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왜 미국이 나와?” ‘서해 사건’에서 미국의 역할은?

1. ‘서해 의혹’…주식시장으로 보는 미국과의 연결고리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유독 변수가 많은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흔히 ‘널뛰기’에 비유되곤 한다. 남북관계 변화 등 종잡을 수 없는 한반도 상황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보는 쪽, 막대한 이득을 보는 쪽이 뚜렷이 나뉘기에 나오는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앞으로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경기가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주식 시장에 투자해 소위 ‘대박’을 보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식으로 큰 이득을 보는 사람에게는 “로또에 맞았다”, “행운아”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그만큼 주식시장은 변수가 많고 종잡을 수 없으며, 누가 손해를 보고 이득을 얻을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24일에 불거진 어업지도공무원 실종, 서해 사건은 한반도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해 사건과 관련해 석연찮은 정황이 드러나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다.

서해 사건 전후(9월 21일~10월 중반) 시기를 중심으로 국내증시(코스피, 코스닥, 선물 옵션)의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흐름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지난 9월 24일, 국방부의 ‘북한군의 공무원 시신 소각’ 발표에 즈음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흐름이 감지됐다. 바로 미국 자본으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일제히 주식을 시장에 매도한 것.

▲ 국방부가 “북한의 만행”을 발표한 날(9월 22일)을 전후로, 주식을 파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흐름이 보인다. ⓒ 인터넷 포털 다음이 소개하는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화면 캡처

정반대로 국내 투자자들(대한민국 국민)의 손해는 심각했다. 앞서 9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UN 화상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을 내놓으면서 남북관계 회복의 기대감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 수치가 9,913억 원으로 껑충 치솟았지만, 서해 사건이 터지고 25일 매입 수치는 195억 원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큰 호재인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 발표’ 당일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서해 사건을 전후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국내 시장에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후 흐름을 짚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5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서해 사건으로 우왕좌왕하며 싼 값에 내놓은 주식을 사들여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5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흐름을 보였다. ⓒ 인터넷 포털 다음이 소개하는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화면 캡처

이렇게 볼 때 주로 ‘미국계 자본’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 빠른 치고 빠지기는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 석연찮은 지점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민한 움직임을 보자면 남북관계에 뭔가 일이 터질 것이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마저 들 정도다.

2. 그날, 서해 상공에 미 정찰기가 떴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공무원 이모 씨가 소연평도 부근에서 북한군에 사살됐다고 알려진 9월 22일, 공교롭게도 미 정찰기와 특수작전기가 비밀리에 한반도 서해 상공에 떠 있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미 군 당국은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W 리벳조인트, 육군 정찰기 RC-12X, 통신 주파수가 ‘71FC22’인 정체를 알 수 없는 항공기, 미 공군 특수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등을 동원해 서해 일대와 한반도 수도권 상공을 훑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서해 사건과 얽혀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일 수 있다. 특히 첩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찰기의 등장은 미국의 밀접한 개입을 암시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정찰기는 9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반도 주변을 내내 맴돌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정찰기가 이처럼 한반도 상공에서 제집마냥 머문 사례가 없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히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북한의 만행”을 단정 지어 자칫 남북관계를 파탄 낼 뻔 했던 국방부의 발표 뒤에 미국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미 정보당국 차원의 비밀공작이 있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힐 리 없기 때문에 실체를 추적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러 사례들을 들여다보며 단서를 잡을 수는 있다.

이와 관련해 분단 이후 서해 해상에서 남북 대립에 깊숙이 관여해온 미국의 지난 모습을 살펴보자.

지난 1974년 1월, CIA(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명의로 비밀문서 <서해 연안 한국 도서>가 작성됐다. 이 문건은 미국의 정보 전문 소식지 ‘KPA저널’이 공개했으며 서재정 교수가 이를 번역해 ‘프레시안’에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서해 해상에 NLL(북방한계선)을 만든 장본인이다.

<서해 연안 한국 도서>에는 “북방한계선이 1965년 1월 14일 유엔사령부(유엔사) 해군구성군 사령관의 명령으로 설정”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사는 미국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군사조직이다. 서해 사건에서 보듯 NLL은 남북대립을 조장하는 불씨다. 이처럼 미국은 서해 일대에서 ‘남북 충돌’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 존재다.

서해 일대를 겨눈 미국의 개입은 현재진행형으로 추정된다. 현직 미 국무장관인 마이크 폼페이오가 CIA 국장 시절인 지난 2017년 5월 초, 이례적으로 연평도를 둘러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으로 사실상 정부 공백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밀공작을 담당하는 CIA 수장이 연평도를 방문해 북한을 비난한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폼페이오는 2017년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프리비컨과 인터뷰에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센터(코리아 임무 센터)를 통해 정보 수집부터 비밀공작, 미 국방부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다양한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이 비밀공작을 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어업지도공무원이 실종된 날 갑자기 서해 해상에 나타난 ‘정찰기 떼’는 미 정보당국이 서해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관여됐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3. 서해 사건의 수수께끼…‘합리적 의심’이 필요한 때

이쯤에서 우리는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서해 사건 전후로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적어도 앞에서 소개드린 그동안 서해 일대에서 일관된 미국의 부정적 움직임을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우리 속담이 있듯 말이다.

위 사례는 어쩌면 미국의 투자자들이 서해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또는 서해 사건을 기획한 ‘주체’가 미국이라는 징표일 수 있다. 왜 하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연설 직후 서해 사건이 터졌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해 사건에 개입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남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미 군 당국이 협력한 첩보 투성이로 범벅된 서해 사건의 수수께끼-진실이 단시간에 밝혀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무엇보다 서해 사건은 ‘시신 소각 여부’, ‘월북 여부’ 등을 둘러싸고 남측과 북측의 주장이 확연히 엇갈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살펴볼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NLL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온 미국을 수수께끼가 많은 서해 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려두는 것이 ‘합리적 의심’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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