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관광,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오찬을 가진 후 식당 테라스에 올라 대동강변을 바라보고 있다. 2018.9.19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는 개별관광을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기존 금강산관광을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강산관광을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하는 이유는 대량현금 문제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은 현대아산이 주관하는데, 이 때문에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의 대가로 대량현금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대규모 단체관광이 아니라 국민이 개별적으로 관광을 가게 되면 대량현금 문제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면서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관광에 드는 의문점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관광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다. 국민이 북한 관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북 정부가 우리 국민의 북측 방문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자면 정부가 국민의 북한 방문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관광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방북을 허용하기만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은 중국의 여행사에 북한 여행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국내의 한 여행사는 한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 국민은 북한을 갈 수 없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여행사는 북한 관광 사업에 대해 “관광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진행되며 서울과 부산 등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선양을 거쳐 북한에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가 말하는 개별관광을 이미 했던 셈이다.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려면 “앞으로 통일부에 신고만 하면 북한 방문을 할 수 있다”고 발표만 하면 된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조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개별관광을 하자고 1년 가까이 주장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방북 제한을 푸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자고 이야기만 하고 실제 조치를 하지 않는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면서 여러 단체나 여행사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열어두지 않고 정부가 특정 단체 및 사업체들만 북한 관광을 추진하도록 지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올해 3월에 공개한 “2020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개별관광을 비영리법인·사회단체가 추진하는 방안과 제3국 여행사를 통해 북한관광을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6월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며 경협 사업자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특정 업체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KBS는 북한 관광에 대한 사업대행계약서 일부를 보도하기도 했다.

KBS 보도를 보면 정부의 개별관광 구상은 비영리법인과 사회단체, 제3국 여행사가 자유롭게 개별관광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북한 방문 및 관광을 열어두려는 게 아니라 개별관광이라는 상품을 파는 여행사를 지정하려는 듯 보인다.

정부가 특정 단체 및 회사와 계약하는 형태로 개별관광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개별관광에서 창구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창구단일화는 노태우가 추진했던 정책이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대한민국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남북교류와 통일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때 노태우 정부는 민간의 통일운동을 차단하기 위해 남북대화는 정부를 통해서만 하겠다고 발표했다. 창구 단일화는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민간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막기 위한 정책인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면서 바로 이 창구 단일화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간이 개별관광을 통해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류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막으려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별관광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이 누구나 정부의 통제 없이 미국이나 중국을 관광할 수 있듯 북한 여행도 할 수 있어야 개별관광이 가지는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개별관광을 미국과 협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개별관광에 있어서도 여전히 미국과의 협의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는 것은 대북제재에 저촉될 여지가 없어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1월 16일 개별관광에 대해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언급했고 통일부는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1월 20일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판단할 것이지 미국과 먼저 협의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부는 “주권에 해당한다”는 입장과는 달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발언 직후 개별관광 협의를 위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냈다. 2월에도 한미워킹그룹에서 개별관광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0주년 기념연설에서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것이 바로 개별관광이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남북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런 이중적인 행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월간조선에서까지 “문재인 정부, ‘북한 개별 관광’은 ‘내정’이라면서 왜 미국과 ‘협의’하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북한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2월 16일 “남조선 당국자들은 미국에 날아가 ‘대북 개별관광’과 관련한 모의판을 벌여놓았다”라며 “미국에 간다고 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개별관광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1월 22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이것(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으로써 북한에 사실상 제안을 이미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별도로 형식을 갖춰 제안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도 북한에 개별관광을 제안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북한에 제안하지도 않은 개별관광이 실현될 수 있을까? 노컷뉴스는 같은 기사에서 익명의 북한 전문가를 인용해 “우리가 공식 제안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전문가 의견이라고 듣고 있기 한심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내정간섭이라면서도 개별관광까지 미국의 승인을 얻으려 동분서주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제안은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적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게 친미사대의식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개별관광 추진 과정에서 철두철미 미국에 굴종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개별관광 사업마저 독점물로 만들려 했다. 이대로라면 개별관광을 실현하기는커녕 남북대결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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