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탈북자 신동혁 씨의 증언

지난 1월 18일 탈북자 신동혁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시점에서 나는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고 북한의 억압받는 주민들에게 정의를 가져다주기 위한 노력과 사업을 계속할 수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밝히며 자신이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증언을 담은 자서전 내용 중 일부 내용이 거짓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신동혁 씨는 그동안 수많은 신문·방송과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그가 이른바 완전통제구역에서 탈출한 유일한 탈북자라는 것 때문에 외국에서 많은 인터뷰와 증언을 했습니다. 그의 증언을 토대로 쓴 책 ≪14호 수용소 탈출≫은 24개국에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에도 그의 증언이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탈북자였습니다.


그런 만큼 신동혁 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은 상당합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어나고 종편에서도 신동혁 씨 거짓말의 파장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유엔서도 이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신동혁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한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신동혁 씨는 이른바 14호 수용소(평안남도 개천시 소재 주장)에서 태어나 2005년 탈북할 때까지 14호 수용소에서 살았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6살 때 이른바 18호 수용소(평안남도 북창군 소재 주장. 14호 수용소 인근)로 옮겨졌다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13살에 고문을 받은 것이 아니라 20세에 고문을 받았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고문을 당한 이유가 어머니와 형의 탈출시도와 관련한 심문과정에서 고문을 당한 것이 아니라 2001년 두 번째 탈북 이후 고문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신동혁 씨가 자신의 거짓말을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한 <우리민족끼리>가 작년에 공개한 동영상이 논란이 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동영상에서 신동혁 씨가 평안남도 북창군에서 태어났다며 그의 6살 때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때 신동혁 씨가 입은 옷이 논란이 되었는데,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옷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옷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옷은 수용소에 있는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던 옷이라고 합니다. 신동혁 씨가 계속 수용소에 있었다면 이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사진이 공개되자 신동혁 씨가 14호 수용소에 계속 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고 결국 신동혁 씨가 14호에 계속 살아 왔다는 자신의 말이 거짓임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형의 처형과 관련하여 신동혁 씨는 자신이 어머니와 형의 탈출시도를 밀고하여 사형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북한은 두 사람이 살인죄를 저질러 사형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18호 수용소에 있었다고 밝힌 탈북자 김혜숙 씨는 자신이 신동혁의 어머니와 형의 사형 집행 현장(18호 수용소)에 있었고 죄목은 살인죄였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증언까지 나오자 신동혁 씨는 14호에서 사형이 이루어졌다던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18호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죄목 역시 탈출시도가 아니라 살인죄가 맞다고 시인했습니다. 다만 신동혁 씨는 자신의 밀고와 더불어 수용소의 간부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를 어머니와 형에게 뒤집어 씌웠고 이 때문에 어머니와 형이 사형당했다고 새롭게 주장했습니다.

신동혁 씨는 자신의 거짓말을 일부 인정했던 1월 18일 이후 1달여 간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2월 16일 로이터 통신, 2월 25일 허핑턴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신동혁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야기 했던 것은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던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거짓을 말한 것은 개인의 괴로운 기억 때문이었고 거짓을 인정한 부분 외에 고문 등의 사실은 자신의 몸에 남은 흔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북한 인권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신동혁 씨가 2월 인터뷰에서 새롭게 밝힌 내용도 그와 관련한 의혹을 말끔히 없애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신동혁 씨는 자신의 거짓말과 관련, 거짓말을 한 이유로 “감추고 싶었던 사실”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감추고 싶었던 사실”은 ▲형과 어머니가 자신의 신고로 처형되었다는 것 ▲고문 사실 중 일부입니다. 그리고 북에 남아 있는 아버지를 보호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탈북자동지회에 올린 신동혁 씨의 수기에는 분명히 자신의 신고로 어머니와 형이 죽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2012년 5월 14일, 신동혁 씨의 증언을 책으로 펴낸 블레인 하든이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한 것에 따르면 신동혁 씨는 이미 2010년 8월에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밝혔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에 이미 “감추고 싶은 사실”을 공개한 셈입니다.


신동혁 씨가 4~5년 전에 “감추고 싶은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은 그 당시부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신동혁 씨는 4~5년 동안 거짓을 수정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수정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남게 됩니다. 


