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1. 박근혜 퇴진의 촛불을 들다

박근혜를 탄핵한 4.13 총선
애당초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 앞에 고개들 자격이 없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파기한 공약이 줄을 이었다. 경제는 출로가 없고, 남북관계도 완전히 파탄났다. 이 와중에 불거진 박근혜 발 공천잡음은 4.13 총선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4.13 총선 이전만 해도 많은 이들은 새누리 과반의석은 확실시되고, 친미 기득권 성향의 국회의원들까지 더하면 개헌선인 200석을 돌파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였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이 새로 창당되면서 야권이 분열되어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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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국민들은 완강하고 압도적인 “박근혜 반대민심”으로 박근혜를 정치적으로 탄핵하였다. 20대 투표율이 큰 폭으로 올라 총선 투표율이 무려 58%였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대참패를 당해 122석에 그치고 말았다. 수도권에서 35석에 그친 새누리당의 성적은 소선거구제 선거가 치러진 이래 가장 낮은 성적이었다.
4.13 총선 참패는 박근혜의 참패였다. 박근혜의 근거지라던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가 대선주자 김문수를 밀어내며 야당 깃발을 꽂았다. 대구 북구을에서도 야권성향의 홍의락 후보가 당선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한 유승민은 새누리 공천파동을 계기로 유유히 생환하였다. 새누리당은 부산의 전 의석을 석권하겠다고 허장성세를 부렸지만 무려 5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고지였던 김해 인근에서는 무려 4명의 야권의원이 당선되었다. 4.13 총선은 국민들의 반박근혜, 반새누리당 민심이 친미진영의 정치공작을 통쾌하게 짓부신 민심의 승리였다.
 
민심의 엄중한 경고
현명한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면서도, 그동안 무기력했던 야권진영을 무턱대고 밀어주지도 않았다. 더민주당은 광주에서 전패하였으며 전남에서 1석, 전북에서 2석을 얻는데 그쳤다.
국민들이 국민의당에 환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민의당은 비호남 지역을 통틀어 단 2석을 얻는데 그쳐 사실상 호남 지역정당으로 전락하였다. 안철수가 호남을 먹은 것이 아니라 호남에 먹힌 것일 수 있다. 결국 호남민심은 그 동안 여권의 눈치만 보며 끌려다녔던 민주당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민심은 어떤 정치세력이든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정치를 진보정치라 할 때, 민심은 확고히 진보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기존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던 세력들이 정의당, 민중연합당, 녹색당, 노동당, 무소속 등으로 각이하게 나눠진 상황에서 치렀다. 그러나 정의당은 두 자리 지지율과 두 자리 의석수 목표에 실패하였다. 울산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정책과 노선을 잇는 2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결국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라.” 이는 진보정당들에게도 해당되는 민심의 예리한 경고이자 요구인 것이다.
4.13 총선을 계기로, 국민들이 마음속에 담고 드러내지 않았던 반박근혜 정서가 확인되었다. 이제 친미 기득권 세력들이 제멋대로 한국정치를 농단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반박근혜는 이미 4.13 총선 이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국민정서가 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그대로 레임덕의 후폭풍으로 직행하였다.
 
