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나?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정말 참혹한 광경이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오늘날, 이토록 남북관계가 참혹해진 책임을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에 물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 있었나?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등을 미국의 반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 기념연설에서도 사실상 미국 때문에 판문점선언을 이행할 수 없다며 다른 사업을 찾아보자고 주장했다. 6.15 20주년 기념연설은 미국 말을 들을 것이며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판문점선언을 이행했을까?

그걸 판별할 수 있었던 게 바로 대북전단 살포 문제였다.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로 확약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이 이제와서야 뜬금없이 문제 삼은 것도 아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 발표 직후인 2018년 5월 노동신문을 통해, “반공화국삐라살포야 말로 남북관계 파국의 주되는 근원”이라며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경고를 새겨듣고 제 할 바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반공화국삐라살포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남북관계개선을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 하는 것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에는 민중당이 2019년 정부 제출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는 대북전단 살포용 전단탄 생산 예산을 삭감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2019년 9월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태풍 ‘링링’이 북상하는 틈을 타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하는 일이 일어났다. 북한에 자연재해가 닥치는 틈을 탄 매우 고약한 행동이었다. 이 일로 우리나라 내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듯 대북전단 살포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2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대북전단 살포는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도 충분히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 발표 후 2년이 지나도록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미국 때문에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행할 의지가 별로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를 이용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 발전을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놓고 추진하고 있었다. 2018년엔 정상회담만 세 차례 가졌으며 2019년에도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하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직접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열정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다.

국민은 이런 모습을 보며 남북관계가 이전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준으로 도약했다고 느꼈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이 실현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연설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정작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를 ‘이벤트’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0년 6월 16일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해법 없이 남북관계를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또한 6월 11일 코로나 국면으로 남북이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우리 스스로 해야 되는 것들”을 해나가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벤트로 활용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만 낼 뿐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 대표적인 이벤트로는 2018년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들 수 있다.

남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2018년 내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26일 말 그대로 착공식만 한 후 착공(공사를 시작함)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반대 때문에 공사를 못하겠으면 착공식 자체도 하지 말았어야 정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결혼식만 올리고 실제로 결혼은 하지 않는 것과 같은 황당무계한 일을 벌인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제안했을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북한에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2018년과 극명히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이틀만인 1월 3일 북한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개성공단 재개에는 미온적이던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이라는 이벤트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행동 없는 이벤트를 추구한 것은 결국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지율을 상승시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국정 안정과 정권 연장을 위한 수단이자 이벤트로 이용했다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국민과 대화의 당사자인 북한을 기만한 큰 잘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모습을 보며 심각히 자신을 돌아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문점선언 이행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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