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빨갱이지?” 시대착오적 사상검증장 된 이인영, 박지원 청문회

국회에서 미쳐 날뛴 색깔론 ‘먹히지 않았다’

“빨갱이라는 말 들어보셨겠지요? 저는 ‘대한민국 만세’ 첫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했습니다. 혹시 후보자님께서 어디서 주체사상 신봉자 아니다 공개선언 하신 적 없습니까?”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우리의 주적은 누구입니까? 북한은 우리의 주적입니까? 아닙니까? 우리의 북한이 주적인 건 틀림없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최근 이인영 통일부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사상검증’을 둘러싸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온 말말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철지난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무기로 뽑아들고 민의의 전당을 더럽힌 태영호,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을 보며 경악했다.

누가 한국전쟁 기간 중 무고한 우리 조상들을 ‘빨갱이’로 몰아 집단학살한 이승만의 후예 아니랄까봐, 미래통합당은 오늘날 국회에서도 딱 그 수준에 맞는 저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북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두 후보자’를 “낙마 0순위”로 꼽았다. 바로 학생·통일운동의 중심에 섰던 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김대중 정부 당시 6.15공동선언을 물밑에서 성사시킨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너 잘 걸렸다’라며 색깔론의 제물로 삼으려 든 것이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이인영 후보자에게 “사상검증의 장으로 생각하고 물어본 겁니다. 주체사상을 믿느냐 안 믿느냐”(태영호)라느니, 박지원 후보자에게는 “적과 내통한 사람이 국정원장을 맡아서 되는 거냐”(주호영)라는 등 악랄한 사상검증-색깔공세를 폈다.

한마디로 ‘뭐 하나라도 북한과 관련된 것 나와라’는 식의 정략적 계산을 한 셈인데, 미래통합당은 단골전략인 색깔론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모양이다. ‘이인영, 박지원 후보자가 우리의 주적인 북한을 이롭게 하므로 반대한다’는 것이 미래통합당 발 색깔론의 핵심주장이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호들갑 떠는 미래통합당과 달리 대체로 두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7일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4.6%가 이인영 후보자, 51.3%가 박지원 후보자를 “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색깔론과 상관없이 새로운 인사를 향한 국민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이인영, 박지원 후보자의 조합은 역대 대한민국 정부를 통틀어 봐도 파격으로 평가된다. 역대 대통령이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을 ‘정치인+북한 관련 경력자’로 세운 적은 지금껏 없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었다면 두 사람은 후보자조차 될 수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2018년, 역사적인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함께한 우리 국민을 얕봐도 너무 한참 얕봤다.

국가보안법에 주춤주춤…강단 있게 치고 나서라

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때 보여준 모습을 전임자들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나았다. 이인영 후보자가 “(사상) 전향이라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낙인이 되었다”라고 색깔론의 폐해를 짚은 것, 박지원 후보자가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려를 가지고 (북한과) 내통한다 이런 식으로 몰아붙여선 안 되죠”라며 맞받아친 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후보자가 사상검증-색깔론에서 온전히 자유로웠단 얘기는 결코 아니다. 특히 두 후보자는 위처럼 대응하면서도 정작 색깔론의 근원인 국가보안법에 동의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인영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의 폐지, 개정 논의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박지원 후보자도 “(북한은) 주적이면서 평화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라고 이도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답을 내놨다.

어떤 이들은 ‘판문점선언 이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 화석이 됐다’라고 하지만 당장 통일과 관련한 핵심인사인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만 봐도 서슬 퍼렇게 살아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무수한 사람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은 색깔론과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돌아보면 색깔론은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국부(나라의 아버지)’로 떠받드는 이승만이 밀어붙인 국가보안법에서 나왔다. 1948년부터 7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시하고 무수한 국민을 ‘종북’ ‘빨갱이’로 들씌운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인영 후보자, 박지원 후보자는 이러한 국가보안법과의 싸움에서 꼬리를 내렸다. 이래서야 남북관계의 진전은커녕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통일과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수장들조차 아직도 사상검증, 빨갱이 논란에 벌벌 떨다니 기가 찬 노릇이다. 남북관계의 최전선에 있는 인사들조차 “국가보안법 위반”에 걸릴까봐 저토록 조심조심 몸을 사리는데 하물며 5200만 국민은 어떨까.

그러니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은 적어도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색깔론 청산 조치’를 발 벗고 추진하는 정도의 배짱을 가져야 한다. 미래통합당 등 수구분단세력이 “이 때가 기회다” 싶어 달려드는 뻔한 색깔공세에 수세적 태도를 보일 이유가 전혀 없다. 정반대로 색깔론과 국가보안법에 맞서 힘껏 싸워야 한다.

지난달 29일 이인영, 박지원 두 ‘후보자’는 민족의 명운을 건 중차대한 시기에 통일부장관, 국정원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국가보안법에 꽁무니를 빼는 모습은 더 이상 맞는 옷이 아니다. 말 하나 하나와 행동의 무게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만 한다. 남북관계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지금 이 시기’의 의미를 두 인사 스스로 잘 느끼고 있으리라.

이제 두 사람은 70여년을 이어온 해묵은 색깔론일랑 말끔히 벗어던져야 한다. 그리고 과감한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전임자들처럼 허송세월로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온 국민의 눈이 이인영 신임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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