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106]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묻는다

-북한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에 대해서

※ 지난 주 발표한 「남북미 코로나 대응 비교」 2편에 이어 원래 3편을 발표할 순서지만 이 사안을 먼저 다룹니다. 양해 바랍니다.

지난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최 행사인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북한에 대한 기이한 발언을 하였다. 강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 통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상한 상황이다”,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보건 협력 제의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하였다.

▲ 강경화 장관의 제16차 마나마 대화 연설 장면.  © 외교부

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해 강 장관 발언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강 장관이)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라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냉각된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상황이 되었다. 우리 국민은 남북관계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더 이상 나빠지는 걸 막아야한다고 여긴다. 이런 취지에서 강경화 장관에게 몇 가지 묻고 내 의견을 말하자고 한다.

1.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3가지를 묻는다

첫째, 강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북한의 확진자 0명 발표가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국경을 서둘러 폐쇄한 남태평양의 일부 섬나라를 제외하고 대륙에 붙어있는 나라의 확진자가 0명이라는 건 누구라도 믿기 힘들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 인식으로 믿기 힘든, 상상하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 존재한다. 이런 것들은 분명 현실이고 사실이지만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경외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의 발언은 이런 의미의 발언이 아닌 듯하다. 맥락과 분위기로 봐서는 ‘북한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 북한이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둘째, 강 장관은 “믿기 어렵다”, “이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는데 혹시 북한의 발표를 부정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북한 내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걸 부정한다면 근거가 될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근거자료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지만 일단 그걸 떠나서 근거자료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궁금하다. 다시 말 해 근거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근거자료 없이 이야기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만약 후자라면 일국의 장관이 근거자료도 없이 국제무대에서 함부로 이야기해도 된다고 여긴 것인지도 궁금하다. 혹시 다른 나라는 몰라도 북한에 대해서는 그래도 된다고 여겼는가?

셋째, 강 장관은 “북한 정권이 코로나 통제에 집중”하는 것과 코로나 확진자가 0명이라는 발표가 서로 모순인 것처럼 “이상한 상황”이라고 하였는데 뭐가 그렇게 이상한지 궁금하다.

강 장관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확진자가 0명인데 왜 북한은 특급 방역을 하는가, 확진자가 없다면 자유롭게 지내도 되지 않는가, 이걸 보면 확진자가 분명 있는 것이다’라는 논리인 듯하다. 혹시 강 장관은 확진자 0명인데 특급 방역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특급 방역을 하니까 확진자가 0명이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그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한 가지 더. 겨울이 오면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창궐하고 있고 북한과 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에서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하게 퍼져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직접 긴급 주재할 지경이다. 여기에 맞춰 방역을 강화하여 혹시 모를 유입에 대비하는 게 어떤 면에서 ‘이상’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2. 나의 생각

(1) 북한이라면 덮어놓고 악마로 만든다

나는 통일의 상대인 북한에 관심이 많아 오랜 기간 나름의 분석을 해왔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북한의 발표를 사실로 보고 분석할 때 대체로 맞아 떨어지는 나라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굉장히 독특한 나라다.

보통 다른 나라들은 국민 여론을 신경 쓰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 전략도 신경 쓰면서 적절하게 정치적으로 꾸며낸 발표를 한다. 그래서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발표문의 이면에 숨겨진 내용을 분석하는 게 당연한 하나의 일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렇게 복잡하게 연출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입장과 계획을 있는 그대로 공식 발표하고 발표한 그대로 이행한다. 그래서 북한이야말로 그 나라의 정책, 의도를 파악하기 굉장히 쉬운 대상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의 발표는 사실로 인정하는 게 북한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론이다.

그런데 이른바 북한 전문가라든가 언론이나 정부 관계자, 정치인들을 보면 항상 북한 발표를 비꼬아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괜한 손해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군축’ 논란이 있다. 북한이 군축을 제안하면 ‘평화 공세’라며 모두가 깎아내리기 바쁘다. 실제 군축할 생각도 없으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군축을 제안한다는 해석이다. 물론 나로서는 북한이 과연 실제 군축 의향이 있는지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손익을 따져볼 때 평화 공세라 하더라도 군축 제안은 좋은 것이다. 남북이든, 북미든 군축을 하면 좋은 것 아닌가?

물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라고 하는 것은 강도의 논리며 배격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 무장을 줄이자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있든 없든 좋은 것이다. 따라서 그게 진정성 있는 제안이든 평화 공세든 상관없이 군축 제안은 적극 받고 나아가 더 좋은 안이 있으면 역제안하는 게 무조건 이익이다. 이것이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관점이며 자세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군축 주장을 무조건 평화 공세라며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대단히 비생산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평화를 부정한다는 것, 평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제3자가 볼 때 북한은 군축을 주장하고 한국은 무시하는 게 반복되면 한국을 어떤 나라로 여길지 뻔하다.

북한의 입장을 비꼬고 왜곡하는 것을 넘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완전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북한에 뒤집어씌우는 악의적인 모습도 많았다. 누구를 총살했다고 언론이 떠들고 정보기관도 인정하고 정치인도 언급해놓고 얼마 후 당사자가 살아서 나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걸 두고 절대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다. 마치 북한에 대해서는 그래도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잘못된 관점, 태도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 북한을 악마화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성이 들어있다. 만약 강경화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환자가 있다는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이 그저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면 강 장관 본인도 머릿속에 북한은 악마라는 인식, 북한을 악마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기 바란다.

