명에게서 15억 원을 받아 챙겨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점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평양유족회의 문제를 짚지 않은 슈칸분슌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향해서는 왜 이렇게까지 날을 세워 보도했을까. 여기에는 일본 극우세력에 맞서 30년 넘게 활동해온 윤미향 의원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

심지어 슈칸분슌은 해당 기사에서 윤미향 의원을 “반일단체(정의연)의 톱(수장)”이라고 지칭했다. 이전부터 일본 언론은 대체적으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한일 양국 정부가 체결한 국제적인 위안부합의를 깨트린다”라며 고깝게 여겨왔지만, 윤미향 의원의 낙마를 직접 겨눈 건 슈칸분슌 보도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불순한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던 슈칸분슌과 인터뷰한 최용상 씨는 지난 5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관했다.

정의연 활동을 “’위안부’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을 방해해 왔다”라고 표현한 최용상 씨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관하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최용상 씨를 끌어들여 ‘윤미향 논란’을 유도한 시작점이 슈칸분슌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일본 총리도 물러나게 하는 힘 취재·특종

일본인들이 슈칸분슌 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것은 바로 특종이다. 온갖 자극·선정적인 의혹을 쏟아내는 ‘황색언론’ 슈칸분슌이 극우 언론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사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일본 극우 매체 IRONNA는 <분슌무쌍! 슈칸분슌이 특종을 연발하는 3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착상이 남다른 취재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내부자의) 밀고 수, ▲기자클럽에 가맹하지 않은 출판계의 강점을 슈칸분슌이 승승장구하는 비결로 꼽는다.

슈칸분슌은 편집부를 중심으로 날마다 반향이 높은 수백 개의 기사거리를 취합, 보도 방향이 잡히면 5~10인 정도로 팀을 꾸려 보도를 내도록 화력(취재비)을 지원한다. 이 취재비는 인터뷰 당사자에게 거액의 인터뷰료를 지불하는 데 쓰인다. 일단 취재감이 잡히면 해당 팀의 기자는 몇 달이 걸려서라도 취재를 해 기사로 낸다. 또한 슈칸분슌은 기성언론이 주도하는 기자클럽에 소속되지 않은 잡지여서 일본 정부의 통제 없이 보도 행태가 자유롭다.

앞서 아카이시 기자가 2달여간의 침묵을 깨고 최용상 씨를 인용해 ‘위안부’ 보도를 낸 것도 IRONNA가 소개한 슈칸분슌의 취재 방식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기 과거사위원회 위원을 지냈지만, 올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시민당에 비례 공천을 낸 최용상 씨는 슈칸분슌에게 좋은 취재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용상 씨의 경력을 잘 살펴보면 위에서 소개한 ‘2가지 이유(남다른 취재, 내부자의 밀고)’에 거의 부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슈칸분슌의 마지막 특성이다. ‘잡지’인 슈칸분슌은 기성언론으로 대표되는 기자클럽에 묶이지 않아 보도가 자유롭다. 보도가 자유롭다는 건 슈칸분슌에게 입맛에 맞게 권력을 공격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점과 관련해 IRONNA는 “특히 슈칸분슌을 발행하는 분게이슌슈는 긴 역사 속에서 보수계이면서도 때로는 권력자에 대해 끊임없이 강하게 대치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왔다”라고 슈칸분슌을 평가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 사례가 1974년 10월 9일, 다나카 내각의 낙마를 겨눈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그 금맥과 인맥>이라는 보도다.

슈칸분슌은 1969년부터 1970년 사이 ‘다나카 파벌’의 기업 매수, 횡령 의혹을 집요하게 취재해 다나카 내각의 부정비리를 보도한다. 슈칸분슌의 보도는 일명 ‘록히드 사건’으로 불리는 일본 정계 고위급 인사가 얽힌 엄청난 파장으로 번졌다. 사퇴 뒤 검찰 수사를 받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전 총리는 1976년 7월 27일 구속된다. 일본 총리가 특정 매체의 보도로 퇴진하고 구속까지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는 일본에서 슈칸뷴슌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다.