또한 북한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안위를 걱정했다고 하는데 외국을 돌아다니고 수많은 증언대회에 나가면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행동과 이번 아버지의 안위를 걱정해 거짓말을 했다는 인터뷰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동혁 씨는 14호 수용소에 있다가 18호로 옮겨갔다는 사실과 관련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놓았습니다. 신동혁 씨는 원래 14호 수용소만 있었는데 1985년 경 14호 수용 인원을 나눠 대동강 건너 마을에 이주시켰고 자신은 건너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강 건너 마을이 14호로, 원래 14호였던 곳이 18호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동혁 씨는 자신이 14호에서 태어나고 거기에서 자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14호 수용소가 있는 평안남도 개천군이 자신의 출생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신동혁 씨의 새로운 주장에 따르면 신동혁 씨의 출생지는 지금 18호 수용소가 있다고 하는 북창군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창군에 있던 수용소가 14호에서 18호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이해해야 지금 명칭과 신동혁 씨의 말이 앞뒤가 맞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도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탈북자들과 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15년 1월 27일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블로그에 밝힌 바에 따르면 18호 수용소는 1958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1975년부터 경제범이 주로 수감되었고 1980년대 초반부터 경미한 사안에 해당되는 사람들부터 죄수 신분을 벗겨주는 사면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면된 사람들 중에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용소 부지에 눌러앉았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성하 기자의 말이 맞다면 18호 수용소는 1958년부터 평안남도 북창군에 있었던 셈입니다. 18호 수용소가 1985년에 새로 이름 붙여졌다는 신동혁 씨의 주장과는 배치됩니다. 결국 두 사람 중에 최소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주성하 기자는 1984년 이른바 <대사면>이 있었다면서 신동혁 씨가 6살 때 찍은 사진에 나온 김일성 주석 생일 축하 옷과 탈북 후 북송되었을 때 총살당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신동혁 가족이 1980년대 죄수 신분에서 사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성하 기자는 사면 받은 이른바 <해제민>은 외부에 나갈 수도 있었고 선거권도 있었고 조선로동당 입당도 가능했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선물도 받았다면서 “그걸(신동혁이 <해제민>이었다는 것) 밝히는 순간 김일성 주석도 모르고 자랐고 전기철조망을 넘어 목숨 걸고 탈출했다는 등의 그의 대다수 증언은 거짓말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주성하 기자는 1980년대 이후부터 18호 수용소에 <이주민>, <해제민>, <외부인>이라 불리는 3가지 신분의 주민들이 섞여 살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주민>은 죄수의 신분으로 공민권과 이주의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 <해제민>은 죄수 신분이었으나 사면을 받은 사람들, <외부인>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죄수와 사면 받은 이들과 일반인이 섞여 살고 있는 곳을 과연 <수용소>라고 할 수 있을지? 북한 사정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우리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신동혁 씨는 인터뷰에서 14호와 18호 모두 철조망이 처져 있으며 망루에서는 간수가 노역하는 것을 감시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14호가 식량사정이 더 나아 18호에 있는 사람이 헤엄쳐 대동강을 건너 14호에 가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동혁 씨의 주장은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고 철저히 통제된다는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정식절차도 밟지 않고 수용소를 옮기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만 남길 뿐입니다.

그리고 신동혁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 탈출은 1999년에 이루어졌으며 이 때 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들고 고모 집으로 탈출을 시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주장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탈북자동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신동혁 씨의 수기에 따르면 지난 1965년에 신동혁 씨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들 모두 14호 관리소에 수감되었으며 같이 수감되어 있던 남동생(신동혁 씨의 삼촌)을 제외하고는 다른 형제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의 수기가 사실이라면 신동혁 씨의 고모는 어떻게 14호 관리소에 수감되지 않고 밖에 있을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외부와 연락이 불가능해 바깥 세상에 대해 알 수도 없었다던 수용소에서 밖에 있는 고모와는 어떻게 연락을 되어 찾아갈 수 있었을까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신동혁 씨의 증언과 관련하여 의문점은 남아 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보통의 탈북자의 경우 북송되면 교화소에 갇혔다가 풀려나지만 수용소 출신은 처형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신동혁 씨 자신도 총살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동혁 씨는 수용소 출신에다가 2차례 탈북 했다가 북송까지 당했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을까요?


신동혁 씨는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내 경우에는 운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멍청해서 자꾸 탈출했었던 건지 모르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남겼습니다.

또한 신동혁 씨는 수기에서 중학교에 들어가던 때인 12살 때 어머니와 갈라져 살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같이 살고 있지도 않았던 어머니와 형의 탈출 계획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이렇듯 신동혁 씨는 의혹을 해소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로 그는 출생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 14호 수용소와 18호 수용소에 대한 논란, 가족사면 의혹, 18호에 있던 사람들이 헤엄쳐서 14호로 갔다고 하는데 통제된 수용소에서 이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고모와는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등에 대한 문제를 추가로 해명해야할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한 인권 논란은 대부분 탈북자들의 증언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근거가 없거나 거짓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인권에도 통일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중요한 증언자로 활동했던 신동혁 씨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1 COMMENT

  1. 신인근뿐만이 아니라 이만갑에 출연했던 박연미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NK투데이가 올려주시면 감사감사 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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