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Kang 방북기35]북의 어머니들도 모성애가 있는가?

재미동포 CJ Kang께서 2014년 9월 3~11일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NK투데이는 필자와 협의 아래 방북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의 승인 아래 원문의 표현 가운데 일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사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6시에 대동강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호텔을 나서자 날이 막 밝아오는 시간인데 사방은 안개로 자욱하고 얼굴에 와닿는 평양의 새벽 공기가 참 신선하다. 이제 가을안개가 시작되는 계절인가. 빠른 걸음으로 힘차게 걸으면서 아침운동을 하기로 하였다. 대동강변엔 역시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인민들이 아침운동에 열심이다.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이미 멀리서 걸어왔는지 강변에서 쉬는 사람도 있고 낚싯대를 던지고 입질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 북부조국에서 보낼 수 있는 동안의 아침산책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인가? 내가 진실로 사랑하는 나의 조국은 여전히 분단되어 있고, 종종 고향의 친지가 그리워 찾을 수 있었던 남쪽 절반과 달리 이곳 북쪽 절반을 다시 찾아오는데는 25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을 듯한데도 세월이 이렇게 흘러간 것을 생각하며, 이제 다시 찾는 날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지금 내게 주어진 귀한 이 순간을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안개 속의 대동교를 배경으로 노 박사님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오늘은 강변을 걷다가 윗길로 올라와 빠른 걸음으로 조금 더 멀리까지 힘차게 걷기로 하였다. 산책이라기보다는 제대로 걷기운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노 박사님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어떤 분과 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이행우 선생님이라고 내게 소개를 해주신다. 두 분은 7여년 만에 이렇게 만났다고 하는데 이 선생님은 이번에 혼자 오셨다고 한다. 내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우리처럼 아침 산책을 하던 가운데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헤어진 후에 노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그분은 통일운동의 대선배시다. 내가 깊이 존경하는 함석헌 선생님의 후배이기도 한데 오래전부터 남부조국에서 함석헌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셨고, 미국에 오신 후 통일운동을 위해 북을 수없이 방문하며 근래에는 6.15 관련 단체에서 활동해오셨다고 한다. 

그렇다. 오늘의 내가 이렇게 평양 시내를 걸을 수 있는 것도 나의 스승 홍동근 목사님을 비롯한 이런 통일운동의 선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당장 눈에 띄게 바뀌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자리걸음으로 보여도 이렇게 수많은 선구자들에 의하여 조금씩 그 역사가 쌓여가며 진화되고 발전되어지는 것이다. 

제법 멀리까지 강변을 따라 걸었기에 이제 큰 길로 되짚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동안 안개도 제법 걷혔고 길거리는 출근길의 인민들 발걸음이 바쁘다. 북부조국의 동포들이 출근하는 모습 또한 내게는 소중한 장면들이다. 남부조국의 민중이 한 겨레 한 민족인 북의 인민들의 모습을 모두가 궁금해하지 않는가? 내가 여기 생생한 인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지금 직접 오고싶어도 찾지 못하는 남부조국의 동포들에게 전달하여 보는 이들이 북의 동포들을 좀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도움이 되자는 마음 하나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서도 출근길의 평양시민들이 불쾌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그리 표나지 않게 해야 한다. 

길을 걷다보니 제법 짙은 숲과 푸른 잔디의 공원이 있어 잠깐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두 개의 조각상이 우리를 반겨준다. 첫 번째 조각작품은 황소의 잔등에 올라앉은 목동이 피리를 부는 모습이다. 참으로 평화롭게 보인다. 평화라는 단어에 북부조국을 우리가 연상할 수 있을까? 모든 언론과 매스컴들은 북부조국을 호전적인 나라로 묘사해왔다. 

또 다른 조각작품은 한 여성이 어린 아이를 힘차게 들어올리는 모습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사랑하는 아이를 번쩍 들어올리며 빙그르르 돌아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니 이런 포즈를 내가 취해본 적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어린 동생들과 놀다가 그렇게 한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아들 딸에게도 비슷한 모양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했던 것 같다. 

얼핏 보아서도 북부조국 여성들의 자식에 대한 모성애를 저 조각작품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렇다. 이곳 북부조국에서도 여전히 부모는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고,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진실을 대하면서도 내 마음에 걸림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의 기억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저 조각작품을 보면서 어머니와 아이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으로 쉽게 받아들이기엔 걸림이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내가 저 평화로운 두 조각작품을 바라보며 제법 북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도 이렇게 평화를 사랑하고 부모 자식간의 따스한 사랑이 넘쳐 흐르는 곳으로서의 북부조국을 바로 연상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하다보니 남부조국에서 받은 교육과 언론매체들의 북에 대한 숱한 왜곡 가운데는 바로 북부조국 여성들의 모성애까지 왜곡시켜온 것이 내게 아직까지 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지 않은가? 

이미 수십 년 전에 부모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나라에서 아이들을 맡아줄 만큼 사회보장 제도를 확립하였던 북부조국을 천진난만한 초중등생이었던 우리들에게 교과서를 통하여 가르치기를 북에서는 부모와 자식들간에 서로 사랑하는 것마저도 정권에서 가로막고 강제로 탁아소로 보내어 정을 떼도록 한다고 교과서에서 가르치며 우리들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모략이었는가? 

세상에 부모와 자식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강제로 떼어놓는 곳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런 환경의 사회에서 어떻게 청춘남여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종족보존이 가능하며 그 사회체제의 유지가 가능하겠는가? 

그런데도 학교에서 우리들에게 북에서는 본능인 모성애도 없게 하고 인륜도 모르는 감옥같은 사회라고 정반대로 터무니없이 세뇌시켜온 것이니 그것이 얼마나 중대한 죄악인지를 생각해보라.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의 우리들에게 터무니없는 왜곡과 모략을 주입시켜 평생 동안을 그렇게 배운대로 생각하도록 거꾸로 가르친 그 죄가 얼마나 큰 것인가? (2015.1.7.)

CJ Kang

미국 시애틀에서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한마당>(hanseattle.com)을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시애틀 모임> 대표를 하다가 현재 고문으로 있다. 또 유권자민주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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