이런 슈칸분슌이 지난 5월 28일, <쿠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 자가격리 주간 중에 기자 저택에서 ‘3밀’ 내기도박 마작>이라는 제목의 특종 기사를 냈다. 아베 총리가 공무원연장법을 바꾸면서까지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쿠로카와 히로무(黒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이 그 당사자다.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쿠로카와 검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사히신문 전 기자, 산케이신문 현직 기자 등과 어울려 도박성 ‘내기 마작’을 했다.

슈칸분슌의 보도 이후 아베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가파르게 내려앉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20%대로 폭락했다. 국정 지지율 20%대는 일본에서 총리, 내각 총사퇴의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7년 넘게 이어진 ‘아베 1강’ 구도가 깨졌다. 자민당에서 공공연하게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등 본격적인 ‘아베 탈출’이 시작됐다.

돌아보면 슈칸분슌이 최용상 씨를 앞세워 ‘단독’을 붙인 윤미향 의원 관련 악성의혹이 한국과 일본으로 퍼져나갔다. 요미우리, 산케이신문의 윤미향 부정의혹 보도는 모두 3월 29일 슈칸분슌 보도 뒤에야 나온 점을 주목하자. 일본 총리의 퇴진까지 주무르는 슈칸분슌의 힘이 윤미향 논란을 키우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최용상부터 반일종족주의까지…인맥 가동한 한일 극우 네트워크

지난해 8월 6일, 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한일 극우 간 네트워크,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이 네트워크는 아직도 존재한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실체들이 한국과 일본의 가짜뉴스의 생산 기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양국에서 윤미향 논란을 부추긴 슈칸분슌의 보도 행태를 보건대 위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슈칸분슌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극우세력을 하나로 잇는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5월 31일, 슈칸분슌은 <위안부 단체가 내부분열된 것은 어째서인가? ‘한국의 성역을 ‘조종’한 여성활동가들의 실상’ 연구자 현지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를 인터뷰한 인용 기사를 냈다. 주익종 이사는 “위안부는 조선인의 자발적 매춘”이라는 내용으로 악명 높은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다. 주익종 이사는 “정의연의 가장 큰 죄”를 묻는 슈칸분슌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 정대협(정의연)의 자금 횡령에 대해 (한국) 사회가 끓고 있지만 나는 이 단체(정의연)의 진짜 해악이 돈 문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내걸고 한일관계를 마비시켜 위험으로 몰고 간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가지는 ‘반일’ 감정의 큰 부분이 이 위안부 문제를 통해 형성됐으니까요.”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가 슈칸분슌과 인터뷰에서 한 말.

주익종 이사의 말을 인용한 슈칸분슌의 보도는 지난 3월 29일 최용상 씨를 인용한 보도처럼 한일 극우 연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앞으로 슈칸분슌은 반일종족주의 인사들을 비롯한 한국 극우세력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 일본어판으로 나온 <분슌포 특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는 ‘언론 슈칸분슌’이 지향하는 면면이 나온다. 해당 책 소개란을 보면 “슈칸분슌은 ‘정의의 편’ 같은 것이 아니다”, “목표하는 것은 심판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는 표현이 있다. 슈칸분슌에게 한국의 반일종족주의는 일본 극우세력의 몸집을 불리기 위한 유흥거리(엔터테인먼트)다.

슈칸분슌은 한국 내 극우세력과 연계 강화, 진보진영의 분열을 지피기 위해 ‘또 다른 특종’을 집요하게 노릴 것이다. 슈칸분슌은 “위안부 피해자가 정의연의 먹잇감이 됐다”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야말로 슈칸분슌의 먹잇감이었던 것이 아닐까.

이제부터는 한일 극우 네트워크를 가동해 일본의 ‘위안부’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슈칸분슌의 보도를 유심히 경계해야 한다. 일본 극우지가 지핀 ‘윤미향 나비효과’에 한국 언론 전체가 꼴사납게 놀아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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