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22]국가선물관을 답사하며 인민의 마음을 읽다

미국에 계신 CJ Kang께서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되어 호텔 로비로 내려오니 안내원 미향 동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아침산책을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미향동무에게 우리들이야 여행중이라 새벽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지만 할 일이 많으신 분이니 아무 걱정 마시라고 말해주면서 호텔 밖을 나오니 운전사 영호 동무가 주차되어있는 버스 사이로 우리가 나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얼른 차를 몰고 온다. 오늘 오전은 국가선물관으로 가는 일정이다.

차가 평양교예극장을 지난다. 교예극장은 내가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지만 여러번 책을 통하여 읽은바 있는데 우리의 서커스에 해당하는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지역에 찾아와 가설극장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저녁마다 서커스 공연을 하다가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철새처럼 옮겨가던 서커스단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광대들을 비롯하여 노래하는 가수들과 여러가지 묘기를 보여주는 젊은 남여가 있었고 예쁜 소녀도 있었는데 그들은 시골에선 보기 어려운 연극까지 공연했었다. 

그 서커스 단원들은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에 얼마나 많은 애환과 함께 살아갔던가? 지금 시절의 연예인들에 대한 대우와는 판이하게 조선시대 재인들이 멸시받던 시절로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계속해서 빈궁과 굶주림 속에 싸우며 그 일을 계속해온 것이다. 한데 경제는 더욱 발전해나갔지만 그들은 더 이상 존속할 수가 없었나보다. 생각해보니 텔레비전의 등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단원들을 이끌고 운영을 계속하려면 수입이 남지 않으면 아무리 그들의 재능이 뛰어나다해도 우리 세상에선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래 그 애환 많던 서커스 단이 지금은 모두 사라진 것같다. 

아무튼 홍정자 여사님의 글로 1996년 한국의 ‘말’지에 게재된 ‘평양교예단을 찾아서’라는 글에서 북의 교예단에 대하여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후에 내가 그 글을 널리 알려줄 기회가 있길 바란다.

즐비하게 지어진 아파트들이 차창으로 보여서 여기가 어딘가하고 물어보니 지금 우리가 지나는 곳은 평양 중구역의 살림집들이라 한다. 그리고 바로 철길 건너편은 평촌구역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인민들의 살림집들이 많이 모여있던 곳으로 지금은 새집들이 많이 들어선 모습이다.

잠시 후 창 밖으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건물이 보이는데 아름답던 그 건물이 한참 공사중이다. 무슨 일인가해서 물어보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로 새로 개건보수중이라고 한다. 내가 89년 평양축전 때 여길 찾았었다. 수많은 소년소녀 학생들이 건물 여기저기에서 각자의 취미와 재능을 익히고 발휘하던 모습이 선하다. 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너무도 잘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었는데 이렇게 세월이 흘러 개건보수를 대대적으로 하게 되었나보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지나니 한적한 농촌 마을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주욱 곧게 뻗은 길이 열리는데 저 멀리 웅장한 모습의 국가선물관 건물이 산 기슭에 자리한 것이 보인다. 차를 내리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설이 해설동무가 우릴 맞아 국가선물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북부조국에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들이 수많은 값지고 진귀한 선물들을 보내왔는데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그 선물들은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 국가선물관은 2012년 8월 1일에 개관하였는데 본관의 연건축 면적은 6,465평방미터이고 현재 8,400여 점의 진귀한 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위치는 만경대구역 룡악산에 있고, 모두 21개의 전시실이 있다.

육중한 정문을 통과하여 들어서자 먼저 신발에 덧신을 신게 한다. 김설이 해설동무의 설명이 이어진다. 1층과 2층은 북부조국 인민들이 보낸 선물들이 진열되어 있고, 3층은 해외동포들이 고국을 찾으면서 보낸 선물들로, 그리고 4층은 지금의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선물을 진열해놓았다고 한다.

