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87] 격랑 치는 북미대결 (3)

큰 이익을 놓친 미국

7월 10일 발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이하 담화)를 보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담화는 “미국은 내심 하노이에서와 같은 협상조건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은 바로 그때 2019년 초 하노이에서 부분적인 제재해제를 해주는 것 같은 시늉을 내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핵중추를 우선적으로 마비시켜놓고 우리의 전망적인 핵계획을 혼탕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에는 우리가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의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당시 자신들이 내놓은 협상안을 ‘모험’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 협상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위험요소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위험요소란 무엇인가.

첫째, 당시 북한이 제기한 것은 영변 핵시설 폐기였는데 영변 핵시설이 북한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핵심 시설이라는 점이다. 만약 영변 핵시설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시설이라면 모험이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담화도 영변 핵시설을 ‘핵중추’라고 표현했다.

둘째, 만약 협상이 타결됐을 경우 북한은 불가역에 가까운 조치를 해야 하는 반면 미국은 언제든 번복할 수 있는 가역 조치를 한다는 점도 모험이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물리적으로 파괴해야 하는데 이는 돌이킬 수 없으며 동일한 규모의 핵시설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의 행태를 놓고 보면 대북제재를 완화한다고 선언만 하고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폭파하는 것을 확인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북제재를 지속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대북제재를 실제로 완화했다고 해도 후에 다른 명분을 내세워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제재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 이런 사례는 많았다. 예를 들어 2008년 북미 합의에 따라 북한은 중수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했다. 9년 후 미국은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미확인 살인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고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버렸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보지 않았다. 당시 사건에 대해 유엔총회 제1위원회가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여기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맞서 북한이 파괴된 냉각탑을 다시 복구할 수는 없었다. 불가역 조치와 가역 조치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다.

▲ 중수로 냉각탑 폭파 장면. [출처: 인터넷]

아무튼 북한은 자신의 입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혹은 돌이키기 매우 힘든 국가 핵전략의 핵심 시설, 핵중추를 내주는 반면 미국은 언제든 돌이킬 수 있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재 카드를 내놓는 것이므로 북한은 이 둘의 등가성이 없다고 봤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하노이 회담 직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행해지겠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듭니다”라고 하였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말의 뜻이 이해가 된다.

이는 비단 북한만의 주장이 아니다. 예를 들어 평화재단은 『현안진단』 제238호(2020년 7월 18일 발행)에서 “영변 핵 단지의 영구폐기는 불가역적이지만 대북제재는 해제해도 언제든지 다시 부과가 가능한 가역적 조치이기 때문”에 “‘영변 폐기 대 대북제재 일부 해제’는 미국에 불리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북한의 입장에 따르면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 된다. 자신들은 언제든 뒤엎을 수 있는 조치를 하면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을 없앨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굉장한 손해를 본 셈이다.

사라진 북한 비핵화 주장

그렇다면 북한의 손익계산서는 어떤가. 최고지도부가 며칠 동안 기차를 타고 강행군을 했으니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초장거리 이동 과정에 최고지도부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위험을 감수한 부담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북-베트남 정상회담을 하고 우호협력을 다짐했기에 외교적 성과를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하노이 회담을 기점으로 어느새 ‘북한 비핵화’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으며 미국에서 ‘북핵폐기’같은 주장을 해도 별다른 반향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만 해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에 다가가면서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해 전 세계가 ‘북한 비핵화’ 문제로 시끄러웠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는 주요 의제였고 합의문에도 명시되었다.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공세를 펴는 주요 무기도 비핵화였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경제제재도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라는 게 서방세계의 주장이었다. 쉽게 말해 북한에 대해서라면 ‘기승전 비핵화’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의제는 힘을 잃었다. 이번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도 예전 같으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트집 잡았을 것이지만 이제는 마치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혹은 북한의 핵보유가 당연하다는 듯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일본-호주 3국 국방장관이 공동성명에서 오랜만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주장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와 압박은 김이 빠진 분위기다.

이런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 분기점이 바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었다. 세계는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폭파라는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반대급부인 제재완화를 하기 싫어 거부했다는 식으로 회담 결과를 이해하였다. 즉, 북한은 비핵화를 하려고 했는데 미국이 거절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당시 많은 나라의 전문가와 언론들은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원인을 미국에서 찾았고 심지어 미국에서도 그런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게 엄청난 정치적 소득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능력이 줄어들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미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없이도 얼마든지 핵 증산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진행하겠다고 한만큼 핵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을 포함해 누구도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라고 하였는데 이 표현도 북한은 비핵화를 하려고 하는데 미국 때문에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이 이를 합리화해준 꼴이다. 하노이 회담 사전 조율안 파기가 가져온 재앙이다.

미국이 역정보에 속았을 가능성

북한이 이런 정치적 성과를 미리 계산하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했는지는 우리로서 알 길이 없다. 일단 담화 내용을 보면 ‘미국이 우리 제안을 받으면 난처했을 것이다’는 것인데 ‘미국이 안 받으면 비핵화가 안 된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는 인식을 국제 사회에 심어놓을 수 있다’는 계산까지 당시에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이번 담화를 보면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안 받은 게 북한 입장에서 나쁠 게 없으며 나아가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묻어 있다. 이렇게 보면 하노이 회담 직전 미국이 영변 이외의 다른 ‘비밀 핵시설’을 의제에 올리게 된 과정도 의심쩍다.