(2) 믿기 어렵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그동안 북한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특징 중 하나는 믿기지 않는 게 많은 나라라는 점이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는 게 많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믿기 어렵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과, 믿을 수 없다며 거짓으로 치부하는 것은 구분해 봐야 한다.

1990년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할 때 한국과 미국에서 3-3-3 가설이 유행했다고 한다. 빠르면 3일, 혹은 3개월, 늦어도 3년 안에 북한은 붕괴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북한은 연이은 심각한 자연재해와 동구권 붕괴로 인한 고립, 미국의 경제봉쇄로 최악의 상태였다. 일반 상식으로 볼 때 당시 북한과 같은 환경이라면 나라가 망하는 게 맞다. 망하는 건 분명하고 단지 언제 망하냐의 시간문제만 남을 뿐이다.

그런데 북한은 3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망하지 않았다. 망하기는커녕 고립·봉쇄 속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였다. 한국의 경우 한참 후에야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겨우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을 생각해보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인공위성 발사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로 직결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함부로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다. 특히 90년대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과 관계가 오늘날처럼 돈독하지 않았기에 오직 자력으로 로켓 개발을 해야 했다.

북한은 핵무기도 만들었다. 핵무기는 로켓보다 더 철저히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 극비 기술이다. 북한은 고립·봉쇄로 경제 파국의 위기를 겪는 속에서도 핵개발에 성공했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개발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며 종이로 만든 가짜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믿기 힘든 놀라운 일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북한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경제제재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거나 최소한 후퇴하고 있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북한과 같이 철저하게 경제봉쇄를 수십 년 당하는 나라가 망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하지만 현실이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현실도 존재한다. 사람의 인식 영역에는 그런 것도 존재한다. 사람은 보통 자기가 보고, 듣고, 배운 것만 현실로 인정하기 때문에 상식과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을 보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북한에는 이런 게 상당히 많다. 자본주의의 관점으로, 돈 중심의 관점으로 봐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게 많은 나라다. 이걸 인정하고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질 때 엄청난 인식 상 혼란과 오류를 겪을 수 있다.

이번에 강경화 장관이 너무도 쉽게 현실을 거짓으로 치부했는데 자칫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 될 수 있다. 국가정책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런 인식을 가지면 그 나라 정책은 주관주의의 늪에 빠져 필패하게 된다.

(3) 도움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는가

이번에 강경화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보건 협력 제의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하였다.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라고도 했는데 언론에서는 이를 북한의 폐쇄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강 장관의 말을 뜯어보면 결국 ‘우리가 도와주겠다는데 왜 도움을 받지 않는가, 너희는 폐쇄적이다’라며 사실상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수차례 했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방역이든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이들은 과연 ‘북한이 코로나로 힘드니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저런 제안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을 폐쇄적인 독재국가로 보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저런 제안을 하는 것인가. 만약 도움을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라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걸 도와줘야하지 않나?

이명박 정권 시절 북한에 수해가 나자 정부가 대북지원을 제안한 일이 있었다. 당시 북한은 시멘트를 달라고 했는데 정부는 밀가루를 주겠다고 했고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북한은 수해복구가 급하니 시멘트를 달라고 한 건데 이명박 정부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며 밀가루를 고집한 것이다. 밀가루로 하천 정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군인이라고 밀가루를 먹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정부의 논리는 궁색했다. 정부가 정말 수해지원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억지는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도움이란 도움을 받는 쪽이 필요한 것을 줘야 의미가 있다. 도움을 받는 쪽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초특급 조치로 국경을 폐쇄하였으며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하였다. 이를 뻔히 알면서 외부에서 ‘너희 환자 있잖아, 거짓말 하지 마, 우리가 주는 걸 받아’라고 하는 게 과연 도와주자는 건지, 괴롭히자는 건지 생각해보라. 이건 누가 봐도 역겨운 ‘스토킹’이다. 강경화 장관, 이인영 장관은 ‘사랑’과 ‘스토킹’을 구분하는 이성을 갖기 바란다.

북한을 진정으로 돕고자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쟁무기 반입 중단,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요구해왔다. 이것은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도 아니고 남북 혹은 북미 정상 사이의 합의와 약속이었다. 그렇다면 이걸 하는 게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대북전단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늦었지만 그래도 성과를 내서 다행이다. 다만 그동안에는 법이 없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 법이 통과됐다고 저절로 대북전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얼마나 정부가 법을 집행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한편 미국의 바이든 당선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내년 3월에 한미연합훈련을 더욱 크고 강력하게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건 북한을 괴롭히는 것이다.

외교부든 통일부든 진정 북한을 도와주고 싶다면 남북, 북미 사이의 약속과 합의를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요구하지도 않은 백신 지원이니 방역 협력이니 이런 걸 주장하면서 응하지 않는다고 북한을 비난한다면 북한을 악마화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로 보일 수 있음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고질적인 체제우월의식도 돌아보아야 한다.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 0명이고 한국도 K-방역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데 (물론 지금은 상황이 변하였지만) 그렇다면 코로나 대응 경험을 서로 교류하고 배우자고 제안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일방적인 지원을 할 생각만 하고, 또 지원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고질적인 체제우월의식, 대결의식이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체제우월의식, 대결의식을 버리고 민족의식, 민족협력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 북한이 이야기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는 방향에서, 또 서로 합의한 걸 꼭 지키는 방향에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외교활동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온 국민이 염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정부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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