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혼란, 배경엔 천문학적 국방비가 있다?

11월 14일에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

미국, 대선을 둘러싸고 여전히 혼란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투표 전부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 난투극과 총격 사건 등이 일어났다. 미국은 대선 개표까지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은 가시지 않았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여론조사 업체 ‘모닝 컨설트폴’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27%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승복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이번 대선은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바이든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은 바이든이 이겼다며 ‘악몽은 끝났다’, ‘트럼프는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구호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양측 지지자 사이에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11월 14일에는 워싱턴에서 트럼프 지지자와 바이든 지지자가 부딪혔고 미국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참가자 2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대선을 둘러싼 혼란은 경제 탓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등 미국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일까? 미국 내 혼란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인종적으로는 백인, 지역적으로는 농촌, 계층적으로는 노동자로 구성돼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민생경제가 어려운 책임을 유색인종에게 돌렸다. 유색인종과 이주민, 그리고 중국 같은 나라들이 미국의 부를 뺏어가고 있다고 백인 유권자를 선동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백인 중심의 고립주의 경제정책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설치하거나 이민을 제한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자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폈다. 그러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선거 과정에서도 백인에게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라며 노골적으로 백인 우월주의를 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런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환호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에게 트럼프는 재앙과 같은 존재다. 트럼프가 경제난의 원인을 유색인종에게 돌렸지만, 사실 미국에서 유색인종은 백인보다 더 먹고살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6월 25일, 백인과 흑인의 임금격차가 1950년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올해 8월, 미국의 실업률은 백인이 7.3%, 흑인이 13%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러니 흑인 등 유색인종은 백인의 백인우월주의에 분노하며, 트럼프의 재선을 사활을 걸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인종차별이 주요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미국의 민생경제가 파탄 난 상황이 깔려있다.

민생 팔아 군수 기업 배 불리는 미국

백인이나 유색인종이나 미국에서 살기 힘든 건 매한가지다. 공화당이 집권한다고 백인이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유색인종이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잘사는 사람은 오직 상위계층이다. 미국의 최상위 부자 50명의 재산이 하위 1억 6천5백만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

이 사실은 미국 정치권과 기득권층이 평범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기득권층을 배 불리는 정치를 한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이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미국 정부의 국방예산이다.

2020년 미국 국방비는 7천 38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814조 원가량이다. 미국은 국방비에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세계 군사비 2위부터 11위까지, 10개 나라의 국방비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국방비는 전체 미국 정부 예산 중에서 매우 큰 비율을 차지한다. 2020년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1조 4천억 달러 수준인데, 이중 국방비가 7천 380억 달러로 전체 재량 예산의 52.7%나 차지한다. 반면, 미국 교육부 예산은 약 600억 달러로 국가 예산의 5%, 보건복지부는 약 900억 달러로 국가 예산의 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국방에 밀린 민생의 현실

이렇듯 과도한 국방비는 미국인의 민생을 짓누르고 있다.

일례로, 2010년 미국 학교들은 교육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주4일 수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서부 지역의 주에서는 주4일 수업을 시행하는 학교가 25%에 달했을 정도다.

2018년에는 교사들이 교육 예산을 확충하라고 시위를 열기도 했다. 교육 예산 부족으로 학교들이 난방비를 아끼려다가 수도관이 동파돼 수업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책걸상이 부족해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며 항의했다.

미국은 보건복지 현실도 처참하다. 미국은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보건의료 체계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11월 1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위급한 환자가 오더라도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단 세 번만 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간다고 한다. 의료진이 너무 부족해서 아무리 위급한 환자라도 고작 그 정도의 시간밖에 쓰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보건지출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공중보건 인력을 5만 5천 명, 전체 공공의료인의 5분의 1가량을 감축한 바 있다. 2018년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국가 보건 예산 150억 달러, 16조 원을 추가로 삭감했다.

국방비를 줄여 민생예산으로

미국은 국방비만 줄여도 민생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국방비 감축이 무리한 일도 아니다. 예컨대 2020년 미국 국방비 중 1천 460억 달러, 161조 원이 무기 구매에 쓰인다. 미국의 무기 구입액은 중국의 한 해 국방예산과 맞먹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미국은 2019년엔 핵개발에만 354억 달러, 39조 원을 썼다. 미국은 해외 각지에도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데 2020년 국방비 중 244억 달러, 26조 원이 여기에 쓰였다.

미국이 핵개발을 하지 않고 해외에 파병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교육 예산을 당장 두 배로 인상할 수 있다. 만약, 무기 구입액을 줄이면 보건복지부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하고도 남는다. 미국은 민생에 쓰일 수 있는 막대한 돈을 국방비로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배를 불리는 건 미국의 군수산업체 뿐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미국인들은 서로 나뉘어 싸우기보단 함께 힘을 합쳐 정부를 상대로 국방예산을 삭감해 민생에 쓰라고 싸워야 할 판이다.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미국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도 국방예산이 매우 비대하다. 2020년엔 사상 처음으로 국방비가 50조 원을 돌파했으며 정부는 2021년 국방예산으로 52.9조 원을 요구했다.

이 돈은 미국의 전투기를 사거나 경항공모함을 만드는 일에 쓰인다. 항공모함은 해외에 군대를 파견할 때나 필요하지, 우리 안보엔 쓸모가 없다.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쓸데없는 데에 돈을 버리는 꼴이다.

이런 사업으로 이득을 보는 건 다름 아닌 미국 군수산업체다. 정부는 경항공모함에 배치하기 위해 약 5조 원을 들여 F-35B 전투기 20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엔 중요한 민생문제가 많다. 전 국민이 바랐지만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예산 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한 바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도 좋은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비를 추가로 인상해 경항공모함을 갖는 것보다 이런 민생문제를 푸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우리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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