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고·항명으로 덧칠된 국방부의 실체

너무나도 성급했던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

지난 9월 24일, 국방부 명의로 북한군이 월북을 시도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공무원을 ‘총으로 피살하고 시신을 소각’했다는 내용의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다.

국방부의 발표는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동안 남북관계와 얽힌 예민한 사안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해 발표해왔다. 문재인 정부 아래 국방부가 언론인-비군인이자 ‘여성’인 최현수 대변인을 발탁, 대국민 소통에 주력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바로 이래왔던 국방부가 별안간 출입 기자를 대상으로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탄 낼 수도 있는 발표를 내놓은 것. 국방부는 해당 사건을 공개하자마자 “시신 불태우기”, “북한의 만행”, “응분의 대가” 등 온갖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해 “자세한 사실관계는 조사 중”이라고 신중하게 표현을 골라 발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북한의 만행”을 사실로 못 박는 국방부의 초반 대응은 과도했다.

특히 전쟁 전략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이례적으로 발표 전면에 나선 것도 ‘너무 나간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의 발표 이후 청와대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국회에서도 “북한 함정을 격파해야 한다”라는 공격적이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던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높아져만 갔다.

그러다 25일, 북측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미안하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청와대에 전하면서 사태는 극적으로 반전됐다. 북측은 어업지도공무원 피격은 불범침입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불상사였고, 어업지도공무원이 타고 온 부유물만 소각했을 뿐 시신은 소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은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 깊은 표현들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후 국방부는 “첩보를 재검토하겠다”라며 북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췄다. 청와대 또한 북측이 전해온 통지문을 바탕으로 어업지도공무원 사망에 관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조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남북관계를 대결과 전쟁으로 몰고 갈 뻔 했던 국방부의 발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국방부의 모습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국방부는 종종 대통령의 통제에서 벗어나 북한과 전면 대결하겠다는 자세를 드러냈고, 청와대에 사실과는 다른 허위 보고를 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서해 피격 사건’을 통해 국방부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는 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 장면 하나 –노무현 정부 : 용산미군기지, NLL

앞서 2003년 11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미국과의 용산미군기지 반환협정 과정에서 국방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용산미군기지 이전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청와대에 제대로 된 보고도 하지 않고 미국 측과 멋대로 협상을 진행해 서둘러 확정지으려 했다. 심지어 국방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비밀로 하고,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 정부가 모두 부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는 우리속담이 있듯 국방부의 비밀은 영원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라 협상 개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라는 국방부 내부의 인식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에 대한 국방부의 허위 보고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국방부 관계자 등은 적법한 협상권한 없이 임의로 미국 측과 협상을 했다. 대통령에게 기지 이전의 배경과 진행과정 등에 대해 종합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 정책실은 오랫동안 대미 의존으로 인한 특유의 추종 자세와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해 협상 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부처 내 법무관리관실 법무관들이 협상과 관련해 제시한 검토 의견을 무시하고 제한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국방부에 관한 보고서 내용 중에서

해를 넘겨 2004년 7월에는 합참이 청와대에 ‘대북 허위 보고’를 보낸 사실이 적발됐다. 2004년 7월 14일, 합참은 “북 경비정이 네 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인근 NLL(북방한계선)을 계속 월선해 2발의 경고사격을 가해 퇴각시켰다”라고 청와대에 보고하고 공개 발표했는데, 고작 하루 만에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에서 “우리가 세 차례 호출했는데도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 남측이 제3국 선박을 우리 측 어선이라고 하면서 우리 수역에 남측 함정을 침입시켜 경고사격 하는 도발을 했다”라고 전했다.

북측의 통지에 더해 청와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한 결과 당시 북측이 NLL 부근에서 중국 어선을 인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북측은 NLL에 접근한 어선을 중국 측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NLL을 넘게 됐다고 알렸는데 국방부는 응답도 않고 북측 경비정을 퇴각시켰다는 거짓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에서 북한을 겨눈 대결적 자세를 드러내고, 사실관계가 금세 들통 난 과정은 마치 2020년 현재진행형인 ‘서해 사건’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국방부의 항명과 허위 보고를 종식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지만 국방부의 일탈은 멈출 줄 몰랐다.

2004년 8월에는 당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군 개혁 추진에 반발하며 사석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암시하기도 했다. 군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남재준 총장은 ‘그날 수첩에 필기한 것을 다 찢으라’며 부하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청와대에는 ‘(자신의 발언이라고 하는 것은) 군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일으킨 거짓음모라는 내용의 허위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2005년 4월에는 국방부가 미국과 멋대로 북한의 정권붕괴를 가정, 미군 주도의 군사작전권 행사-대북 선제타격을 적시한 ‘작전계획 5029-05’를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 안이 한-미 군 당국간에 추진되기에 적절치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고 여러 사항들이 대한민국의 주권행사에 중대한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판단, 미국 측에 ‘작계 5029-05 중단’을 요구했다.

국방부 장면 둘 –문재인 정부 : 사드 배치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초기, 국방부의 항명과 허위 보고를 짚어보자.

19대 대선이 열리기 직전이었던 2017년 4월 26월, 국방부는 미국과의 협의 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경북 성주 미군기지에 배치했다. 사드가 미국의 대중국용 레이더망이라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사실상 한국군이 미국의 입김에 따라서 허겁지겁 ‘사드 알박기’를 하려 든 것.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같은 해 5월 30일에는 국방부가 청와대에 알리지 않고 사드 4기를 비공개로 추가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국방부는 청와대 현안보고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사드 추가 배치를 알렸다”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청와대와 정의용 실장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가 청와대를 배제하고 미국과 협의했던 지난날이 또다시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대통령 인수위도 없이 출범해 국방부장관 등 박근혜 정권 인사가 남아있던 혼란 상황이었다. 막 취임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사드 배치 경위를 물었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막무가내로 잡아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한 엄정한 진상규명을 지시했지만 아쉽게도 수사는 흐지부지 묻혀버렸다.

유독 미국, 남북관계와 관련해 터져 나온 국방부의 잡아떼기 식 허위 보고는 ‘군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분명한 건 그동안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이 아니라 미국의 이득과 남북관계 위기 조장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쯤에서 국방부가 ‘북한의 만행’을 단언한 2020년 9월 24일을 다시 돌아보자. 연거푸 강조하건대 명백히 남북관계 사안인데 대뜸 국방부 합참 작전본부에서 첫 번째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소각했다”라는 발표가 나왔다.

반면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긴장 조성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가 공개됐다. 그리고 나서야 남북관계가 전면대결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국방부가 초래한 일촉즉발 상황이 누그러졌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한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에 유독 국방부의 허위 보고와 항명이 쏟아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대적으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여론을 조작할 만큼 정권과 군이 끈끈하게 밀착해 있었다. 국민 생명은 아랑곳없이 남북대결과 분단을 조장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에서 군과 정권의 인식이 같았기 때문이다.

2004년과 2020년, 국방부에서 북한의 ‘만행’을 발표한 장면이 과연 우연일 수 있을까? 국방부의 석연찮은 ‘일탈 징후’는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비군인 출신 국방부장관을 세워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완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조차 이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은 촛불혁명과 판문점선언을 거치며 직접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한길로 뚝심 있게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국민과 민족을 위해 복무하는 ‘우리 군 바로 세우기’의 시급성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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