급하게 투입된 반기문 카드
보수권력의 최고정점이었던 박근혜가 4.13 총선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자 친박계의 모든 정권재창출 구상이 어그러졌다. 친박계 뿐만 아니라 비박계도 4.13총선에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 작년만 해도 미국에서 큰절을 올리며 대권가도를 추구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4.13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친박계로부터 대권의 부름을 받은 듯, 정치1번지라는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세균 후보에게 밀려 낙선하였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대구에서 더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다.
친박계와 비박계를 막론하고, 새누리당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다 타격을 입자 해외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급히 수혈되기 시작하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월 25일, 제주를 찾아 대권 도전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 이에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라고 했다. 동시에 그는 “내년 1월 1일 나는 이제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을 그때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을 거론하였다. 박근혜 정권이 4.13 총선에서 타격을 받으니 친미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급하게 몸을 푸는 모양새이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임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반기문 총장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찾아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이중적 플레이로서, 유엔사무총장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유엔사무총장이 임기 내에 자기 나라를 찾아 온갖 논란을 일으키며 대권가도를 걷는 것은 유엔, 나아가 미국의 의중을 떠나 있을 수 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국민무시한 새누리당 전당대회
한편 새누리당은 막가파식 독주를 계속하였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민심에게 두들겨맞자 국민과 소통, 계파간 화합을 외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서로 끼고 돌며 반민주적인 막장정치를 재현하였다.
4.13 총선 참패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8.9 전당대회에서는 여전히 불통, 독주가 반복되었다. 박근혜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장에 직접 참석해 친박계 의원들을 지원했다. 전당대회 이후 이정현이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었으며 최고위원에는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의원과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석권하다시피 하였다. 비박계는 강석호 의원만 겨우 턱걸이를 하였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전국 선거인단 투표율이 20.7%에 머물렀던 것이다. 투표율이 20%대에 머무르다보니 결국 조직표가 작동하였다. 이주영, 한선교 후보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당원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지시하는 ‘오더 투표’가 난무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MBN>은 대학생들이 일당 8만원을 받고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친위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였다. 박근혜는 이로써 2017년 대선정국에서도 새누리당의 대선주자 선출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1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에 불러모아 오찬을 함께 하였다. <매일경제>는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 찜, 한우 갈비 등 최고의 메뉴로 코스 요리를 준비하면서도 이 대표가 좋아하는 냉면을 특별히 대접했다”고 보도해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흙수저 논란에 신음하고 있는 판에 새누리당의 친박측근들을 모아놓고 그들만의 파티를 벌이고 있으니, 여론의 비판이 하늘을 찌른 것이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박근혜 정부의 막가파식 독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하였지만, 청와대는 우병우를 보호하며 도리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유출하였다며 역공을 펼쳤다. 검찰은 완벽하게 청와대의 손을 들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8월 2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하였고 감찰내용 전체를 압수당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결국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설립의혹이 제기되더니, 10월 25일에는 <jtbc>가 최순실 씨의 테블릿 PC를 입수하였다며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정황을 보도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범죄는 고구마 줄기 캐듯 끝없이 이어졌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의혹이 터져나왔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재벌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았다.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기밀문서도 청와대 밖으로 흘러나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최순실은 개성공단 가동중단에도 개입하였고 사드배치, 차세대전투기 선정과정에서도 개입하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촛불의 기적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100만을 훌쩍 넘은 1000만의 촛불은 국민주권의 새 시대를 장엄하게 열었다. 대한민국이 유신으로 회귀한다는 우려와 헬조선이라는 암울한 한탄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촛불의 행진은 지치지 않는 열정과 힘을 불어넣으며 마지막까지 모지름을 쓰는 박근혜 정권을 거세게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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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방방곡곡의 각계각층 국민은 정권퇴진투쟁에 직접 참여하였다. 박근혜 퇴진 촛불투쟁은 10월말만 하더라도 규모가 3만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12월 3일 촛불투쟁에서는 서울 170만을 비롯해 부산 20만, 광주 10만, 대전 5만, 전주 2만, 창원 1만의 국민들이 운집하였다. 전국적으로 232만명이 동시에 투쟁에 나섰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박근혜 텃밭으로 꼽히던 대구경북지역에서 박근혜 지지율은 3%까지 추락해, 전국평균치인 4%보다 더 낮았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졸자는 68.3%였지만 대졸 이하학력도 31.2%나 참여, 학력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연령층을 보아도 20-30대가 45%를 차지하였지만 40대 이상 중장년도 55%가 참여하였다. 소득수준을 보아도 전 계층이 구분없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설문조사결과 가구당 월소득 300만원 이상이 전체 참가자의 76%였다고 한다.
각계각층의 국민들은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촛불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11월 30일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을 압박하였다. 농민은 전봉준투쟁단이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상경투쟁을 벌였다.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으로 동참하였고 고등학생들도 시국회의에 나섰으며 고3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나자 촛불집회장으로 달려나왔다. 기독교, 천주교, 조계종 등 종교계도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내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였다. 서울대 교수 796명은 12월 8일,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였다. 문화예술인 단체와 청년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농성을 벌였다.
촛불 투쟁은 그칠 줄 모르고 투쟁열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결국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도록 강제하였다. 촛불투쟁은 확고한 지도부가 구성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100만 이상의 촛불이 결집하고 있으며 그 촛불이 두 달이 넘도록 “박근혜 즉각 퇴진”, “닥치고 퇴진”을 고수하는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권은 끊임없는 협잡과 공작으로 촛불민심을 흔들려 하였다. 10월 24일 박근혜는 국회시정연설에서 개헌카드를 들이밀었다. 박근혜 정권은 10월 25일, 대국민담화를 자청해 최순실을 내치겠으니 이 정도로 하자는 두 번째 꼼수를 부렸다. 정치권은 거국중립내각 꼼수를 부렸고 야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2선 후퇴론이 나오기도 하였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는 ‘책임총리’를 약속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였으며 11월 8일, “여야합의총리”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청와대는 11월 14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여야영수회담을 추진하기도 하였으며 11월 29일의 3차 대국민담화에서는 4월 조기퇴진 가능성을 흘리며 탄핵을 피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온갖 꼼수는 12월 3일, 사상최대의 232만 촛불에 결정적으로 꺾이고 말았다. 박근혜 탄핵안은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정치권을 “박근혜 퇴진”으로 못 박은 것은 바로 국민들의 촛불민심이었다. 이제 박근혜는 국회의 탄핵표결을 수용하며 가결 시 헌법재판소의 무효선고를 기대하는 여덟 번째 꼼수로 내몰렸다. 박근혜의 여덟번째 꼼수도, 지금까지의 모든 꼼수가 그러하였듯이 결국에는 국민의 요구가 관철되는 방향으로 꺾이고 말 것이다.
 
촛불은 21세기 시민혁명
야당 정치권이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이끌던 시대는 이제 종식되었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정국현안을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능동적 존재로, 정치권을 이끄는 주인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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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항쟁과 같은 종래의 민주화 투쟁은 소수 선각자들이 투쟁을 이끌고 여기에 넥타이부대라 불리는 일반대중이 투쟁에 결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김대중, 김영삼 같은 야권 정치인들의 지도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는 야당 정치권이 항쟁지도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기에 향후 김대중과 김영삼이 모두 대선에 출마해 분열하였을 때에도 민중역량으로 야권의 분열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 국면은 87년과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야권이 뚜렷하게 항쟁을 이끌고 있지도 않지만 국민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21세기형 시민혁명이 새로운 유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권은 종래의 민중항쟁을 보는 것과 전혀 다른 각도로 촛불을 대해야 한다. 정치권은 난세에 나라를 구할 위대한 영웅이나 선각자가 되려하기보다는 국민의 봉사자, 대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있는 일등공신은 몇몇 정치인들이 아니라 촛불국민 그들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이젠 정치인이 정치를 주무르던 시대는 저물었다. 앞으로는 국민을 주인으로 내세우는 정치인, 국민의 손발이 되고 비서가 되는 정치인, 그런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시대가 되었다.
21세기 시민혁명은 대한민국을 새로운 단계로 전진시킬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단계로, 87년 체제의 절차상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수준으로까지 21세기 시민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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