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미국의 핵전쟁터…’격노’로 본 전범국가 미국

“미국이 한국을 지켜준다. 한국의 존재를 미국이 허락하고 있다.”
“왜 한국이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대략 14조원-)을 전부 부담하지 않았느냐.”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알려진 미국인 기자 밥 우드워드가 자신의 책 <격노(RAGE)>에서 공개한 트럼프의 말

최근 한반도를 시선 아래로 내리까는 미국 최고위층의 오만방자한 말말말이 까밝혀지면서 파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미국은 위 같은 한국 비하는 기본이고, 심지어 우리 동의 없이 멋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은 책 한 권에서 촉발됐다.

지난 15일 미국에서 출간된 <격노>. 저자 우드워드는 트럼프 집권 이후 3년 6개월 동안 트럼프, 미국 고위 인사들을 취재해 책을 펴냈다. 책에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대목은 한반도 관련 장이다.

책에서는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돕기는커녕 정반대로 전쟁 위기를 조장해온 트럼프 정권의 섬뜩한 속내가 낱낱이 드러난다.

지금부터는 논란이 되는 전쟁 관련 대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시기는 한반도에서 한창 ‘미국 발 전쟁위기설’이 불어 닥치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에 따르면 2017년 8월 당시 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북한의 한 항구 폭격을 거론, 심지어 ‘죽음의 백조’ B-1B랜서를 비롯한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20여 대를 NLL(북방한계선) 위로 넘기며 북한을 대놓고 도발했다. 우드워드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2017년) 9월 25일 미국이 B-1 전략폭격기와 다른 전투기 20여 대를 투입해 모의 공습에 나섰다. 이들은 NLL을 넘었으며 북한 영공 진입 직전까지 갔다.”

미 전략폭격기가 NLL을 넘은 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대사건.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의 전면전을 적극 추진한 것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미국의 도발을 인지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미국에 ‘행동이 너무 지나칠 수 있다’며 우려-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반대’도 아니고 우려와 불만이라는 대목에서 전쟁을 작정한 미국에 찍소리도 못하는 한국 정부의 처지 또한 처절하게 드러난다.

이쯤에서 트럼프가 했다고 알려진 추악한 막말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한반도)서 나는 것이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한반도)서 죽는 것이지 여기(미국 본토)서 죽는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 면전에서 그렇게 말했다.”
-2017년 8월 1일,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 NBC 방송에 출연에 한 말

트럼프가 내뱉은 위 저급한 막말의 배경은 당시 북한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던 상황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의 영역도 아닌 곳에서 멋대로 전쟁 개시에 골몰했던 것이다.

미국은 전시 작전계획 5027을 통해 위 같은 전쟁 도발을 밀어붙였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미국은 심지어 ‘북한에 핵무기 80기를 사용할 것을 검토’했다.

한때 책에서 나오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주체가 ‘북한이냐, 아니면 미국이냐’ 하는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책 11장에는 ‘매티스가 핵무기 사용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라며 고민하는 대목이 나와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우드워드는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80기 사용을 포함한 공격으로 대응하려 했다”(원문 : The Strategic Command in Omaha had carefully reviewed and studied OPLAN 5027 for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 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라고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한반도 전역을 끝장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규모 핵무기 투하를 상정, 추진했다는 얘기다. 우리는 하마터면 한꺼번에 몰살당할 상황에 내몰렸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작전계획 5027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양국의 상반되는 반응을 주시해봄직 하다.

‘작전계획 5027과 한반도 핵전쟁’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14일, 청와대는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다. 한반도에 대한 무력 사용은 우리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라고 답을 내놨다. 반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전략사령관 찰스 리처드는 “어떤 작전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상반된 양국의 태도는 미국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실제로 이 땅에 핵무기를 떨어트리려 했다는 심증을 굳히게 해준다.

지난 2018년, 북미 양측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조차 미국은 한반도 평화에 어깃장을 놓았다.

우드워드는 <격노>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코리아미션센터(KNC)를 신설해 ‘북한 체제 전복’을 목표로 삼았다고 폭로했다. 본래 코리아미션센터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깊숙이 연계해 실무협상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던 조직이다. 겉으로는 협상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끊임없이 분란과 위기를 조장하려 한 미국의 획책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책에서는 북미 정상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지만 미 국방부가 이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국방장관 매티스는 ‘쪼개기 훈련’으로 합의 깨기와 평화 부수기에 적극 가담했다.

애초 미 국방부는 북미 간 합의를 준수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매티스는 “전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며 모든 소대, 중대, 대대, 여단급 훈련과 연대 단위 훈련, 공군과 해군의 훈련 즉 모든 전쟁훈련을 계속하라고 미군에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합의 의지가 있었는데 미 국방부의 고집으로 가로막힌 걸까?

책에서는 트럼프가 한반도의 평화를 바랐는지, ‘부수기’를 바랐는지를 짚을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나온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의 극치였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는 협상장에서 마주앉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이렇게 내뱉었다.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핵개발의 ‘중추’인 영변핵시설뿐만 아니라 5개 핵시설 해체를 요구하며 꺼낸 말

그렇게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본래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자는 합의를 도출한 상태였다. 미국 내부에서도 영변핵시설 해체는 ‘북한의 통 큰 결단’이라며 긍정하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외 각계에서도 미국이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를 받아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는 낙관-기대감이 무척 높았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굳이 실무협상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북한 핵시설 5개 해체’를 불쑥 꺼내든 것.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뒤엎으려는 지극히 계산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진짜로 한반도의 평화를 바랐다면 저토록 선을 넘어선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미 합의가 깨진 이후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뒤집어졌는지 많은 분들이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리라.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기운이 넘실거리던 봄날은 저 멀리 어디론가 사라졌다. “북한은 최대위협”이라고 규정한 미국은, 최근에는 아예 철 지난 CVID(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까지 꺼내들며 망동을 부리고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트럼프. 매티스, 폼페이오 이들 ‘미국 지도부’는 결코 한반도의 안정을 원치 않는다.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건대 앞으로도 저들에게 그럴 생각은 분명히 없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을 빗대 말하자면 우리가 사사건건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는 미국의 만행에 ‘격노’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기에 미국에 ‘전범국가’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한반도에서 고의로 전쟁을 일으키려했다는 점, 한반도 주민들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은 충분히 전범국가라 불릴 자격이 있다.

돌아보면 트럼프의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그 일이 일어난 방>을 펴냈을 때도 지금과 흡사한 논란이 있었다. 한국 국민과 정부를 깔보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미국의 인식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미국의 속내가 이번 책 <격노>를 통해 더더욱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국에 기대는 평화’는 절대로 불가능하며, 결코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전쟁 없는 한반도-평화, 번영, 통일이 넘실거리는 새로운 길로 가자면 미국의 지독한 방해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는 교훈도 가슴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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