미 정보당국은 2010년부터 이미 영변 이외의 지역에 대규모 핵시설이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일단 영변 핵시설에만 집중해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018년 7월 2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2012년 2.29 합의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영변 이외의 비밀 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시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동의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능력의 40~60%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일단 영변 핵시설만 폐쇄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영변 핵시설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른 시설을 의제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나름 실속 있는 협상 전략이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정부는 느닷없이 영변 이외의 비밀 핵시설을 의제에 올려서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북한 핵능력 50%가량을 제거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들이 비밀 핵시설 정보를 꺼냄으로써 북한을 흔들었고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처럼 의기양양해 했다. 실속은 없고 허세만 남은 협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을 따르다가 북한의 의도에 걸려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과연 영변 외에 영변과 비슷한 규모의 비밀 핵시설이 정말 있을까? 이는 사실 중요한 문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오늘과 같이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인력, 시간을 투여하였다. 핵시설 건설뿐 아니라 운영에도 막대한 자금과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다. 그런데 그만한 규모의 핵시설을 비밀리에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 정체불명의 비밀 핵시설 정보로 인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정치적 성과를 얻을 만큼 다 얻었다는 점을 고려해서 보면 북한이 흘린 역정보에 미국 정보당국이 걸려든 것 아닌가 싶다. 위에서 언급한 올브라이트 소장 인터뷰를 보면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믿게 된 핵심 근거 중의 하나가 “신뢰할 만한 탈북자의 증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라면 ‘탈북자’라는 단어 앞에 ‘신뢰할 만한’이라는 수식어를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 것이다.

어쩌면 정보당국이 역정보임을 알면서 이를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비밀리에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정보였다. 당시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증언했던 이라크 정보원 알 자나비는 2011년 2월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많은 이들이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정말 정보당국은 대량살상무기 증언을 믿었을까? 아마도 전쟁이 필요했던 부시 정권과 국방부, 군수업체, 정보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다만 국민의 눈을 가릴 명분이 하나쯤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하노이 회담이 타결되지 않기를 바랐던 세력이 미국 내에 얼마든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하노이 참사

미국이 하노이 회담 타결을 무산시킨 명분이었던 비밀 핵시설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미국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인 반면, 북한이 주장하는 핵개발 명분은 어느 정도 객관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핵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부득이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이 아직 신생국가였던 1950년대 초부터 핵폭격 위협을 했다. 또 1958년 한국에 첫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해 1967년에는 무려 950기의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을 위협했다. 지금도 미국은 한반도와 인근에서 전략무기를 동원한 훈련을 시시때때로 하고 있으며 북한을 선제핵공격 대상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무기 배치 연표. ©평화문제연구소

미 국방부가 2018년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르면 북한 등을 대상으로 국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핵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하면서 대표적으로 폭발력 20kt 이하의 저위력 핵무기를 꼽았다. ‘저위력’이라는 말로 숨기고 있지만 폭발력 20kt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과 맞먹는 폭발력이다.

이런 객관적 실체들을 종합하면 미국의 핵위협이 북한 핵개발의 원인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객관 타당성이 있다. 한국 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도 지난 2019년 3월 2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주제로 삼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이지, 미국이 한반도에 1958년부터 1991년까지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핵무기를 한국에 처음 들여온 것도 미국 정부이고 핵무기로 먼저 북한을 위협한 것도 미국입니다. 핵무기로 상대 국가를 위협한다면 그 국가가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고 싶겠지요. 북한의 핵개발에 미국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미국 정부의 그런 행동과 정책이 북한이 ‘우리가 생존할 길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의 핵개발 원인이 미국의 핵위협이라는 주장은 합리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난 2017년까지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핵위협은 문제 삼지 않고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만 요구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은 비핵화하려고 하는데 미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는 구도가 공식화되면서 북한의 핵보유가 공인되고 비핵화 요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는 논리가 통용되면 북한의 핵보유는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 그게 안 되더라도 미국이 반대하니 북한이 비핵화를 못한다는 논리가 통용되면 더 이상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담화를 보면 “미국은 우리의 핵을 빼앗는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의 핵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로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도 비핵화가 안 되는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는 인식을 국제정치적으로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 담화 내용에는 ▲북한 핵무기를 없애려면 미국도 북한을 위협하는 핵무기(물론 북한을 위협하는 핵무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모든 핵무기가 다 여기에 포함된다)를 없애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어차피 한반도 비핵화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북한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하지 않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미국의 본질적 한계에 대한 북한 나름의 처방도 들어있다.

또 이번 담화에서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도 미국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에 사전 조치로 핵동결과 핵실험장 폭파 등 1차 비핵화 조치를 자발적으로 했지만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적대정책 철회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2차 비핵화 조치라 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쇄를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협상 주제는 끝이 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대화 정도는 해 주겠다는 말이다. 미국에게는 굴욕적이지만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이쯤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노이 참사’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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