선물관 내부의 벽과 바닥이 아주 고급 건축재를 사용하여 단장되어 있어 이 자재들은 모두 어디서 구해온 것인가 하고 물어보니 ‘북의 천리마 타일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것으로 지금 북부조국은 이런 고급 건축재료들을 직접 생산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타일이라고 부르기엔 대리석에 가까운 건축재료였다.

국가선물관 내부에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내가 직접 본 그 진귀한 선물들을 모두 기억할 수도 없고 제대로 묘사할 수도 없다. 너무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동안에 보는 것은 보는 순간의 느낌만 있을 뿐 이후에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가 없기도 하다. 사진이란 것이 그래 얼마나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유용한 것인지를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내가 진열된 선물들을 보며 간단하게 메모한 것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그 일부를 더듬어볼 수밖에 없다.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투쟁에 나섰던 김책의 가족들이 보낸 ‘미래의 우리 장군’이란 제목의 선물 ▲북에서 귀하게 여기는 쌍둥이들을 상징해서 옥돌공예로 만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세쌍둥이’ 작품 ▲모두 9.5톤의 엄청나게 대형으로 제작된 ‘장군옥바위’라는 작품 ▲2004년 4월 15일에 보낸 ‘금도금 모형의 독도’ ▲김혁과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 시절의 사진을 형상화한 수정공예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팔걸이 의자 ▲모두 300kg의 조개껍질로 만든 작품인 ‘포경선’ ▲김일성 주석의 “철과 기계는 공업의 왕입니다. 동무들은 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란 발언이 새겨져 있는 ‘철쭉무이’란 작품 ▲단군릉 전경의 모형인 ‘단군상’ ▲2009년 10월 22일에 인민들이 최초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선물인 ‘갈매기털 방석’ ▲최홍희 선생이 보낸 ‘태권도 연맹 인가패’ 


북 인민들이 보낸 선물과 함께 남이나 해외에서 보낸 선물도 있다.


▲서울의 어떤 동포가 보낸 ‘권총사진 위의 고향집’ 작품 ▲오스트레일리아 동포가 보낸 ‘천연추출물’ ▲미국 캘리포니아 김운하 동포가 보낸 ‘두 마리의 말 시계’ ▲미국에서 북부조국 가족찾기 등을 공식적으로 대행하는 재미동포연합회에서 보낸 ‘수정그릇’ 외 ▲1999년 남한의 333 가구가 보낸 선물들 가운데 66점 전시 ▲정주영 선생(선생으로 북에선 표현함)이 보낸 여러 가지 선물 ▲김대중 대통령의 ‘나전칠기’, ‘닭과 돼지 형상의 금은 공예품’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자기차 그릇 일식’ ▲2007년 10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장수를 기원하며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보낸 ‘라전병풍’ ▲2002년 5월 13일 박근혜 현 대통령 방북시 보낸 ‘귀중품함 (작은 보석함)’ ▲72년 12월 1일 박정희 대통령의 ‘은차일식’ ▲민족통신의 노길남 박사가 보낸 ‘코끼리상’

여러 전시실을 둘러보고 선물관을 나와서 다시 김설이 해설동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따로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곳 국가선물관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다. 선물관을 보고난 후 참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누가 인민에게 시켜서 저런 숱한 선물들을 바치도록 하였다면 얼마나 큰 불평이 쏟아져 나왔을까?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대로 왕조시대의 민중은 수많은 세금과 부역에 시달려야 했었고 그런 부담과 고통은 결국 항쟁으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한다. 

내가 쓰고 있는 북의 현실에 대한 글에 대하여 가끔 믿기 어려워하는 분이 있는 것 같다. 여기 선물을 보낸 사람들의 마음도 믿기 어렵다면 우리 세계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헌금하는 것을 떠올려보라.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제일 귀중한데 신앙에 따라 때로는 많은 돈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북부조국 인민들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종교에 따른 신앙은 타인이 본다면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일 수 있는데도 믿고 정성껏 헌금을 하는데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는가? (글이 길어져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CJ Kang

미국 시애틀에서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한마당>(hanseattle.com)을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 대표를 하다가 현재 고문으로 있다. 또 유권자민주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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